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장면·명대사·낯익은 기술까지 그대로, 슬램덩크 모바일

▲ 슬램덩크 모바일 대기화면 (사진: 게임메카 촬영)

슬램덩크는 드라마 ‘마지막 승부’와 함께 90년대 국내 농구 붐을 이끈 만화이자 애니메이션이다. 20여 년이 지난 2020년 현재까지도 포기를 모르는 남자 정대만이 울며 내뱉었던 “농구가 하고 싶어요”라는 명대사나 “뜨거운 코트를 가르며~ 너에게 가고 있어~”라는 가사로 시작하는 주제가가 회자되고 있다. 

이처럼 역대 최고 농구 만화라 할 수 있는 슬램덩크를 기반으로 한 ‘슬램덩크 모바일’은 디엔에이(DeNA)가 직접 개발해 국내 서비스까지 맡은 멀티플레이 대전 기반 모바일 농구 게임이다. 지난 3일부터 7일까지 비공개 테스트를 했는데, 그 옛날 TV를 통해 전해졌던 뜨거운 열정을 잘 구현했을지 궁금했다. 일단 이번 테스트에서는 그 시절 감성을 충실히 재현했다는 점에서 합격점을 줄 수 있다. 주옥 같은 명장면과 명대사, 그리고 낯익은 기술까지 게임에 잘 녹여냈기 때문이다.

▲ 슬램덩크 모바일 소개 영상 (영상출처: 디엔에이 공식 유튜브 채널)

오프닝 영상부터 온 몸에 소름이

‘만화영화’를 볼 때 주제곡 파트는 보는 이에게 있어 심신을 가다듬는 의식과 같은 순간이다. 흘러나오는 노래를 따라 부르며 곧 나올 본 본편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리게 된다. 슬램덩크 모바일에서도 이러한 ‘의식’을 치를 수 있는데, 게임 대기화면에서 애니메이션 오프닝 영상을 볼 수 있다. 요즘 나오는 애니메이션과 비교하면 화질과 색감이 매우 거칠지만, 가수 박상민의 거친 목소리와 함께 코트를 질주하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에서 진한 향수를 느낄 수 있었다.

이와 같은 원작의 향기는 슬램덩크 모바일 전반에 걸쳐 짙게 베어있다. 먼저 ‘스토리 모드’는 슬램덩크 스토리를 감상하고, 관련 미션을 수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원작사인 토에이 애니메이션으로부터 정식 감수를 받은 만큼 실제 애니메이션 컷신을 통해 원작의 이야기를 전달한다. 아울러 미션들 역시 강백호를 조작해 채소연 앞에서 덩크슛을 시도한다거나, 채치수와의 1 대 1 대결에서 채치수의 공을 빼앗는 등 원작 스토리와 연관된 내용이어서 몰입감을 더한다.

▲ 애니메이션 오프닝 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애니메이션 컷신을 통해 원작 스토리를 감상할 수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그런데 스토리 모드를 전부 즐기려면 요구하는 계정 레벨을 충족해야 한다. 레벨은 슬램덩크 모바일의 메인 콘텐츠인 멀티플레이 대전을 즐겨야 올릴 수 있다. 가장 기본이 되는 모드는 3 대 3 하프코트 규칙으로, 플레이어는 임의의 다른 플레이어와 팀을 맺게 된다. 레벨에 따라 2 대 2 대전을 비롯한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추가로 해금되며, 특정 시간대에는 원작 속 규칙과 동일한 5 대 5 대전도 즐길 수 있다.

여기까지는 ‘다른 길거리 농구 게임과 다를 바 없지 않나?’라고 반문할 수 있지만, 플레이어가 조작하는 캐릭터가 다름아닌 애니메이션 속 등장인물이다. 강백호, 서태웅, 채치수를 비롯한 북산고등학교 선수들과 윤덕규를 필두로 한 능남고, 그리고 북산의 도내 예선 1차전 상대로 나왔던 삼포고 선수들을 이번 테스트에서 만날 수 있었다. 이와 같은 선수 라인업은 능남 에이스 윤대협을 비롯해, 상양, 해남, 산왕 등 이름 난 강호교 선수들이 추가될 정식 서비스 이후가 더욱 기대된다.

▲ 메인콘텐츠는 3 대 3 대전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새 스토리는 레벨에 따라 해금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일부 캐릭터들은 유저에게 기본으로 주어지지만, 인기 캐릭터들은 상점에서 획득할 수 있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확률에 의존한 뽑기가 아닌, 구매를 통해 확정적으로 마음에 드는 캐릭터를 획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캐릭터 구매 시 요구하는 재화도 그리 많은 양은 아니기에 수집 자체는 수월하다. 단, 모든 캐릭터가 동일하게 최하 등급부터 시작하고, 레벨과 마스터리 등 다양한 강화 요소가 있어 육성에 드는 품은 다소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등장인물들의 특징은 외형뿐 아니라 실제 게임 플레이에도 반영됐다. 각각의 캐릭터마다 고유기술을 보유하고 있는데, 강백호의 경우 마크 대상의 슈팅 또는 돌파를 원천 봉쇄하는 ‘훅훅 수비’를 사용할 수 있으며, 채치수의 경우 트레이드 마크인 ‘고릴라 덩크’가 궁극기다. 그리고 북산의 식스맨 ‘안경선배’ 권준호는 원작에서 능남고등학교와의 시합 마지막에 보여준 3점슛에 착안한 슈팅기술을 궁극기로 보유하고 있다. 궁극기 사용시 애니메이션 컷신을 활용한 화려한 연출도 눈길을 끈다.

▲ 이 장면이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이렇게 구현됐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궁극기를 시전하면 애니메이션 컷신도 나온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슬램덩크 팬이라면 실망하지 않을 게임

‘캐릭터의 능력치나 스킬에 따라 승패가 좌우되지 않을까?’하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캐릭터 궁극기는 게이지를 채워야 하기에 시합 중 1번 정도 나온다. 그야말로 긴장감이 흐르는 승부처에서 구사해야 하는 기술이다. 그 외 고유기술 역시 가능한 상황과 위치가 정해져 있어 마구잡이로 사용할 수 없다.

또한 캐릭터의 능력치보다도 플레이어의 조작 실력에 따라 골인이나 리바운드 성공 여부가 갈린다. 수비 시에는 마크 대상을 끊임없이 쫓아가고, 해당 선수가 공을 잡았을 경우 부채꼴 형태로 표시되는 마크 범위 내에서 수비를 해야 한다. 반대로 공격 시에는 드리블과 패스로 상대방 마크를 따돌려야 한다. 슛, 드리블, 가로채기, 리바운드 등 기술 시전은 버튼 하나로 가능할 만큼 간단하지만, 성공률을 높이는 과정에서 세밀한 조작을 요구한다. 단순히 원작 인기에 편승한 게임이 아닌, 농구 게임 자체로도 상당한 완성도가 느껴지는 시스템이었다.

슬램덩크 모바일의 단점으로는 스토리 모드 애니메이션 컷신에서 한국어 자막과 부조화를 이루는 일본어 음성을 들 수 있다. 자막에는 ‘백호야!’라 써있는데, 들리는 음성은 ‘사쿠라기쿤!’이다. 게임 내에서 유일하게 한국어를 지원하지 않는 부분이어서 다소 두드러져 보인다. 아울러 애니메이션 컷신 재생 시 가상의 댓글들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우측에 위치한 ‘댓글 감춤’ 버튼을 눌러 제거할 수 있지만, 애니메이션 컷신을 감상할 때마다 같은 행동을 반복해야 한다는 점에서 꽤 성가시다.

▲ 슬램덩크 모바일 게임플레이 화면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오른쪽에 위치한 댓글 감춤을 사용하자 (사진: 게임메카 촬영)

이와 같은 소소한 단점을 제외하면 슬램덩크 모바일의 첫 인상은 긍정적이었다. 농구 게임으로서의 완성도도 기대 이상이었고, 원작 애니메이션의 특징 역시 구석구석 잘 스며들어 있었다. “농구 좋아하세요?”라는 대사에 마음이 설레는 이라면, 슬램덩크 모바일의 정식 출시를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