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구동성] 온라인 지스타, 준비-운영-내실 3중고 '휘청'
게임메카 김미희, 이재오 기자
2020.11.20 16:44
메카만평
올해 지스타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온라인으로 열렸습니다. 전례 없는 온라인 개최인 데다 참가사도 작년보다 크게 줄어 개최 전부터 ‘과연 성공적으로 진행될까’라는 물음이 많이 제기됐는데요, 뚜껑을 열어보니 확실히 여러모로 기대에 못 미치는 점이 보였습니다.
일단, 참가사가 부족하다는 약점을 끝내 극복하지 못했습니다. 게임쇼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미공개 신작 발표인데요, 올해 지스타에서 최초 공개된 주요 신작은 스마일게이트 ‘티타이니 온라인’ 하나밖에 없었습니다. 대부분은 출시가 임박했거나 기존에 공개한 게임 정보를 온라인으로 다시 전하는 홍보에 그쳤죠. 게다가 참가업체 수가 적어서인지 프로그램 편성에서 재방송이 상당히 많습니다. 전날 저녁이나 당일 오전 방영한 영상을 같은 내용으로 다시 틀어주는 것 말이죠. 일방적으로 방송되는 TV채널이라면 모를까, 한 번 방영된 영상과 정보를 다른 곳에서 얼마든지 볼 수 있는 모바일 환경에서 재방송이란 사실상 시간 때우기에 가깝습니다.
사실 지스타에서 볼 만한 신작이나 대형 발표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은 올해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그래도 지스타가 국내 대표 게임쇼로 명맥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은 현장 즐길거리를 꾸준히 제공해서 방문객을 높여온 덕분이었습니다. 인기 개인방송 진행자를 직접 만나볼 수 있다거나, 현장에서만 얻을 수 있는 굿즈를 주거나, 출시를 앞둔 게임을 직접 현장에서 해볼 수 있다거나, 크고 작은 e스포츠 대회를 현장에서 개최하는 것 등입니다.
그러나 온라인 게임쇼에서는 이런 즐길거리를 제공하기 어렵습니다. 즉, 올해야말로 편법이 아니라 신작 정보 공개가 핵심이 돼야 했습니다. 많은 게이머들이 잠을 줄여가며 해외 게임쇼를 보는 이유는 대형 신작 게임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조금이라도 빨리 보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나 지스타는 올해도 즐길거리를 전면에 내세우며 예능이나 이벤트, 딱히 생중계로까지 봐야 하나 싶은 소규모 e스포츠 대회 등에 집중했습니다.
지스타 주최측이 내세운 벡스코 현장과 온라인을 연결하는 ‘온택트’ 역시 제대로 살아나지 못했습니다. 벡스코에는 대형 화면을 갖춘 특설 무대가 설치됐는데요, 개막일에 무대에서 진행된 행사는 개막식 하나뿐이었습니다. 대부분은 업체 측에서 사전에 제작한 영상을 상영하는 것이었고, 2일 차부터 4일 차까지 진행되는 주요 프로그램도 사전제작이 주를 이룹니다. 온라인 중심이라 현장 이슈가 적은 것이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기왕 무대를 설치한 만큼 좀 더 활용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았으리라는 아쉬움이 남는 부분입니다. 현장 이슈가 없다 보니 지스타를 찾은 기자들도 다들 일찍 자리를 접는 모습이었습니다.
온라인 방송 프로그램 구성이나 운영 역시 그리 좋은 평가를 주진 못하겠습니다. 주요 참가사 방송 사이에 인디게임을 소개하는 코너를 배치해서 출전작을 고르게 보여주려는 시도는 좋았습니다. 그러나 방송 송출 중 이상한 창이 뜨는 등 자잘하고 초보적인 문제가 종종 발생했고, 게임스컴 오프닝 나이트처럼 주요 참가작을 한 번에 모아서 보여주는 전야제 프로그램이 없어서 행사에 대한 전반적인 로드맵이나 기대감을 심어주지 못했습니다. 만약 개최 전 날 주요 내용을 압축해서 방송으로 보여줬다면 훨씬 온라인 지스타를 즐기기 편했으리라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주최측의 준비 부족도 지적하고 싶습니다. 전례 없는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행사를 준비한 어려움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지스타 이전에 수많은 주요 게임쇼들이 온라인으로 개최된 바 있었고, 올해 중반부터 팬데믹 상황이 해를 넘길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습니다. 그러나 온라인 개최 결정은 늦어도 너무 늦었고, 출전 업체 모집과 프로그램 배치 등도 행사 시작을 코앞에 두고 마무리됐습니다. 주최측 준비 부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게이머들도 이 같은 부족한 준비와 운영 및 내용물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네이버 ID 모노리스 님 “라이브 시청하는데 사운드가 이상하게 들리고 엉망이었다”, 페이스북 ID 최형준 님 “구성이나 홍보가 너무 부족한 거 같다. 게이머들 사이에서 지스타 이야기가 전혀 안 보인다” 등의 의견이 그것이죠. 한 유저는 “온라인 개최를 급하게 결정하다 보니 모든 면에서 부실한 듯하다”며 “처음부터 전면 온라인 개최로 계획했으면 적어도 이 정도는 아니었을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에 대해 지스타조직위원회 강신철 협회장은 “오프라인 개최에 대한 욕심을 좀 오래 가졌습니다. 더 빨리 온라인에 집중하자고 결정했다면 조금 수월하게 준비했을 텐데, 오프라인 개최를 지속적으로 요청한 부분이 있어서 온라인에 집중하는 시간이 짧았습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한 치 앞을 모르는 상황이기에 초반부터 오프라인과 온라인 개최 두 안을 충실히 준비하고 최대한 빠르게 결정을 내렸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겁니다.
종합하자면, 올해 온라인 지스타는 어떻게든 골격과 모양새는 갖췄으나, 이를 지탱할 콘텐츠와 운영, 준비에는 낙제점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 주최측은 18일 기준 누적 시청자 수 150만 명, 고유 시청자 수는 60만 명을 기록했다고 자랑스레 발표했지만, 여기서 말하는 누적 시청자는 10월부터 40일 동안 쌓인 수치며, 고유시청자는 저 기간 중 두 번 이상 지스타TV를 방문한 사람을 전부 센 수치입니다. 비교 대상이 없어 수치 자체의 높고 낮음을 섣불리 판단할 수는 없지만, 어떻게든 수치 부풀리기에 집중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만약 지스타가 내년에도 온라인으로 행사를 연다면, 올해를 반면교사 삼아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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