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과 함께 스토리 전달력도 풍부해진 마피아 리메이크

▲ '마피아 데피니티브 에디션' 대기 화면 (사진: 게임메카 촬영)

영화 '대부' 시리즈는 대중예술에 여러모로 큰 영향을 미친 작품이다. 마피아라는 극악무도한 조직을 미화했다는 비판을 벗어날 순 없겠지만, 영화 역사상 최고 걸작 중 하나로 뭇 남성들에게 적잖은 로망을 안겨준 작품임을 부정할 수도 없다. 사실상 이 작품이 있었기에 범죄조직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웅본색, '무간도', '신세계' 같은 명작들이 탄생할 수 있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느와르물의 정석을 따라가는 탄탄한 스토리와 연출, 정확한 고증 등으로 호평을 받은 '마피아' 시리즈도 대부가 없었으면 세상에 등장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 시리즈의 시작을 알린 명작 '마피아' 1편이 18년 만에 '마피아 데피니티브 에디션'으로 리메이크돼 돌아왔다. 9월 25일 정식으로 출시되는 이 게임을 한 발 빠르게 먼저 체험해봤다. 몰라보게 일신된 그래픽과 스토리 이해를 돕는 여러 장면이 추가되고, 거기에 원작의 단점으로 지적되던 편의성이나 인공지능 등이 수정되어 더욱 깊이 있게 작품에 빠져들 수 있었다. '대부' 못지 않은 명작인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좋은 친구들'이 떠오를 정도였다.

▲ '마피아 데피니티브 에디션' 공식 스토리 트레일러 (영상출처: 게임 공식 유튜브)

그래픽은 일신되고, 편의성은 강화됐다

마피아는 세계 1차대전 종식 이후 대공황을 거치며 혼란을 겪은 193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하는 오픈월드 액션 어드벤처게임이다. 주인공은 가상의 도시 로스트 헤븐의 평범한 택시기사 토마스 안젤로로, 플레이어는 모종의 사건으로 마피아와 엮인 주인공이 점차 범죄 조직의 일원이 되어가는 과정을 직접 체험하게 된다.

가장 눈에 띄는 원작과의 차이점은 역시 그래픽이다. 원작은 무려 18년 전 PS2와 Xbox로 출시된 작품인 만큼 그래픽을 통한 표현dp 한계가 명확했다. 등장인물들의 표정은 한결같으며, 복장도 당시 패션 스타일을 완벽히 담아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 데피니티브 에디션에선 그래픽이 눈에 띄게 일신됐다. 캐릭터의 외형이 바뀐 것은 물론이며, 맵도 더욱 넓어졌고, 광원효과도 새롭게 적용됐다. 리마스터가 아니라 리메이크를 택한 이유를 분명히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그래픽은 비교할 것도 ㅇ벗이 어마어마하게 좋아졌으며 (사진: 게임메카 촬영)
▲ 그래픽은 비교할 것도 없이 어마어마하게 좋아졌으며 (사진: 게임메카 촬영)

맵도 훨씬 넓어지고 도로도 넓어졌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맵도 훨씬 넓어지고 도로도 넓어졌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이 밖에도 원작 단점으로 지적됐던 몇 가지 요소들이 수정됐다. 가만히 서서 총알을 맞아주던 NPC들은 은폐와 엄폐를 활용하며 분대별로 체계적인 움직임을 갖춘 적들로 진화했으며, 좁아터져서 차를 제대로 운전할 수 없었던 길도 조금 더 넓어졌다. 이 밖에도 적의 공격에 반격할 수 있는 패링 기능도 추가됐으며, 운전 중에 벽을 박아도 전처럼 체력이 왕창 깎이지도 않는다. 원활한 길 찾기를 위해 미니맵과 함께 체크포인트로 향하는 표지판도 형성됐다. 

범죄가 창궐한 1930년대 미국을 압축한 묘사

이 같은 그래픽 변화는 특유의 현실성을 더욱 부각시켜 준다. 1930년대 미국은 시칠리아에서 건너온 마피아들이 사회 곳곳에 침투해 사채업, 도박, 마약 밀매 등의 각종 범죄를 일삼는 무법지대였다. 요즘 같은 시기라면 이런 범죄는 대부분 공권력에 의해서 물색되고 통제되었겠지만, 당시 미국은 보유하고 있는 기술이나 치안 수준에 비해 영토가 지나치게 넓었고, 전쟁과 경제 공황을 연속으로 겪은 뒤라 이를 제어할 체계를 제대로 갖추지 못했었다.

게임을 시작하면 이런 부감샷으로 로스트 헤븐의 전경을 보여주는데 (사진: 게임메카 촬영)
▲ 게임을 시작하면 이런 부감샷으로 로스트 헤븐의 전경을 보여주는데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이를 통해 게이머는 여기가 1930년대 미국임을 확실히 체감할 수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마피아는 이와 같은 사회적 배경을 '로스트 헤븐'이란 가상의 도시에 압축시켜 담아냈다. 원작에선 미국이 아니라 영국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랜드마크가 도드라지지 않았으나, 데피니티브 에디션에선 뉴욕 맨하튼과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를 적절히 섞어 놓은 듯한 모습으로 확실한 정체성을 띠고 있다. 1931년에 지어진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닮은 건물이 있고, 금문교를 닮은 교량도 보인다. 원작은 하드웨어의 한계로 인해 마천루가 잘 표현되지 않았고, 차이나타운 같은 장소는 구색만 갖춘 정도에 불과했던 것을 생각하면 훨씬 실감 나게 당시의 풍경을 묘사한 셈이다. 

거리 풍경도 훨씬 생동감 넘치게 변했다. 곳곳에 지상 전차가 돌아다니고, 신호등도 없고, 차선도 잘 안 보이는 도로에는 자동차가 자유롭게 굴러다닌다. 중절모에 신문을 들고 걸어가던 NPC 앞을 차로 스치고 지나가면 곧바로 화를 내고 짜증을 낸다. 택시에 태운 손님은 듣고 싶은 라디오 채널을 이야기하며, 해당 라디오에선 날씨 예보부터 당시 도시에서 일어날 법한 사건사고가 보도된다. 게임 곳곳에 아주 디테일한 방식으로 현실을 담아내려는 모습을 느낄 수 있다.  

금문교 같은 랜드마크를 통해 당시의 모습이 정확히 드러나며 (사진: 게임메카 촬영)
▲ 금문교 같은 랜드마크를 통해 당시의 모습이 정확히 드러나며 (사진: 게임메카 촬영)

뒷골목도
▲ 당시의 뒷골목도 잘 구현돼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1930년대의 인기 스포츠인 프로레이싱도 즐길 수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당대의 인기 스포츠인 프로레이싱도 즐길 수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가장 놀라운 부분은 차량이나 총기 조작도 현실적으로 묘사됐다는 점이다. 운전의 경우 1930년대답게 차량이 자기 마음대로 움직이는 경우가 거의 없고 내구도도 정말 낮다. 레이스를 진행하다가 벽에 박으면 바로 리타이어 될 정도다. 때문에 폐차를 양산하지 않으려면 정말 섬세하게 차량을 조작해야 한다. 총기도 마찬가지다. 당시의 총기답게 반동도 엉망이고 명중률도 굉장히 낮다. 주인공이 총을 다루는데 어색하다는 설정 탓인지 원하는 곳에 사격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원작에서도 드러났던 특징이지만, 이번 리메이크에서는 이를 플레이에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섬세히 다듬는 것에 성공했다.

운전은 정말 만만치 않게 어려워서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운전은 정말 만만치 않게 어려워서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조금만 박으면 차가 폐차 직전의 상태가 되며 (사진: 게임메카 촬영)

총은 어디로 나갈지 모를 만큼 반동이 심한 편이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총은 어디로 나갈지 모를 만큼 반동이 심한 편이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물론 이런 부분이 이 게임의 매력이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물론 이런 부분이 이 게임의 매력이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풍부해진 캐릭터들의 표정 연기

이런 그래픽의 향상과 섬세한 고증은 게임의 몰입감을 높이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마피아는 기본적으로 선형적 구조의 게임인 만큼 스토리가 핵심이다. 실제로 원작 또한 순수한 토마스가 마피아 세계에 동경을 갖고 잔혹한 범죄조직에 스며드는 과정을 잘 묘사한 것으로 유명했다. 이번 데피니티브 에디션은 더욱 쉽게 이야기 전체의 흐름을 이해하고 캐릭터의 감흥에 젖어들 수 있도록 많은 부분이 개량됐다. 

기본적으로 처음부터 새롭게 재구축된 그래픽 향상은 캐릭터의 감정을 담아내는 ‘표정’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줬다. 가령, 몇 번의 대사로 진행됐던 토마스의 패밀리 가입 장면은 토마스의 눈빛과 살리에리를 비추는 어두운 조명으로 토마스가 겪게 될 변화를 암시한다. 이 외에도 임무를 하달하는 프랭크의 뒤를 알 수 없는 표정, 금방이라도 겁에 질려 도망갈 것 같은 폴리의 눈빛 등은 스토리의 전달력을 높여주고 더욱 깊은 감정 이입을 이끌어낸다. 

처음 패밀리에 가입할 때 이런 표정이었던 토마스는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처음 패밀리에 가입할 때 이런 표정이었던 토마스는 (사진: 게임메카 촬영)

몇 년뒤 이렇게 능글맞은 표정을 지을 줄 알게 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몇 년뒤 이렇게 능글맞은 표정을 지을 줄 알게 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더불어 기존 컷신을 단순히 재활용하는 것을 넘어 아예 재촬영했기 때문에 카메라의 구도나 편집이 더욱 보기 편해졌으며, 그만큼 의미있는 연출도 많아졌다. 이를테면, 평소엔 카메라 오른쪽에서 지령을 내리던 프랭크가 화면 왼쪽으로 배치됨으로써 어떤 갈등이 발생하리라는 복선을 표현하기도 하고, 토마스가 노먼 형사와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서 인물을 점차 클로즈업함으로써 둘 사이의 비밀스런 교감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이처럼 원작에선 없던 연출이 새로 추가되면서 마피아 사회 특유의 긴장감을 지속적으로 유지한다.

얼굴에 드리운 그늘과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얼굴에 드리운 그늘과 (사진: 게임메카 촬영)

인물의 배치와 구도에도
▲ 인물의 배치와 구도에도 모두 의미가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세월을 거스른 모범적인 리메이크

전반적으로 훌륭한 이식이지만 아쉬운 부분을 하나 고르라면, 현재 기준 최선이라고는 볼 수 없는 그래픽이다. 마피아 데피니티브 에디션의 그래픽 수준은 출시된 지 6년이 넘어가는 GTA5에 비견된다. 물론 인물의 감정과 표정은 좀 더 디테일한 편이지만, 게임 중간에 텍스처가 깨지는 부분이 많고 맵 곳곳에 중요하지 않은 부분의 묘사가 도드라져 '마피아 3' 때보다 어색한 경우가 많다. 화염병을 던지거나 피격 시 모션도 부자연스러운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피아 데피니티브 에디션에 대한 전반적 평가는 합격점이다. 이미 잘 알려진 스토리인 데다가 시스템 측면에서 큰 변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원작인 지닌 장점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새로운 재미를 전달하는 데 성공했다. 마피아에 좋은 추억이 있는 게이머라면 가히 18년의 세월을 거슬러 다시 태어났다고 봐도 무방한 이번 리메이크를 절대로 놓치지 않길 바란다.

▲ 18년의 세월을 거슬러 다시 태어난 명작을 절대 놓치지 말길 바란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이재오 기자 기사 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