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정남] 홍철 없는 홍철팀? 개명이 시급한 캐릭터 TOP 5
게임메카 류종화 기자
2020.08.13 15:15
※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이나 캐릭터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보통 사람이나 단체의 이름은 ‘이렇게 됐으면 좋겠다’라는 소망을 담거나 눈에 띄는 특징을 따서 짓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세상살이가 어디 쉬운가? 좋은 이름을 붙였더라도 그대로 살기가 영 쉽지만은 않다. 그런 이유로 이름과 현실의 괴리감이 있는 경우 어느 정도까지는 좋게좋게 넘어가 주는 것이 국룰이다.
하지만, 여기 도저히 그냥 넘어가기 어려운 이들이 있다. 이름 자체도 굉장히 직관적인데, 대놓고 정반대로 살아가는 경우다. ‘반어법이구나‘ 라며 웃고 넘어가려 하지만 딱히 유쾌하지도 않다. 진지하게 개명을 권하고 싶은 게임 캐릭터 및 단체 TOP 5를 꼽아 보았다.
TOP 5. 불사신이 죽었어? 후지미노 이사오(역전재판 2)
역전재판 2에 등장하는 배우 후지미노 아사오. 이름을 찬찬히 뜯어보면 죽지 않는 ‘불사신(不死身)’을 음독/훈독해 읽은 일본식 발음 ‘후지미’에서 따왔다. 실제로 특촬물 ‘닌자 난쟈’ 주연을 맡고 있으며, 자서전에 곰과 1 대 1 대결을 한 후 친구가 되었다는 일화를 쓰는 등 이름에 걸맞는 행보를 걸어온 인물이다.
그런데, 이 후지미노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작품 내에서 죽고 만다. 역전재판 등장인물이라고 해서 무조건 사망하는 것도 아닌데, 괜히 혼자서 이상한 음모를 꾸미다 역으로 살해당하며 퇴장한다. 이름이 불사신이라고 실제로 안 죽는 몸일 수는 없겠지만, 너무나도 허무한 퇴장이었다. 뭐, 그의 대표작인 ‘닌자 난쟈’는 살인 사건 이후에도 종영되지 않고 배우를 바꿔 가며 계속 방영됐으니 반쯤은 이름값 한 것일지도?
TOP 4. 주인공이야? 엑스트라야? 슈진코(모탈컴뱃 시리즈)
모탈 컴뱃 6편 ‘디셉션’에 등장한 플레이어블 캐릭터 슈진코. 역시 이름을 읽어보면 주인공(主人公)의 일본식 발음이다. 일단은 이름에 걸맞게 주인공 포지션을 맡긴 했지만, 시리즈 전체적으로 보면 존재감이 엑스트라 수준이다. 자신만의 오리지널 기술도 없고, 스토리에서도 비중이 너무나 적다. 철저히 이용만 당한 데다, 다음 작품에서는 이름뿐이던 주인공 자리도 내려놓았다.
결국, 그는 세계관이 리셋된 모탈컴뱃 9 이후엔 플레이어 캐릭터로 등장하지도 않는다. 일부 장면에서 모습을 보이긴 하지만, 그마저도 간단히 이름만 언급되거나 안구에 습기 차는 불쌍한 샌드백일 뿐. 그가 이름과 같은 존재감을 뽐내려면 후속작에서 적게라도 힘을 실어줄 필요가 있겠다만, 현재 돌아가는 모습을 보아하면 그것도 소원해 보인다.
TOP 3. 홍철 없는 홍철팀, 트루 대미지(롤)
2019년 롤드컵에서 화려하게 데뷔한 리그 오브 레전드 가상 그룹 ‘트루 대미지’. K/DA의 카리스마 래퍼 아칼리가 이끄는 힙합 크루로, 야스오와 에코, 키아나, 세나가 더해진 5인 혼성 그룹이다. 비록 K/DA만큼 어마어마한 파급력을 발휘하진 못했지만, 거대 차크람, 은신, 시간 조절 등 챔피언들의 특수 능력을 십분 반영한 무대 연출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런데, 그룹명이 트루 대미지(고정 피해)인 것과는 별개로, 멤버들 중에는 고정 피해를 입히는 챔피언이 단 한 명도 없다. 고정 피해란 상대방의 방어력이나 마법 방어력과 관계 없이 일정한 피해를 입히는 것을 뜻하지만, 위 캐릭터들은 전부 상대에 따라 대미지가 달라지는 일반 물리/마법 공격만 한다. 이에 대해 라이엇게임즈 관계자는 “멈출 수 없는 힘과 매력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표현하고 싶었다”라고 밝혔지만, 아무리 봐도 ‘홍철 없는 홍철팀’ 느낌은 지울 수 없다.
TOP 2. 얼굴 있는데? 얼굴없는 자(워크래프트)
워크래프트 3 프로즌 쓰론에서 처음 등장한 ‘얼굴없는 자’는 고대 신이 창조한 종족으로, 얼핏 크툴루를 연상시키는 무시무시한 외형을 지니고 있다. 개체마다 생김새가 조금씩 다르기에 프로토스를 닮았거나, 코끼리와 비슷하거나, 진짜 문어처럼 생긴 경우도 있다. 이쯤 되면 대충 눈치챘겠지만, 이들은 얼굴이 떡 하니 있다! 디아블로 시리즈 천사들처럼 얼굴을 짙은 어둠으로 가리고 다닌다거나, 모든 개체가 가면을 쓰고 있어 얼굴이 드러나지 않는 것도 아니다. 그냥 대놓고 얼굴을 보여주고 다닌다.
사실 이들이 얼굴없는 자가 된 것은 번역 문제이기도 하다. 이들의 영문 명칭은 ‘Faceless One’으로, Faceless는 ‘얼굴이 없는’으로 번역되기도 하지만, ‘정체 불명의’라는 뜻도 지니고 있다. 다만, 이 캐릭터의 모티브가 된 크툴루 신화의 아우터 갓 ‘니알라토텝’이 수많은 모습으로 나타나며 ‘얼굴 없는 신’이라 불렸기에 그들 역시 얼굴없는 자가 됐을 뿐이다. 뭐, 아무리 그래도 얼굴없는 자의 얼굴을 보고 있자면 내가 뭘 하고 있는 건가 싶다.
TOP 1. 수틀리면 12명까지 나오는, 4인의 공왕(다크소울)
4인의 공왕은 다크 소울 심연 지역에 등장하는 보스다. 처음엔 한 명만 나오지만, 40초마다 새로운 공왕이 한 명씩 추가되므로 합공당하기 싫다면 속전속결로 끝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들은 개별 개체이면서 하나인데, 개체 별 HP와 별개로 하나의 커다란 ‘전체 HP’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는 전체 HP가 개별 HP의 4배 정도 되기에, 4명의 공왕을 해치우면 클리어 할 수 있다.
그러나, 약간 삐끗해서 4번째 공왕이 나타난 후 40초 안에 전투를 끝내지 못한다면? 혹은 해치우긴 했지만 이런저런 문제로 전체 HP를 덜 깎았다면? 곧바로 다섯 번째 공왕이 나타난다. 그 공왕도 해치우지 못하고 시간을 끌면 여섯 번째 공왕이 나타난다. 이론상으로는 최대 12명까지 나타난다고 하는데, 이쯤 되면 ‘최소 4인의 공왕’이라고 개명해야 하는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