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펑크 2077] 최고 기피 시설은 '학교'다
게임메카 류종화 기자
2020.09.01 14:30
옛날에 비해 많이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우리가 학교에서 배우는 대부분의 과목은 암기 위주다. 많은 양의 지식을 암기하기 위해 지금도 많은 이들이 책상 앞에 앉아 머리를 싸매고 있다.
그런 현대인들에게, 사이버펑크 2077에 나오는 데이터 샤드는 꽤나 획기적인 발명품이다. 컴퓨터에 메모리 카드 꽂듯 인체에 데이터 샤드를 넣어 대용량의 지식을 손쉽게 뇌에 덮어쓸 수 있으니, 영어사전은 물론 수십 권의 두꺼운 법전이나 의학지식까지 몇 초 만에 암기할 수 있다. 물론 해당 지식을 활용하는 능력은 별개겠지만, 그것만 해도 꿈과 같은 일이다.
그렇다면, 데이터 샤드 기술이 보편화되면서 지식 습득이 쉬워진 2077년 나이트 시티의 학교는 대체 어떤 내용을 가르칠까? 이에 대한 CD 프로젝트 레드 마르친 블라하 스토리 디렉터의 대답은 다소 의외였다. 사이버펑크 2077 세상의 공교육 시스템은 거의 붕괴됐다는 것이다.
마르친 블라하는 "사이버펑크 2077의 세계는 거대 기업이 통제하고, 정부의 발언권은 거의 없는 디스토피아적 세상이다. 공공 자금으로 운영되는 기관들은 사람들이 기피하는 곳이며, 특히 가장 기피하는 기관 중 하나가 바로 교육 기관이다"라며 "2077년에는 대중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에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게임 내에서 시내를 돌아다니다 보면 아침이건 낮이건 저녁이건 어린아이들이 아무 일도 안 하고 돌아다니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는데, 이는 학교를 갈 이유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공교육이 무너진 이유는 몇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일단 제품 제조 공정이 완전 자동화되어 인력 자체가 많이 필요하지 않다. 이에 기업은 소수의 유능한 엔지니어와 매니저만 필요로 한다. 아이들도 학습 자체에 별로 관심이 없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느긋하게 TV를 보거나 브레인댄스를 감상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 지식이야 데이터 샤드 하나만 꽂으면 습득할 수 있으니까.
학교의 빈자리는 데이터 경쟁과 사교육이 차지했다. 먼저 고용 시장에서는 좀 더 가치 있는 정보나 능력이 들어간 데이터베이스나 데이터 샤드를 경쟁자보다 먼저 손에 넣는 것이 우선시된다. 이런 가치 있는 정보들이 비싼 값에 팔리는 것은 당연하다. 또한, 지식 습득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응용 부문이나 사회 규범, 예절, 신체적 기술 등에 대해서는 다양한 사교육을 통해 해결한다. 예를 들어 부랑자인 노마드 집단에서는 폐건물을 이용해 학교 역할을 대신하며, 기업 고위 관계자 등 사회 상류층은 예나 지금이나 고가의 사교육을 애용한다.
그렇다면, 2077년 기업들이 인재를 고용하는 기준은 뭘까? 돈만 있으면 고가의 데이터 샤드를 구매할 수 있고 그렇게 구할 수 있는 정보도 대동소이한 판국에, 과연 어떤 능력이 채용과 승진에 영향을 미칠까? 마르친 블라하는 "개개인의 성격과 특성이다. 결단력, 근면성, 또는 무자비함 같은 것들 말이다"라고 답했다. 그는 "기업에 입사한 사람들은 교육을 위한 돈을 충분히 가지고 있고, 사회의 치열한 경쟁에서 이기고, 대기업 중 한 곳에서 자리를 잡을 만큼 재능이 있는 소수다. 그들은 기업 일에 완벽히 최적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라며 "그들은 많은 희생을 치러가며 얻은 지위나 재산을 잃지 않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이다"라고 2077년 인재상에 대해 설명했다.
인생 경로 '기업'을 선택하면, 이러한 위치에 서 있는 주인공 V의 시점을 체험할 수 있다. 이 인생 경로에서 V는 아라사카 그룹의 일원으로 풍족한 삶을 누리고 있다. 그러나 자신 주변에서 벌어지는 몇 가지 문제와 정치 싸움에 휘말려 순식간에 곤두박질친다. 마르친 블라하는 "게임 속 거대 기업들은 봉건제도와 유사한 점이 많다. 왕 아래에 많은 사람들을 통치하는 귀족들이 있고, 그보다 늦은 계급인 기사들도 귀족과 국가를 위해 일하는 직책이다. 기업 인생경로 V의 위치는 바로 이 기사의 위치와 같다고 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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