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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구글 인앱결제 문제, 을에게 갑을 지적하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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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의사당 전경 (사진출처: 국회 공식 홈페이지)

현재 콘텐츠업계 가장 뜨거운 현안은 구글 인앱결제 문제다. 특히 구글이 지난 29일, 구글플레이에 입점한 디지털 콘텐츠 앱은 게임 뿐 아니라 웹툰, 음원 등도 반드시 자사 결제시스템만 이용해야 한다고 발표하며 콘텐츠 업계 전반적인 비판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쟁점은 수수료다. 구글 인앱결제를 쓰면 매출 30%를 수수료로 내야 하기에 국내 콘텐츠업계에 부담을 준다는 것이다.

구글 인앱결제 관련 사안은 올해 국정감사 최대 이슈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특히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구글 인앱결제 문제를 질의할 것을 예고하며 관련 기업 임원을 증인과 참고인으로 신청해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당시 채택된 참고인에는 엔씨소프트 정진수 수석부사장이 포함돼 있었는데, 이후 출석이 철회됐다. 이에 대해 엔씨소프트는 “해당 이슈는 개별 기업이 대표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의원실에 전달했고, 이를 (의원실이) 수용해 참고인 출석이 철회됐다”라고 밝혔다.

정진수 부사장을 참고인으로 신청한 사람은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이다. 그는 불출석 결정에 대해 “국내 유저가 대다수인 엔씨조차 구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시장환경이 이미 형성되어 버렸다”라고 밝혔다. 이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다. 한국모바일산업연합회가 발간한 2019 대한민국 모바일 콘텐츠산업 현황에 따르면 구글플레이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63.4%에 달한다. 이 상황에서 구글플레이에 콘텐츠를 출시한 기업이 국정감사라는 공개된 자리에서 구글의 문제를 지적하라는 것은 사업적으로 큰 부담을 지우는 셈이다.

정치권에서 국내 콘텐츠업계를 보호하기 위해 구글 인앱결제 문제를 지적하는 것은 당연하다. 구글, 아마존 등 글로벌 거대 플랫폼 업체의 독과점 문제는 국내는 물론 미국, 유럽연합 등 해외 정치권에서도 현안으로 떠올라 있다. 특히 수수료에 부담을 느끼는 국내 콘텐츠업계 상황을 알면서도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다면 다른 의미로 더 큰 문제다. 따라서 관련 문제를 국정감사에서 거론하며 정부에 대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국회가 해야 할 일이다.

아쉬운 부분은 구글 인앱결제로 국내 콘텐츠업계가 전체적으로 어떠한 문제를 우려하는지 이야기하기 어려운 사람을 국정감사 참고인으로 채택한 것이다. 엔씨소프트는 구글플레이에 게임을 입점한 기업이고, 리니지M과 리니지2M은 구글플레이 매출 1, 2위를 기록 중이다. 지난 2분기 엔씨소프트는 전체 매출 중 66.3%를 모바일에서 벌어들였다. 구글과 애플 비중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시장 점유율을 토대로 계산하면 총매출 40% 이상이 구글 플랫폼을 통해 나온다고 추산할 수 있다.

엔씨소프트 임원을 참고인으로 신청한 의도 자체는 이해할 수 있다. 한준호 의원은 “그동안 겪은 애로사항과 게임시장이 모바일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점들을 정부와 국회가 함께 짚어보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게임은 기존에도 구글 인앱결제만 허용됐고, 수수료 30%를 부담해왔기에 현장 의견을 듣고 이를 의정활동에 참고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사업적 부분에서 엔씨소프트가 중요한 파트너사이자 사실상 갑의 위치에 있는 플랫폼 제공사인 구글을 공개 석상에서 지적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차라리 참고인으로는 업계를 대표하는 단체가 더 적합할 것이다. 게임으로 보면 한국게임산업협회나 한국모바일게임협회가 대표적이다. 범위를 좀 더 넓힌다면 8월부터 구글 인앱결제 확대를 반대하며 관련 활동을 전개 중인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등이 존재한다. 업계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 이들의 일이고, 주요 이슈에 대해 여러 업체 의견을 모아서 목소리를 전달하는 것도 가능하다. 협단체는 구글플레이에 게임을 입점한 기업이 아니기에 국정감사에서도 허심탄회하게 업계 상황을 전할 수도 있다.

정리하자면, 국정감사에서 구글 인앱결제 이슈를 짚어보는 것은 적절하지만 참고인 신청은 주제와 방향이 맞지 않았다. 방송통신위원회가 구글 인앱결제 정책이 국내법에 어긋나는 부분이 있는지 살펴보고 관련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만큼 기업 임원을 국정감사에 부르지 않아도 관련 질의가 가능할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국내 실태를 얼마나 파악했는지, 관련 대책은 언제쯤 마련할 것인지를 묻고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이를 지적해 시정을 요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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