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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의 받으라니 선 긋기, 게임 앞세우던 제페토의 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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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과 메타버스 관련 질의 현장, 한덕수 국무총리(좌)와 류호정 정의당 의원 (우) (사진출처: 국회 영상회의록)

지난 22일에 진행된 대정부질문에서는 메타버스와 게임이 화제로 떠올랐다. 문체위 소속으로 활동 중인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한덕수 총리를 상대로 제페토 내 게임에 대해 ‘게임인가, 아닌가’를 질문했다. 한 총리는 제대로 답하지 못했고, 메타버스는 중요한 4차산업 일부로 발전 가능성이 있는 첨단산업을 규제로 억제하는 것에 신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류 의원은 “정부가 새로운 산업을 육성해주는 것이 아니라 그냥 대기업 네이버의 뒷배가 되어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제페토는 네이버 자회사 네이버제트가 서비스하는 메타버스 플랫폼이다. 2018년에 아바타를 만드는 앱으로 출발해, SNS, 미니게임 등이 추가됐다. 제페토 측이 공식으로 만든 콘텐츠도 있으나, 기업이나 일반 사용자도 콘텐츠를 만들고 이를 토대로 현금도 벌 수 있다. 제페토가 조명된 시기는 작년 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인데, 하나는 코로나19 확산 후 오프라인을 대체할 콘텐츠로 메타버스가 조명된 점, 또 하나는 EA보다 높은 시가총액 기록으로 눈길을 끌었던 메타버스 게임 플랫폼 업체 로블록스 상장이다.

▲ 음식점 경영 게임과 같은 플레이를 즐길 수 있었던 제페토 월드 '크레이지 레스토랑'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물건을 모아 몸집을 키우는 괴혼을 떠오르게 했던 제페토 월드 '슬라임 파티' (사진: 게임메카 촬영)

이 때부터 네이버가 어필했던 부분은 ‘게임을 통한 제페토의 성장’이다. 네이버 박상진 전 CFO는 작년 4월에 진행된 2021년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제페토가 플랫폼으로 각광받고 잇는데, 글로벌 사용자 2억 명이 제페토 월드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올해는 게임성에 집중할 계획이다. 창작자들이 아이템뿐만 아니라 게임도 제작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저가 직접 맵, 아이템 등을 만드는 창작 플랫폼 ‘제페토 스튜디오’에 게임 기능 추가는 그 해 2분기, 3분기 네이버 실적발표에도 언급된 바 있다.

네이버 및 네이버제트 측에서 제페토 서비스에 있어서 게임을 중요시 한 이유는 수익성 개선에 게임이 기여할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네이버제트는 2021년에 전년 대비 4배 증가한 매출 380억 원을 달성했으나, 영업손실 295억 원을 기록하며 적자를 면치 못했다. 따라서 재무적인 측면에서는 적자개선이 최우선과제로 떠오르며, 다른 콘텐츠보다 유저가 머무는 시간이 긴 게임이 수익 증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리라 판단했을 것이다. 실제로 제페토 내 출시된 게임 중에는 유료 구매가 가능한 재화로 확률에 따라 펫 등을 뽑는 확률형 아이템도 판매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 유료 재화로 펫 등을 뽑을 수 있는 확률형 아이템도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실제로 작년 7월 25일 한국경제에 보도된 제페토 관련 기사에는 “이용 시간과 매출 등을 고려할 때 게임은 메타버스에서 꼭 필요한 요소”라는 네이버제트 측의 코멘트가 포함되어 있다. 아울러 작년 10월에 진행된 2021년 3분기 실적발표에서는 네이버 한성숙 전 대표가 “제페토는 브랜드와의 제휴, 라이브, 게임과 같이 새로운 기능들이 추가돼 매출이 빠르게 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게임 관련 투자도 있었다. 작년 11월에는 바람의나라: 연 개발사로 유명한 슈퍼켓과 메타버스 플랫폼 ‘젭(ZEP)’을 베타 버전으로 선보였고, 올해 1월에는 모바일게임 개발사 루노소프트와 신규 게임 개발사 ‘피노키오’를 설립했다. 특히 피노키오에 대해 올해 1월 6일 아주경제에 보도된 기사에는 네이버제트 관계자의 “현재 피노키오와 제페토에 올라갈 게임 콘텐츠를 확보하고 있다”라는 멘트가 포함됐다. 다른 분야라도 전략적 투자를 단행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피노키오 설립은 ‘제페토 게임 추가’를 위한 것이라는 공식 입장이 제시된 셈이다.

게임 관련 인력양성도 지원했다. 지난 6월에 코딩 교육 스타트업 ‘팀스파르타’는 네이버제트와 손잡고 ‘제페토 메타버스 뉴월드 게임개발 종합반’ 강의를 선보인 바 있다. 제페토 뉴월드 게임개발 기능을 활용해 나만의 메타버스 게임을 개발하고, 만든 게임으로 수익까지 내는 일련의 과정을 알려주는 교육으로 기획됐다.

▲ 팀스파르타가 네이버제트와 진행한 제페토 뉴월드 게임개발 종합반 온라인 강의 대표 이미지 (사진제공: 팀스파르타)

작년 10월 게임 심의 관련 질문부터 달라진 입장

이러던 제페토가 게임과 선을 그으려는 조짐을 보인 것은 작년 10월에 진행된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이었다. 당시 ‘제페토 스튜디오 내에 게임 기능을 열면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와 마찰이 생길 수 있을 것 같다’는 질문에 박상진 전 CFO는 “제페토 사용자 맵에는 게임 요소가 없고, 공식 맵에는 게임 요소가 있지만 게임 기능, 게임 카테고리라고 보기는 어렵다”라고 입장을 바꿨다.

제페토 핵심 중 하나는 이용자가 만든 콘텐츠로 번 재화를 ‘현금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콘텐츠가 게임이라면 게임법 상 불법이라 서비스가 불가능할 수 있다. 현재 게임법에서는 게임에서 얻은 결과물을 현금으로 바꾸는 ‘환전’은 불법이며,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가 국내 P2E 게임을 대상으로 연령등급을 내주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를 ‘이용자도 수익을 낼 수 있다’를 강점으로 내세운 제페토와 묶어서 생각하면, 구글, 애플과 같은 자율심의 자격을 획득한다고 하더라도 이용자가 돈을 벌 수 있는 게임을 제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실제로 게임위는 지난 7월에 네이버제트 측에 게임 심의에 대해 안내한 바 있다. 그런데 그 직후부터 문화체육관광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 등 여러 부처가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메타버스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고 나섰고, 제페토는 물론 게임위 등 관련 기관도 ‘국조실 판단을 기다린다’는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입점사도 마찬가지다. 지난 6일에는 국내 모 게임사에서 낸 제페토 신규 콘텐츠 출시 보도자료에 대해 ‘게임’과 ‘게임명’이라는 단어를 ‘월드’와 ‘월드명’으로 바꿔달라고 요청해오기도 했다.

▲ 지난 5일에 열린 한국게임미디어협회 소속 한국게임기자클럽과의 간담회에 참석한 게임물관리위원회 김규철 위원장, 김 위원장은 메타버스 게임 심의에 대해 국조실 판단을 기다린다고 밝힌 바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이후 박윤규 과기부 제2차관은 지난 14일에 출범한 국가데이터정책위원회에서 “메타버스를 게임으로 규제하는 우를 범하지 않겠다”라며 “게임적 요소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바로 게임으로 보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정부의 기본 입장이며 이러한 내용을 포함해 연말까지 가이드라인을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가데이터정책위원회는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한 정부와 민간 협의체다.

류호정 의원이 국무총리를 상대로 ‘메타버스가 게임이냐, 아니냐’라는 질의를 한 배경도 앞서 이야기한 ‘메타버스와 게임의 분리’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류 의원은 오는 5일 열리는 문체부 국정감사에 네이버제트 김대욱 대표를 증인으로 신청했고, 제페토 내 게임 등 콘텐츠에 관련해 질의할 예정이다. 김 대표가 증인으로 출석한다면 제페토 내 게임에 대해 대표 스스로 과거 발언에 대해 어떻게 설명할지 들어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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