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게 매콤해진 빌드 맛집, 패스 오브 엑자일 2
2024-12-07 04:00:00 [게임메카 이우민 기자]
패스 오브 엑자일 2 대표 이미지 (사진제공: 카카오게임즈)
▲ 패스 오브 엑자일 2 대표 이미지 (사진제공: 카카오게임즈)

본 기자는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해왔지만, 그 중에서도 진하게 즐기는 장르를 꼽으라고 하면 핵앤슬래시 RPG를 들 수 있다. 디아블로는 물론 라스트 에포크(Last Epoch), 그림 던(Grim Dawn), 로스트아크까지 등 어느 정도 알려진 핵앤슬래시 작품들은 대부분 섭렵해왔다. 그 가운데 디아블로와 함께 핵앤슬래시의 양대 산맥으로 불리는 패스 오브 엑자일(Path of Exile, 이하 PoE) 역시 방대한 아이템 빌드 덕분에 뇌리에 강하게 박힌 작품 중 하나였다.

그만큼 PoE 2 출시 소식이 들렸을 때도 자연스럽게 관심이 쏠렸다. 특히 얼마 전 출시된 디아블로 4: 증오의 그릇이 여러모로 아쉬운 결과를 보여줬기에, 패스 오브 엑자일 2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 그러던 중 제작사 그라인딩 기어 게임즈(Grinding Gear Games)로부터 출시 전 미리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직접 체험해본 PoE 2는 기존 장점은 유지하되, 기존과는 확연히 다른 게임성을 선보였다. 방대한 스킬트리는 가져오고 복잡한 시스템은 간소화한 대신, 게임 난이도 자체가 상당히 매콤해졌다.

새로워진 이야기, 새로워진 클래스

PoE 2는 전작에서 키타바가 처치된 뒤 20년 후 레이클라스트 대륙을 배경으로 한다. 1편 이후 오랜 시간이 지나며 어두운 분위기는 한층 강렬해졌는데, 이러한 모습은 캐릭터 생성 단계부터 엿볼 수 있다.

보통 캐릭터 생성 단계에서는 캐릭터의 늠름한 모습을 보여주기 마련이다. 그러나 PoE 2에서 캐릭터 생성을 클릭하면 교수대에 매달려 있는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이 때 플레이어가 캐릭터를 선택하면 그 외 나머지 캐릭터는 모두 처형되고, 선택된 캐릭터만이 홀로 살아남아 바다로 도망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마치 ‘앞으로 이 정도의 잔혹함이 나올거야’라고 경고하는 느낌이다.


분위기를 살리는 검은색과 붉은색 위주의 세계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분위기를 살리는 검은색과 붉은색 위주의 세계 (사진: 게임메카 촬영)

캐릭터 생성부터 잔혹함이 묻어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캐릭터 생성부터 잔혹함이 묻어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새로운 이야기를 그리는 만큼, 각종 클래스도 달라진 모습으로 돌아왔다. PoE 2의 직업은 총 12개로, 앞서 해보기 단계에서는 그 중 6개(소서리스, 레인저, 위치, 워리어, 머서너리, 몽크)를 고를 수 있다. 기자는 그 중 PoE 2에서 새롭게 선보인 클래스 ‘머서너리’와 ‘몽크’로 모험을 시작했다.

머서너리는 석궁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레인저와 유사해 보이지만, 사실 석궁보다는 총에 가깝다. 관통탄, 산탄, 번개 탄환 등 다양한 볼트를 전환해가며 전투하게 되며, 장전된 탄환을 모두 소비할 경우 주기적으로 재장전도 해줘야 한다. 때문에 번거로움이 약간 있으나, 탄환마다 감전 효과, 방어력 감소 등 추가 효과를 지니고 있어 상황에 따라 탄환을 바꾸는 컨트롤의 재미가 살아 있었다.

머서너리는 마치 슈팅게임을 하는 듯한 느낌을 선사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마치 슈팅게임을 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머서너리 (사진: 게임메카 촬영)

몽크는 육척봉과 맨손 타격이 주를 이루는 근거리 클래스로, 번개나 얼음 등 원소 스킬로 강력한 대미지를 줄 수 있다. 일반 스킬로 스택을 쌓고 원소 스킬로 이를 터트리는 구조인데, 스택을 쌓으려면 적을 특정 스킬로 처치하거나 선행 스킬이 필요하기에 난이도가 있는 편이다. 다만 쌓은 스택에 따라 원소 스킬의 형태가 변화하거나 강력한 대미지를 뽑아내는 만큼, 시원한 한 방을 선호하거나 컨트롤에 자신 있는 유저에게 추천한다.

몽크는 상당한 조작 난이도를 자랑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몽크는 상당한 조작 난이도를 자랑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강점은 살리고, 단점은 간소화했다 

기자는 전작을 플레이할 때, 복잡했던 시스템 때문에 한 차례 게임을 포기했던 기억이 있다. 실제로 많은 유저들이 ‘PoE는 불친절한 게임’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데, 개발사 측에서 이를 인지한 듯 PoE 2는 복잡하거나 불편했던 시스템이 상당 부분 간소화됐다.

우선 최대 5개까지 장착 가능했던 포션 슬롯이 체력 물약 1개, 마나 물약 1개로 줄었다. 포션 플라스크에 담겨 있는 효과를 다양하게 사용하지는 못하지만, 이전에는 아이템 세팅 과정에서 플라스크도 신경 써야 했던 만큼 복잡한 세팅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었다.

또한 장비에 장착하던 스킬 룬이 캐릭터 장착으로 변경됐다. 원래는 장비를 바꿀 때마다 스킬 룬을 일일이 다시 장착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으나, 이제는 한번 장착하면 플레이어가 따로 룬을 빼지 않는 이상 계속해서 사용 가능하다.

스킬이 캐릭터 장착으로 바뀌며 편의성이 더해졌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스킬이 캐릭터 장착으로 바뀌며 편의성이 더해졌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아울러 대다수 핵앤슬래시 게임에 사용되는 마우스 조작 외에도 WASD 조작을 지원한다. ‘단순히 조작법 하나 추가된 것 가지고 호들갑이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기자 역시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직접 해본 키보드 조작은 편의성 측면에서 체감이 컸다.

우선 WASD 버튼이 기본 이동을 담당하고 마우스 클릭과 나머지 키보드 버튼이 스킬을 사용하는 방식인데, 사용 횟수가 많은 이동 버튼의 부담이 키보드로 옮겨져 손가락 피로도가 크게 줄었다. 여기에 공격과 이동을 동시에 원활히 할 수 있는 만큼, 한층 세밀한 컨트롤이 가능해졌다. 기자는 키보드 조작으로 플레이를 시작했는데,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 다시 마우스 조작으로 바꾸자 심한 역체감이 들기도 했다.

이동과 공격이 분리되어 한층 세밀한 조작이 가능하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이동과 공격이 분리되어 한층 세밀한 조작이 가능하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그 외에 전작의 가장 큰 강점이었던 패시브 스킬트리는 한층 방대해졌다. 그만큼 레벨 업할 때마다 어느 패시브 루트로 캐릭터를 키워나갈지 고민하는 맛이 쏠쏠했다. 여기에 이후 엔드 콘텐츠에 도달한 뒤 장비 세팅까지 더해진다면, 방대한 빌드를 연구하는 재미가 이전보다도 더 커질 것으로 보였다.

패시브 스킬의 방대함이 느껴지는가? (사진: 게임메카 촬영)
▲ 패시브 스킬의 방대함이 느껴지는가? (사진: 게임메카 촬영)

핵앤슬래시라고 얕보면 큰 코 다친다, 매콤해진 난이도

핵앤슬래시의 가장 큰 매력은 강력한 스킬로 적들을 시원시원하게 쓸어버리는 사냥에 있다. 대부분 핵앤슬래시 작품이 이러한 공식을 따랐고, PoE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PoE 2는 그로부터 사뭇 다른 모습을 선보였다.

가장 큰 변화는 전반적으로 난이도가 전작에 비해 상당히 어려워졌다. 스토리 모드(액트) 기준 일반 필드의 몬스터 밀도는 전작과 비슷하지만, 몬스터가 주는 피해량이 눈에 띄게 늘었다. 이를 위해 구르기가 추가되긴 했으나, 구르기로 몬스터를 통과하지는 못한다. 때문에 거리 조절에 실패하거나 적에게 둘러쌓이면 순식간에 빈사 상태에 몰린다.

만약 적에게 둘러쌓인다면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일반 몬스터도 피해량이 상당한 만큼 (사진: 게임메카 촬영)

자칫 잘못하면 바닥에 싸늘히 누워있는 캐릭터를 보게 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자칫 잘못하면 싸늘히 누워있는 캐릭터를 보게 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매콤한 난이도는 보스전에 진입하는 순간 정점에 달한다. 이전에는 보스전에서도 적 공격을 맞으면서 반격하는 이른바 ‘맞다이’가 가능했으나, PoE 2에서 같은 방식으로 하다가는 순식간에 죽음을 맞는다. 더군다나 공격 범위 표시 기능도 없기에, 패턴을 모르는 첫 도전에는 필연적으로 고전을 면치 못한다.

다만 보스전이 마냥 어렵기만 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금까지 핵앤슬래시 보스전들은 지루하다는 느낌이 강했는데, 난이도가 오른 덕분에 이러한 점이 상당히 완화됐다. 플레이어의 도전욕구를 자극하는 적정선을 유지하고, 이전 보스전이 가졌던 지루함을 상당 부분 덜어낸 셈이다.

여기에 다채로운 보스 패턴이 힘을 보탠다. 1장 최종 보스 지오너 백작을 예로 들면, 1페이즈에서는 검기와 얼음 장판, 돌진, 기본 검격까지 4가지 패턴을 사용한다. 이후 체력이 3분의 1 감소하면 늑대로 변신하는데, 이 때는 돌진과 물기, 도약 후 강습, 얼음 기둥 소환 등 새로운 패턴으로 플레이어를 위협한다. 이후 체력이 절반 이하로 감소할 경우 3페이즈 시작과 함께 체력이 가득 차고, 이전까지의 패턴과 빛기둥 소환 등 추가 패턴이 더해진다. 


▲ 다양한 비주얼과 패턴을 가진 보스들이 등장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특히 어려웠던 1장 최종 보스 지오너 백작 (사진: 게임메카 촬영)
▲ 특히 어려웠던 1장 최종 보스 지오너 백작 (사진: 게임메카 촬영)

물론 패턴이 많다는 점은 자칫 잘못하면 게임을 포기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이를 위해 보스 패턴이 직관적으로 구성되어, 한 두 번만 도전해보면 패턴과 파훼법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또한 장비에 추가 옵션을 부여하는 ‘진화의 오브’나 ‘확장의 오브’ 같은 강화 아이템도 넉넉하게 지급한다. 보스전이 어렵다면, 아이템을 아끼지 말고 팍팍 사용하도록 하자. 

다른 색깔을 지닌 PoE·PoE 2, 취향껏 고르자

물론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인벤토리 크기에 비해 아이템이 차지하는 공간이 커 마을을 자주 왕복해야 했고, 일부 퀘스트는 폰트 크기가 너무 작아 불편하기도 했다. 다만 플레이에 큰 지장을 주는 요인은 아니었기에, 어느 정도 감안할 수 있었다.

장비 아이템 10개도 넣기 빠듯한 인벤토리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장비 아이템 10개도 넣기 빠듯한 인벤토리 (사진: 게임메카 촬영)

종합적으로 PoE 2는 꽤 만족스러웠다. 특색 있는 직업과 방대한 패시브 트리 등 전작의 장점은 유지하고, 간소화된 시스템으로 진입 장벽을 낮췄다. 여기에 매콤한 난이도의 보스전이 끊임없이 도전욕구를 자극한다.

하지만 전작을 생각하고 PoE 2를 시작한다면, 상당한 거부감을 들 위험은 있어 보였다. 이를 위해 그라인딩 기어 게임즈가 1편 서비스도 계속 이어간다고 밝힌 만큼, 적들을 쓸어버리는 시원한 전투를 원한다면 1편을 계속 하는 것을 추천한다. 대신 PoE 2만의 매력도 확실하니, 긴장감 넘치고 쫄깃한 전투를 선호한다면 2편도 반드시 해보기를 바란다.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닌 만큼, 취향에 맞는 작품을 즐기도록 하자 (사진: 게임메카 촬영)
▲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닌 만큼, 취향에 맞는 작품을 즐기도록 하자 (사진: 게임메카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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