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지스타에 넥슨이 색다른 신작을 선보였다. 바람의나라: 연으로 인연을 맺은 슈퍼캣이 개발하고 넥슨이 서비스를 맡은 환세취호전 온라인이다. 환세취호전은 1997년에 출시된 턴제 RPG로, 게임잡지인 컴파일의 부록으로 제공됐던 게임이기에 분량이 다소 짧음에도 호쾌한 분위기와 속도감 있는 전투로 국내에서도 인기를 끈 바 있다. 그 인기에 힘입어 작년에는 추가 콘텐츠를 더한 환세취호전 플러스가 닌텐도 스위치로 출시되기도 했다.
환세취호전 온라인은 21일 비공개 테스트를 앞두고 있으며, 그로부터 1주 전인 지스타 현장에서 미리 경험해볼 수 있었다. 지스타 시연은 15분 분량으로, 간단한 임무를 수행하며 전투 조작과 성장을 익히고, 필드보스인 데드 드래곤과의 전투를 맛볼 수 있다. 보스를 무찌르면 마을에 방문해 원작 플레이, 미니게임, 기차 부수기 3개 중 원하는 것을 골라 플레이할 수 있다. 아울러 게임 자체는 PC와 모바일로 서비스되지만, 현장에는 모바일 버전만 출품됐다.
처음 경험해본 환세취호전 온라인에서 가장 눈에 뜨인 부분은 원작과 다르게 제작된 전투다. 일단 턴제에서 실시간으로 달라졌으며, 캐릭터 3개를 교체해가며 플레이할 수 있어 팀을 운용하는 듯한 재미도 맛볼 수 있다. 여기에 게임의 중심을 이루는 메인 퀘스트를 클리어하는 것과 함께, 원작 스토리를 다시 보거나 백미로 꼽혔던 미니게임도 구현한 부분에서는 원작을 해본 유저들의 추억을 저격하면서도, 콘텐츠 구성을 풍부하게 하려는 의도가 엿보였다.
만만하게 봤다가는 큰 코 다친다
이번 시연 버전 콘셉트는 지스타에 맞췄다. 동료들과 함께 출격한 주인공 ‘야타호’가 지스타를 망치려 하는 데드 드래곤을 막는다는 스토리를 풀어나간다. 이를 토대로 이동, 전투, 성장 등 필수적인 부분을 익힐 수 있다. 우선 환세취호전 온라인은 모바일도 지원하기에 지동이동과 사냥이 지원되며, 왼쪽 상단의 임무를 터치하면 목적지에 어려움 없이 도착할 수 있다.
자동이 지원된다고 하여 게임을 켜놓고 멍하니 지켜보기만 할 수는 없는 게임이다. 환세취호전 온라인에는 원작 주역인 야타호, 린샹, 스마슈가 등장하며, 셋이 힌 팀으로 움직인다. 세 캐릭터 중 한 명이 필드에 나와 전투하며, 나머지 두 명이 스트라이커 캐릭터로 협공을 넣는다.
여기에 전투에 활용하는 캐릭터가 하나로 고정되지 않는다. 오른쪽 하단에 스트라이커 캐릭터의 얼굴이 표시되며, 원하는 캐릭터를 터치하면 바로 교체된다. 특히 특정 타이밍에 스트라이커 캐릭터 얼굴에 ‘약점 타격’이라는 텍스트가 뜨는데, 이때 교체하면 캐릭터가 교체되며 적의 약점을 찌른다. 자동이 지원되지만 이를 활용하려면 꽤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
컨트롤이 강조된 부분은 필드보스도 마찬가지다. 데드 드래곤의 경우 전방에 길게, 사방에 크게 원형으로, 주변에 작은 원형 다수까지 다양한 패턴으로 브레스를 포함한 강력한 공격을 가한다. 이를 회피나 방어 없이 그냥 몸으로 받아내면 모든 캐릭터가 쓰러지고 만다. 공격 범위가 표시되면 움직여서 피하거나 회피, 방어 기술을 활용해 패턴을 파훼해야 한다. 시연 버전 기준으로 과하게 어렵지는 않았지만, 친근한 그래픽에 속아 너무 만만하게 봤다가는 큰 코를 다칠 수도 있다.
원작과 마찬가지로 환세취호전 온라인 역시 캐릭터 능력치와 스킬 레벨을 높이는 성장 요소가 반영되어 있고, 캐릭터별로 각각 올려줘야 하기에 플레이 도중 이를 유의해야 한다. 아울러 사냥을 통해 장비를 얻거나 모은 재료로 장비를 만들어서 활용할 수도 있어 정식 버전에서는 성장 측면에서 파고들 여지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에 즐겨본 모바일 버전 기준으로 보면 기기 특성을 고려한 UI 디자인이 편했다. 캐릭터 능력치를 올릴 때 화면을 가리지 않고 캐릭터 주변에 원형으로 아이콘이 뜬다. 장비 획득 역시 작은 카드 모양이 표시된 후에 터치하면 커지는 방식이다. 즉 전투를 방해하지 않고 편하게 이용할 수 있어 플레이 중 부드럽게 활용할 수 있었다.
코믹한 느낌 강조한 스토리와 미니게임
전반적인 콘텐츠 구성에서는 원작의 유쾌한 분위기를 재현하려는 시도가 엿보인다. 짧은 지스티 시연 버전에서도 ‘데드 드래곤’의 이름을 ‘배드 드래곤’이라 착각하거나, ‘가는 날이 장풍(장날)’ 등 소소한 말장난이 이어진다. 아울러 지하에 봉인되어 있어야 할 드래곤이 탈출한 것을 지적하는 것에 대해 상대가 ‘건강검진 의사와 같은 말은 그만두라’고 반응하는 등 코믹한 상황이 연출된다. 다소 만화적이지만 고전게임 특유의 쾌활함이 잘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러한 점은 콘텐츠 구성에도 드러난다. 이번 시연 버전의 보스인 데드 드래곤을 잡은 이후에는 마을로 넘어가서 다른 콘텐츠도 즐겨볼 수 있다. 미니게임은 기억의 도서관, 미니게임, 기차 부수기까지 3종이다. 기억의 도서관은 원작 스토리를 즐겨볼 수 있는 콘텐츠이며, 미니게임은 만두 먹기 등으로 다른 캐릭터와 대결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기차 부수기는 열차를 부수며 전투력을 측정해볼 수 있다.
이번에 체험해본 만두 먹기는 원작에도 있었던 콘텐츠다. 다른 캐릭터 둘과 제한 시간 내에 누가 더 많이 먹는가를 겨룬다. 테이블에 놓인 접시 중 만두가 많이 올라간 순으로 터치해 처리하고 다음 테이블을 받는 식이다. 접시가 여러 개라 어느 쪽이 만두가 많은지 헷갈릴 수 있고, 잘못 터치하면 목이 막혀 몇 초간 먹을 수 없다. 짧고 간단하지만, 은근히 긴장된다.
바람의나라: 연에서 쌓아온 내공이 느껴진다
넥슨과 슈퍼캣은 4년 간 바람의나라: 연에서 많은 굴곡을 넘으며 서비스를 이어오고 있다. ‘환세취호전 온라인’에서는 기존 경험을 바탕으로 원작 감성과 새로운 플레이를 결합해내는 내공이 느껴졌다. 도트 그래픽만 입힌 것이 아니라 태그로 실시간 전투에 전략성을 더하고 만두 먹기나 스토리 모드 등 원작 콘텐츠도 자연스럽게 배치했다. 장시간 호흡을 맞춰온 두 게임사의 환세취호전 온라인에서는 어떠한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문득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