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미드가 게임판에 쏟아진다

예전엔 해외 드라마는 ‘외화’라는 이름으로 공중파에서 제한된 시간에서만 볼 수 있었다. 때문에 대부분 작품은 일부 마니아들 사이에서만 회자됐다. 그러나 요즘에는 미드와 영드는 물론 일드, 중드까지 대중적인 인지도를 누리고 있다. 넷플릭스를 필두로 유튜브, 웨이브(wavve), 티빙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TV는 물론 PC,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서나 해외 드라마를 볼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에 국내 드라마보다 더 많은 화제를 모으는 해외 드라마도 다수 등장했다.

해외 드라마가 국내에서도 높은 인지도를 누리면서, 이를 소재로 한 게임에 대한 관심도 도 덩달아 높아졌다. 또한 드라마 원작자나 게임사에서도 한국에서의 높은 관심을 인지한 듯 과거에 비해 한국어를 공식 지원하는 게임도 크게 늘었다. 이전에도 드라마가 게임으로 나오는 경우는 드문 일은 아니었지만, 최근에는 그야말로 쏟아진다는 느낌이다.

▲ 해외 드라마 대중화의 일등공신 넷플릭스 (사진: 넷플릭스 홈페이지 갈무리)

드라마도 게임도 복고풍, 기묘한 이야기

‘기묘한 이야기’는 1980년대 미국의 한 작은 마을을 무대로 한 호러 & S.F. 장르 드라마다. 스토리를 보면 1980년대에 어린시절을 보낸 미국인들이 공감하고 흥미로워할 만한 요소들이 다수 존재한다. 이 부분이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얻어 ‘넷플릭스 오리지널’ 중 가장 인기 있는 드라마로 등극했다. 추억 요소를 제외하더라도 탄탄한 서사를 갖춰 한국에서도 두터운 팬층을 거느리고 있다.

미국에서 ‘국민 드라마’ 대우를 받은 만큼 게임으로도 여럿 만들어졌는데, 대표적인 것이 보너스XP가 개발한 기묘한 이야기: 더 게임 시리즈다. 모바일로 나온 1편은 지난 2017년에 출시됐는데 도트 그래픽으로 원작의 복고 느낌을 잘 살려 높은 인기를 구가했다. 이 같은 성공 덕분인지 후속작인 기묘한 이야기 3: 더 게임은 시즌 3 방영에 맞춰 지난 2019년 PC와 콘솔로 출시됐다. 짧은 플레이타임이 아쉽긴 하지만 드라마 팬이라면 만족스러운 게임이라는 평이다.

▲ 원작 드라마처럼 복고풍인 기묘한 이야기 3: 더 게임 (사진출처: 스팀)

마약왕과 경찰의 정면대결, 나르코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나르코스’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범죄 드라마다. 현재까지 총 5개 시즌이 방영됐는데, 그 중에서 시즌 1~3은 콜롬비아의 전설적인 마약왕 파블로 에스코바르와 미국 마약단속국 사이의 ‘범죄와의 전쟁’을 다룬다. 국내에서도 높은 인기를 구가한 방영분이다.

드라마 나르코스를 원작으로 한 게임 나르코스: 라이즈 오브 더 카르텔은 지난 2019년 11월 출시됐다. 드라마 시즌 1 이후를 배경으로 한 오리지널 스토리를 담고 있으며, 원작에서 등장했던 주요 인물들이 게임 유닛으로 등장한다. 플레이어는 미국 마약단속국과 메데인 카르텔 중 하나를 선택해 해당 세력 시점에서 이야기를 즐길 수 있다. 팀 단위로 턴을 주고받으면서도 매 턴마다 하나의 유닛만 움직일 수 있게 해 다른 턴제 전략게임과 차별화를 도모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부분이 게임 진행을 늘어지게 만들어 유저들로부터 혹평을 받았다.

▲ 넷플릭스 인기 범죄 드라마 나르코스 (사진출처: 넷플릭스)

▲ 게임은 혹평을 면치 못했다 (사진출처: 스팀)

게임에선 내가 14대 닥터, 닥터 후

비록 미드가 아닌 '영드'긴 하지만, 닥터 후 역시 주목할 만 하다. 겉보기에 공중전화 부스를 닮은 시간여행 장치를 타고 종횡무진하는 외계인의 이야기를 다룬 영드 닥터 후는 지난 1963년 처음 시작해 현재까지도 현재진행형인 ‘족보 있는’ 드라마다. 한국에도 오래 전부터 소개됐고, 지난 2005년에는 공중파를 통해 방영된 한국어 더빙버전이 많은 인기를 끌며 영드 전성기를 열었다. 최근에는 바뀐 제작진과 캐스팅이 팬들의 불만을 사며 위상에 흠집이 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인기 있는 영드임은 분명하다.

이 드라마의 매력은 시간여행 장치 타디스를 타고 다양한 시간대의 우주를 누비며 호전적 외계인과 싸우는 닥터의 활약상이다. 이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게임이 지난 2019년에 출시됐는데, 메이즈씨어리가 만든 VR게임 닥터 후: 디 엣지 오브 타임이 바로 그것이다. 플레이어는 닥터의 동료가 돼 ‘달렉’, ‘우는 천사’ 등 드라마 속 대표 악당들과 싸우며 사라진 닥터를 찾아야 한다. 높은 완성도의 그래픽 덕분에 닥터 후 팬이라면 매우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다. 다만, 짧은 플레이타임과 단조로운 퍼즐이 단점으로 지적된다.

▲ VR게임 닥터 후: 디 엣지 오브 타임 소개 영상 (영상출처: 닥터 후 공식 유튜브 채널)

이번에는 이름값 하나, 왕좌의 게임

‘왕좌의 게임’은 베테랑 소설가이자 각본가, 그리고 유럽 중세사 마니아인 조지 R.R. 마틴이 쓴 판타지 소설 ‘얼음과 불의 노래’를 원작으로 HBO가 제작한 블록버스터 드라마다. 원작 소설의 선정적이고 잔혹한 장면까지 가감 없이 표현해 논란이 됐지만, 유럽 중세 봉건제 사회를 모티브로 한 웨스테로스 대륙에서 철왕좌를 두고 벌이는 다양한 세력과 인물들의 투쟁을 생동감 있게 그려내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인기 드라마인 만큼 당연히 게임으로도 출시됐는데, 안타깝게도 현재까지 나온 것 중 팬들을 만족시킨 것은 사실상 없다시피 하다. 프랑스 게임사 사이어나이드가 만든 2011년작 ‘왕좌의 게임: 제네시스’는 리뷰 집계 사이트 메타크리틱에서 평점 53점, 스팀 유저 평가 ‘대체로 부정적’으로 혹평을 면치 못했다. 이후 액션RPG, 모바일SNG 등으로 신작이 나왔지만, 결과적으로 원작 느낌 보다는 인기에만 편승한 평작 혹은 망작이라는 평을 면치 못했다.

드라마는 지난 2019년, 시즌 8을 마지막으로 종영을 맞았다. 더 이상 드라마 인기에 기댈 수 없는 상황이기에 게임 역시 소식이 뜸해지는 듯 했으나, 오는 21일, 모바일 전략게임 왕좌의게임: 윈터이즈커밍’이 국내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전에 나온 게임과 달리 존 스노우, 대너리스 타르가르옌 등 드라마 등장인물의 모습을 고스란히 구현한 일러스트, 그리고 너무나 익숙한 주제곡 ‘게임 오브 쓰론’을 내세워 팬들의 마음을 설득하고 있다. 과연 기존 게임들과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 드라마 왕좌의 게임 포스터 (사진출처: HBO 공식 홈페이지)

▲ 왕좌의게임: 윈터이즈커밍 소개 영상 (영상출처: 유주게임즈코리아 공식 유튜브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