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게임광고] 눈만 뜨면 새 육성시뮬이 나오던 1998년

한국 게임의 성숙기였던 1990년대를 기억하십니까? 잡지에 나온 광고만 봐도 설렜던 그때 그 시절의 추억. '게임챔프'와 'PC챔프', 'PC 파워진', '넷파워' 등으로 여러분과 함께 했던 게임메카가 당시 게임광고를 재조명하는 [90년대 게임광고] 코너를 연재합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90년대 게임 광고의 세계로, 지금 함께 떠나 보시죠.

제우미디어 PC챔프 1998년 2월호 표지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제우미디어 PC챔프 1998년 2월호 표지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하나의 히트작이 업계 전체에 대세의 바람을 몰고 오는 경우는 흔합니다. 배틀로얄 붐을 불러 온 배틀그라운드처럼 말이죠. 시대별로 이런 작품들이 존재하는데, 1998년 초반을 지배한 장르는 단연 육성 시뮬레이션이었습니다. 프린세스 메이커 2와 다마고치를 필두로 시작된 육성시뮬레이션 붐은, 1998년 프린세스 메이커 3 발매 전후로 절정에 달했죠.

당시 육성 시뮬레이션 붐이 얼마나 컸냐면, 제우미디어 PC챔프 1998년 2, 3, 4월 잡지에만 10개 이상의 육성시뮬레이션 신작 광고가 실려 있을 정도였습니다. 심지어는 지금 관점에서 ‘이건 육성시뮬이 아니지 않나’ 싶은 게임들도 육성시뮬레이션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올 정도였죠. 1998년 초를 휩쓴 육성시뮬레이션 돌풍을 광고로 만나보겠습니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 요정 육성 시뮬레이션, '시간의나라 꼬마요정'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먼저 2월호 잡지에 실린 ‘시간의나라 꼬마요정’ 광고입니다. 원제는 ‘시간의 나라의 엘펜리트’로, 반다이에서 개발한 요정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이죠. 요정을 키우며 세대교체를 반복해 여신을 탄생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는데, 현실시간과 같은 시간의 흐름을 반영해 때에 맞춰 밥을 주고 목욕을 시키고 말을 걸어줘야 한다는 면에서 다마고치 요정 버전이라고도 할 수 있었습니다. 광고에는 스크린샷이 몇 장 있긴 한데, 노린 것 같은 사진이 두 장 있군요.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 캠퍼스 러브스토리 후속작, '나의 신부'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두 번째 광고는 3~4월호 잡지에 실린 국산게임 ‘나의 신부’ 입니다. 이 게임은 ‘캠퍼스 러브 스토리’로 성공신화를 쓴 남일소프트의 차기작으로, 전작이 대학생의 연애 라이프를 그렸다면 이번 작품은 신혼부부 시뮬레이션 게임입니다. 육성 시뮬레이션이라는 단어답게 나름 다양한 요소를 집어넣긴 했지만, 전작에 비해 게임성 면에서 크게 뒤떨어져 혹평을 받았고 남일소프트는 도산했습니다.

참고로 저 광고에서 마이크를 쥐고 웨딩드레스를 입은 여성은 가수 겸 배우 엄정화를 모티브로 제작된 캐릭터로, 게임 내에서도 연예인이라는 설정이죠. 실제로 엄정화가 게임 마케팅을 하기도 했고요. 그렇지만 그 외 캠퍼스 러브 스토리에서 이어져 온 캐릭터들의 경우 작화가 너무 달라져 ‘이게 누구?’ 수준이었기에 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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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니메이션과 게임으로 많은 인기를 끈 '대운동회'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다음 게임은 2~4월호 잡지에 실린 ‘대운동회’ 입니다. 게임, 애니메이션, 소설 등으로 동시 전개된 미디어믹스 IP로, 1998년 SBS를 통해 애니메이션이 방영된 적도 있었죠. 그래서 게임 역시 상당한 인기를 끌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주인공 아카리를 훈련시켜 ‘대학위성’ 입학을 이끌어내는 육성 시뮬레이션인데, 프린세스 메이커 시리즈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게임 시스템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내년도에 애니메이션이 새롭게 연재된다는데, 그에 맞춰 게임에서도 다시 한 번 대운동회를 만나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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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왕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 '로망레느'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다음 게임은 킹 레코드에서 제작한 ‘로망레느’ 입니다. 무려 ‘여왕 육성 시뮬레이션’으로, 12명의 여왕 후보들 중 한 명을 골라 300일간 다양한 교육을 통해 라이벌을 제치고 여왕으로 성장시키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프린세스 메이커와 비슷하면서도,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한다는 점에서는 차별화 요소도 가지고 있습니다. 당시 ‘엘하자드’, ‘우주전함 야마토’의 나카자와 카즈토가 캐릭터 디자인을 맡았는데요, 그래서인지 특유의 매력 있는 캐릭터들이 다수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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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애 시뮬레이션 아닌가 싶은 '에베루즈 스페셜'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다음 게임은 에베루즈 입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이 게임은 연애 시뮬레이션으로 분류할 수 있지만, 나름 육성 요소도 갖추고 있던 게임이죠. 스페셜이라는 명칭이 붙어 있긴 한데, 지금 기준으로는 1편 패치판에 가까운 구성이었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참고로 당시 국내 정식발매판은 한국어 성우들을 통해 음성까지 한국어화 했는데요, 시리즈 역시 나름 인기를 끌며 2편까지 발매됐습니다만 지금은 소식이 뚝 끊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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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턱스클럽 임성은이 노래를 부른 '위저즈 하모니'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아크시스템웍스에서 발매했던 ‘위저즈 하모니’ 입니다. 일본 게임임에도 모든 대화를 우리말로 녹음한 풀 더빙판으로, 혼성그룹 영턱스클럽의 메인보컬 임성은이 게임 오프닝과 엔딩곡을 부르기도 했죠. 사실 1998년 2월 국내 출시되긴 했지만, 게임 자체는 1995년작입니다. 그래서인지 스크린샷을 자세히 보면 당시로서도 살짝 구시대 느낌이 났죠. 게임 자체는 큰 인기가 없어서 이대로 시리즈가 끊기는가 싶었지만, 무려 2019년 후속작 ‘위저즈 심포니’가 PS4와 닌텐도 스위치로 나오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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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성시뮬 붐을 옆에서 도운 졸업 시리즈도 참전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프린세스 메이커 시리즈를 제작한 가이낙스의 차기작이자, 육성 시뮬레이션 붐을 뒤에서 민 졸업 시리즈 신작도 당시 국내 출시됐습니다. 여러 명의 학생들을 동시에 육성하는 졸업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이기도 한데, 외전격 게임인지라 육성보다는 연애 시뮬레이션에 더 가까웠죠. 그래도 졸업이라는 이름값 덕분에 육성 시뮬레이션 붐을 잘 타고 그럭저럭 잘 팔렸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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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성보다는 연애 시뮬레이션에 가까운 '초연'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다소 낯설 수 있는 이 게임은 ‘초연’ 입니다. 일단은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인데, 앞쪽에 육성이라는 단어가 붙어 육성 시뮬레이션 느낌을 강하게 줍니다. 아마도 게임 도중에 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들이 능력치에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육성을 붙인 것 같은데, 게임의 목표가 다양한 히로인들을 공략하는 것이니만큼 육성에 묻어가려던 연애 시뮬레이션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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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검색하면 동명의 코나미 리듬게임만 나오는 '파라파라 파라다이스'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다음 광고는 ‘파라파라 파라다이스’ 입니다. 어쩐지 이름이 익숙하시다면, 과거 ‘파라파라 댄스’ 붐을 일으킨 리듬게임 때문일 겁니다. 참고로 나중에 주얼판으로 나왔을 때는 ‘여고일기’라는 이름을 걸기도 했죠. 일단 일본 정식명은 ‘파라 PARA 파라다이스’가 맞습니다. RPG와 어드벤처, 비주얼노벨, 육성 등을 모두 섞은 꽤나 독특한 게임인데요, 마지막에 졸업시험을 보고 진학이나 취업 등의 엔딩이 나오는 것이 일단은 육성 시뮬레이션이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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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의 본좌, '프린세스 메이커 3'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육성 시뮬레이션 열풍의 주인공, 프린세스 메이커 3도 당시 많은 광고를 냈습니다. 국내 발매 전부터 높은 관심을 모았던 작품이지만, 출시 직전 테스트 버전이 유출되는 대형사고로 인해 국내 판매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일화가 있습니다. 이로 인해 국내 유통사였던 만트라가 부도를 맞이하는 등 파란만장했던 게임이죠. 광고만 보면 마냥 평화로워 보이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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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성인식 다마고치형 게임 '핀핀'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마지막은 사이버 애완동물 육성 시뮬레이션 ‘핀핀’ 입니다. 무려 음성인식 게임인데요, 당시 PC용 마이크를 갖추고 있던 집이 많지 않았기에 패키지를 사면 마이크를 끼워줬던 점이 인상적입니다. 마이크에 대고 핀핀을 부르면 자연 속 어디선가 날아와 재롱을 부리고, 목소리에 반응하고 함께 놀아주는 등 음성인식 다마고치 게임입니다. 개인적으로 묘하게 이빨이 무섭게 생겨서 큰 호감이 가진 않더군요.

당시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의 인기를 간접적으로 체감해 봤습니다. 육성 시뮬레이션은 남성 게이머는 물론, 여성이나 저연령 게이머들까지 폭넓은 사람들이 즐겼던 장르로 큰 인기를 얻었지만, 너무나도 많은 게임들이 난립하면서 인기가 차츰 식는 등 전형적인 장르의 흥망성쇠 가도를 탔습니다. 2020년 현재 육성 시뮬레이션은 다소 마이너한 장르인데요, 다시 한 번 육성게임 붐이 오기 위해서는 프린세스 메이커와 다마고치 이후 20년 넘게 멈춰 있는 게임성이 우선적으로 개선돼야 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