※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을 골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바야흐로 개인방송 전성시대다. 요리, 여행, 개그, 먹방, 반려동물, 키드, 그림, 음악, 스포츠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수많은 개인방송인들이 활약하고 있다. 게임 역시 개인방송에선 스테디셀러다. 인기 게임방송은 동시에 수만~수십만 명이 시청할 정도다. 기자 역시 게임방송을 시작해서 페이커나 무릎을 뛰어넘는 신의 컨트롤을 선보일까 생각했지만, 주변에서 민폐라며 만류해서 참는 중이다. 참고로 기자의 롤 주캐는 티모, 오버워치 주캐는 토르비욘이다.
이야기가 좀 샜는데, 어쨌든 요즘 게임방송을 보고 있자면 문득 떠오르는 사람들이 있다. 개인방송이라는 시스템이 자리잡기 한참 전, 게이머들 사이에서 숭배받으며 아이돌급 인기를 자랑하던 전설의 레전드 유저들. 그들이 만약 지금이라도 게임 방송을 시작한다면 동시 시청자 10만 명은 거뜬하지 않을까? 이번 [순정남]에서는 개인방송 시작한다면 당장 팔로우 할 듯 한 전설의 게이머 TOP 5를 뽑아 보았다.
아르고 - ‘전북익산’을 유행시킨 대전게임계의 전설
게이머 사이에서 전북 익산 하면 생각나는 사람은 단연 아르고(장현진)다. 익산시 홍보대사나 출신 유명인은 아니고, 과거 ‘KOF 98’로 KOF계를 넘어 전국구적으로 활동하던 전설급 사나이다. 그는 게임 플레이 사이에 다양한 이미지나 음향 짤방(;;)를 적절하게 끼워넣은 영상으로 유명세를 탔는데, 료 사카자키의 기합 소리 “전북익산!”을 널리 알린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의 영상이 얼마나 인기있었냐면, 유튜브가 없던 당시 스트리밍 업체 GPAX가 그의 영상을 찾는 트래픽을 감당하지 못하고 서비스를 접을 정도였다. 그야말로 대전게임 스타 방송인의 조상 같은 존재랄까.
2010년 전후로 한창 활발히 게임 영상을 만들던 그는 2012년부터 영상 제작에서 손을 조금씩 떼며 일반인으로 돌아갔다. 아주 간헐적으로 그가 출연하는 게임 영상들이 올라오긴 하지만 과거 약 거하게 빤(혹은 먹어야 할 약을 까먹은 듯 한) 센스는 찾아볼 수 없다. 이제는 다람쥐 키우는 개인 영상만 올라오는 그의 유튜브와 개인사만 적혀 있는 블로그에는 아직도 전북익산의 귀환을 기다리는 이들의 추모(;;)가 이어지고 있다.
타락파워전사 – 메이플 유저들의 영원한 큰형님
아마도 넥슨 게임 유저 중 문호준 같은 프로게이머를 제외하고 가장 유명한 사람을 꼽자면 단연 ‘메이플스토리’의 타락파워전사(권순국)가 아닐까 싶다. 50대의 나이로 전서버 최초 레벨 200(만렙)을 달성하며 유명인이 된 그는 메이플스토리의 상징이자 큰형님, 영웅과도 같은 존재로, 2010년 초반까지 ‘메이플스토리’를 접했던 유저라면 그의 존재를 모를 수가 없다. 게임 오프라인 행사에 그가 등장하면 유명 연예인 이상 가는 환호성이 터져나올 정도였으니까.
타락파워전사는 메이플스토리를 하며 구걸을 하던 아홉 살 아들을 돕기 위해 게임을 시작해, 나중에는 아들 캐릭터를 넘겨받아 직접 게임을 하기 시작했다. 태어나 처음 잡아 본 게임인지라 조작도 서툴고 사기도 당했지만, 피자가게를 경영하며 일가족을 동원해 열심히 노력한 끝에 ‘메이플스토리’ 지존으로 우뚝 선 것. 특히 그는 나이 어린 초등학생 유저에게도 깍듯이 존대를 하고 매너를 중시하는 플레이로 영웅다운 인격을 증명하기도 했다. 현재 환갑을 훌쩍 넘긴(아들도 취업함!) 권 씨는 게임을 떠났으나, 그가 남긴 캐릭터와 길드, 그리고 타락파워전사에 대한 존경을 담은 NPC가 아직도 메이플의 큰형님을 추억하고 있다.
뿌뿌뽕 – 와우의 체력을 책임져 주세요
“팀의 체력을 책임진다! 인간 성기사, 뿌뿌뿡!!” 이 대사 하나로 단숨에 스타덤에 오른 ‘와우’ 유저 ‘뿌뿌뽕(뿡이 아니다)’. 그는 특별한 사람은 아니고 2007년 온게임넷 ‘와우토너먼트’ 방송에 참여했을 뿐이지만, 시영준 성우가 장엄한 목소리로 “뿌 뿌 뿡!!”이라는 웃긴 아이디를 읽는 것이 컬트적인 인기를 끌면서 평범한 고수에서 단박에 인터넷 유명인으로 거듭났다. 참고로 저 대사는 “팀의 XX를 책임지는 XX” 형태로 인터넷 상에서 패러디 됐으며, 음성과 영상은 합성 필수요소가 되는 등 그야말로 2000년대 중후반을 뿌뿌뽕의 시대로 장식했다.
당시 ‘와우’엔 ‘용개’라는 걸출한 아이돌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혜성처럼 나타난 ‘뿌뿌뽕’의 인기는 한때 그를 넘어섰다. 게임 내 그가 가는 곳에는 뿌뿌뽕을 구경하러 온 이들로 인산인해를 이뤘으며, 심지어 일부 팬들은 사생팬 길드까지 만들어 뒤를 졸졸 따라다니곤 했다. 그의 인기가 하늘에 닿았는지(?), ‘리치 왕의 분노’ 공식 PV에는 그를 빼닮은 인간 성기사가 등장하기도. 와우가 하향세에 빠져 있는 지금, 그와 같은 인기 아이돌의 재등장이 절실하다. 팀의 체력 뿐 아니라 와우의 체력도 회복시켜 주길.
포세이든 – 진정한 아덴 월드의 No.1 지존
국내 MMORPG 역사를 초반부터 함께해 온 ‘리니지’는 열성적인 게이머가 많기로 유명한 게임이다. 그 중에서도 최고의 실력을 뽐내며 오랫동안 지존의 자리를 지켜온 이가 있었으니, 그 이름도 유명한 ‘포세이든’ 되시겠다. 2001년 군터 서버 최초의 51레벨 기사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해 ‘리니지 토너먼트’에서 어레인 서버의 빛을 꺽으며 전 서버 최강 지존에 오른 인물이다. 앞서 소개한 ‘타락파워전사’와도 같은 케이스지만, ‘메이플스토리’에 비해 평균 유저연령이 훌쩍 높은 ‘리니지’ 세계에서 지존이 됐다는 것은 무게가 꽤 컸다.
포세이든은 비록 80레벨 달성 후 ‘리니지’를 떠났지만, 그가 남긴 다양한 업적은 아직까지도 린저씨들의 마음에 남아 있다. 그는 게임 외적으로도 지존으로서 의무를 다하며 감동을 주기도 했는데, TV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해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오해를 풀고자 노력하는가 한편, 고레벨 유저들이 느끼는 시스템 개선사항을 엔씨소프트에 전달해 성과를 내기도 했다. 일각에선 전 서버 최초로 작업이 없는 서버를 만들기 위한 노력도 지속했다. 그가 게임을 떠난 지 벌써 14년차에 접어들었지만, 많은 린저씨들이 아직 포세이든을 그리워하고 있다.
족발전사/72세 제주할머니 그남자 – 박막례 할머니 전에 우리가 있었다
최근 한국 유튜버 박막례 할머니가 유튜브 CEO에 이어 구글 CEO를 만나고 왔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입증시켜준 대표적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옛날 게임계에도 이런 분들이 계셨다. 당시만 해도 젊은이들의 전유물이었던 온라인게임에서 존재감을 뽐낸 할머니 게이머들이다.
그 중 대표 2인을 꼽자면 역시 ‘흑산도 할머니’와 ‘리니지2 할머니’다. ‘흑산도 할머니’ 강순복 씨(ID 족발전사)는 2001년부터 온라인게임 ‘라그하임’을 시작해 게이머 랭킹 순위에 오를 정도의 고수가 되었으며, 제주도에 사는 ‘리니지2 할머니’ 송계옥 씨(ID 72세 제주할머니 그남자)는 2003년부터 아들과 함께 ‘리니지2’ 게임을 즐기기 시작해 게임왕 할머니로 두 차례 공중파에 출연하며 화제가 됐다. 나이가 무색하게 게임을 능숙히 즐기며 사람들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준 두 분을 보고 있자면, 외국에서 간혹 보이는 노년층 게임 전문 유튜버들이 부럽지 않다. 최근엔 두 분 모두 소식이 끊긴 지 오래지만, 계속 소소하게 게임을 하며 건강하게 지내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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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메카 취재팀장을 맡고 있습니다jong31@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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