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명이 시작한 펄어비스, 10년 만에 2.7조 회사가 됐다

10주년을 맞이한 펄어비스 (사진제공: 펄어비스)
▲ 창사 10주년을 맞이한 펄어비스 (사진제공: 펄어비스)

펄어비스 하면 젊은 게임사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검은사막 첫 테스트를 통해 유저들에게 눈도장을 찍은 게 2013년인데다, 주 비교 대상이 2000년 전후로 설립된 중견 업체들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더 젊어 보인다. 그런 펄어비스가 오는 2020년 9월 10일, 창립 10주년을 맞이한다. 규모 뿐 아니라 역사적으로도 이제는 어엿한 중견 개발사 대열에 서게 됐다.

사실, 게임업체에게 10년은 꽤나 의미 있는 기간이다. 엔씨소프트의 경우 창립 10년차인 2007년에 리니지 1, 2는 물론 길드워, 타뷸라 라사 등을 통해 연매출 3,300억 원을 기록했으며, 이듬해 출시된 아이온으로 제 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1994년 설립된 넥슨 역시 10년차인 2004년은 마비노기, 카트라이더 등 현재까지 이어지는 인기작들을 대거 출시한 황금기였다. 그렇다면 10년차 펄어비스는 어떤 모습일까?

원룸에서 7명이 시작한 회사, 1,600명 규모 신사옥 향해

펄어비스는 릴 온라인, R2, C9를 연달아 성공시킨 김대일 의장이 2010년 9월 10일 경기도 안양의 평촌에 설립한 개발사다. 당시 김대일 의장은 게임 개발과 출시 후에 이르기까지 개발자의 발언권이 차츰 줄어드는 것에 실망해, ‘자신이 꿈꾸는 이상적인 게임 개발과 서비스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회사’를 목표로 펄어비스를 세웠다.

설립 당시 직원은 총 7명이었는데, 당시 멤버 대부분은 현재도 펄어비스에서 중요 역할을 맡고 있다. 윤재민 공동대표(창립 당시)는 현재 부사장직을 맡고 있고, 검은사막의 비주얼을 완성한 서용수 아트디렉터, 지희환 CTO 등도 창업 멤버다. 김대일 의장 역시 마찬가지다. 2016년 전문경영인인 정경인 대표를 선임하고 경영에서 손을 뗐으나, 여전히 개발 총괄로서 현역 게임 개발자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김대일 의장은 개발에 전념하고, 회사 경영은 정경인 대표가 총괄하고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김대일 의장은 개발에 전념하고, 회사 경영은 정경인 대표가 총괄하고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펄어비스 창업 멤버들은 10주년을 맞이한 소감을 묻는 질문에 한결같이 “시간이 정말 빠르게 갔다. 우리는 우리의 개발력에 대한 믿음이 있었고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쉽지 않겠지만 우리의 집요함과 열정으로 많을 것을 이뤄내겠다”라고 밝혔다.

펄어비스는 설립 초기, 자체 엔진을 먼저 개발한 후 본격적인 게임 개발에 돌입했다. 개발사 설립 소식이 전해지고 ‘검은사막’이 구체화 되어감에 따라 과거 김대일 의장과 함께 했던 이들을 포함한 개발자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7명이 모여 시작한 펄어비스는 검은사막 공개서비스 시작 당시인 2014년 말 94명으로 늘어났다. 이후 2016년 말 193명, 2017년 말 333명, 검은사막 모바일 출시 당시인 2018년 2월 말에는 400명으로 껑충 뛰었다. 2020년 반기보고서 기준, 해외법인을 제외한 펄어비스 순수 인력은 777명이다.

지속적인 인력 증가로 회사 규모도 확장을 거듭했다. 설립 당시 평촌의 원룸에서 시작한 펄어비스는 몇 개의 사무실을 거쳐 본격적인 인원 충원을 시작한 지난 2016년 경기도 안양시에 위치한 아리온 테크놀러지 빌딩에 입주했으며, 현재는 2022년 입주를 목표로 경기도 과천 지식정보타운에 신사옥을 짓고 있다. 펄어비스 과천 신사옥은 약 1,6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아리온 빌딩까지 합하면 총 2,250여 명의 임직원을 수용 가능하다.

경기도 과천지식정보타운에 건설 중인 펄어비스 신사옥 조감도 (사진제공: 펄어비스)
▲ 경기도 과천지식정보타운에 건설 중인 펄어비스 신사옥 조감도 (사진제공: 펄어비스)

펄어비스는 ‘최고의 노력을 추구하고, 최고의 보상을 제공한다’라는 방침에 따른 직원 복지 시스템으로도 유명세를 탔다. 2017년 업계 최초로 포괄임금제를 폐지한 데 이어 기혼 직원을 위한 미성년 자녀 양육비(월 50만 원), 난임 부부 지원 및 자녀 학자금 지원, 매년 204만원 복지카드와 회사 인근 거주자 거주비 월 최대 50만원 지원, 치과 진료비, 피트니스, 부모 요양비, 헤어커트 비용 지원, 사내 마사지샵 운영 등을 시행 중이다. 또한 새로운 복지제도 발굴을 위해 사내 직원을 대상으로 공모전을 진행해 새로운 복지를 계속해서 추가하고 있다.

차별화된 기술력 집중, 소수정예 게임으로 향후 10년 개척

창립 10년차를 맞은 현재, 펄어비스는 어엿한 중견 개발사로 자리잡았다. 9월 8일 기준 펄어비스 시가총액은 2조 7,062억 원으로, 컴투스(1조 7,035억 원), NHN(1조 6,102억 원), 웹젠(1조 3,047억 원)보다 높다. NH투자증권 분석에 의하면, 펄어비스 2020년 매출 예상치는 4,542억 원, 영업이익은 1,379억 원으로 추산된다. 다만, 기존 매출 하향 안정화와 신작 모멘텀 공백으로 2020년 실적은 전년 대비 소폭 하향할 것으로 내다봤다.

사실 펄어비스는 개발 속도가 느린 회사는 아니다. 첫 작품인 검은사막은 엔진부터 만든 블록버스터급 MMORPG임에도 상당히 빠른 시간 내 개발됐다. 설립 3년 만인 2013년 10월 검은사막 첫 테스트를 시작으로 2014년 12월 공개서비스에 들어갔다. 출시까지 투입된 비용은 120억 원으로, 당시 나란히 PC MMORPG 기대작으로 손꼽혔던 블레스가 출시 시점 개발기간 7년, 개발비 700억 원이 들어갔던 것과 비교된다.

▲ 그래픽과 음악 등 전반적인 품질을 더욱 향상시킨 2018년 검은사막 리마스터 (영상출처: 검은사막 공식 유튜브 채널)

이처럼 빠른 개발이 가능했던 것은 기술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앞서 설명했듯, 펄어비스는 설립과 동시에 게임 엔진 개발부터 시작했다. 게임 엔진은 만들기도 어렵고 시간도 오래 걸리는 일이지만, 상용화 엔진을 개조하는 것보다 더욱 맞춤형 게임을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김대일 의장은 첫 작품인 릴 온라인 때부터 게임 엔진을 제작해 왔으며, C9에서도 자체 개발 엔진을 통해 수준급 작품을 뽑아낸 바 있다.

펄어비스는 게임 엔진 기술, 크로스 플렛폼 등 차별화된 기술력에 집중하고 있다. 실제로 자체 엔진 강화를 기반으로 검은사막은 출시 4년 만에 리마스터 버전을 내놓으며 감탄을 자아냈으며, 모바일과 콘솔 등 플랫폼 확장에도 성공해 현재 150여개국 4,000만 명이 즐기는 IP로 성장했다. 차세대 엔진도 계속 개발 중으로 현재 50여 명이 투입돼 있으며, 이를 통해 개발 기반을 다진다는 계획이다. 이밖에도 영화 음향 스튜디오를 능가하는 시설을 갖춘 오디오실에 10여명이, 3D 스캔 스튜디오와 모션캡쳐 스튜디오를 갖춘 아트실에도 144명이 근무하고 있다.

펄어비스 3D 스캔 스튜디오 (사진제공: 펄어비스)
▲ 펄어비스 3D 스캔 스튜디오 (사진제공: 펄어비스)

펄어비스 정경인 대표는 2017년 IPO 당시, "당사는 자체 개발 엔진을 보유함으로써 검은사막을 120억 원의 자금으로 빠르게 개발할 수 있었다"라며 "사용자 증가에 따른 개발 비용 및 개발 엔진 로열티 지급에서 벗어나 예측 가능한 비용구조를 실현하였으며 지속적인 콘텐츠 공급으로 PLC(제품수명주기) 장기화를 이뤄냈다"고 설명했다.

현재 펄어비스의 신작 모멘텀 공백은 세계에 내놓을 AAA급 게임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소수정예 파이프라인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현재는 모든 게임이 검은사막 세계관 하나에 기반하고 있지만, 검은사막과 '사막' 세계관을 공유하는 붉은사막을 2021년 4분기 출시하며, 2022년 수집형 오픈월드 MMO게임 도깨비, 2023년 플랜8 출시로 IP 폭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오피스텔 원룸에서 시작해 10년 만에 시가총액 2.7조를 기록한 펄어비스, 향후 10년은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주목된다.

▲ 올해 초 출시된 섀도우 아레나를 비롯한 펄어비스 신작들 (사진출처: 펄어비스 지스타 2019 컨퍼런스 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