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탐방] 11월 게임매장에 차세대 콘솔 특수는 없었다

▲ PS5 출시에 맞춰 리뉴얼된 게임매장 내부 (사진: 게임메카 촬영)

PS5와 Xbox 시리즈 X/S가 정식 발매되며 11월부터 9세대 콘솔 시대가 열렸다. 그러나 수요에 비해 부족한 공급 물량에 되팔이까지 성행하며 기기 실물을 접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기기가 모니터 또는 TV 옆에 모셔져 있어야 콘솔 세대교체를 피부로 느낄 텐데, 대다수 게이머들은 그러지 못하고 있다.

콘솔 세대교체가 피부로 와닿지 않는 것은 게임매장도 마찬가지다. 게임메카는 11월 수 차례 국내 게임매장을 방문했는데, 많은 매장 관계자로부터 차세대 콘솔 특수를 누리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기기 보급이 더디다 보니, 차세대 콘솔에 발맞춰 발매된 대형 신작들의 판매량도 제한적이었다는 것이다.

차분한 분위기였던 콘솔 새 시대 개막

PS5는 일반 게이머는 물론 매장 관계자도 구경하기 어려운 ‘환상종’이다. 플레이스테이션 총판 AT게임이 직접 운영하는 파트너샵 플러스와 공식 제휴처인 파트너샵에서는 PS5 물량을 확보해 예약판매를 진행했지만, 그 외 게임매장에서는 그러지 못했다. 보통 새 콘솔을 수령하면서 플레이할 게임까지 동시에 구매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다수 게임매장에서 신형 콘솔에 발맞춰 나온 신작들의 판매량이 “저조하다”고 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 PS5 예약판매는 파트너샵 플러스 및 파트너샵에서만 진행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파트너샵 플러스 및 파트너샵에서도 PS5 신작들이 불티나게 팔리진 않았다. 파트너샵 플러스에서는 스파이더맨: 마일즈 모랄레스가 판매량 1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긴 하지만, PS5 버전이 아닌 PS4 버전이다. 파트너샵 역시 사정은 비슷했는데, 게임몰 관계자는 “본체 기기 물량이 많지 않아 타이틀 판매량도 제한적”이라며, “PS5 버전 패키지를 찾더라도 스파이더맨: 마일즈 모랄레스와 데몬즈 소울 정도”라고 전했다.

거세진 코로나19도 오프라인 게임매장이 콘솔 세대교체를 차분히 맞이하는데 일조했다. 예전 같으면 기기를 구하기 위해 많은 게이머들이 전날 밤부터 매장 앞에 장사진을 쳤겠지만, 이번에는 전세계적으로 온라인으로만 예약을 받았다. 방문수령 방식을 택한 파트너샵 플러스는 시간대를 지정해 방문토록 했으며, 게임몰은 배송 방식을 택해 한꺼번에 많은 사람이 몰리는 것을 방지했다. 덕분에 지난 3월 화제가 됐던 ‘닌텐도 스위치 동물의 숲 에디션 대란’ 같은 일은 없었다.

다만, 현장은 차분한 분위기였지만, 유무선상 문의는 많았다. 파트너샵 플러스 관계자는 “기기 예약구매 전 물량에 대한 것부터 방문수령 시 배정된 시간까지 다양한 문의가 있었다”며, “평소와 달리 외국인들의 문의도 많았다”고 말했다. 국내에 사는 외국인들의 신형 콘솔에 대한 많은 관심은 게임몰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는데, 매장 입구에 붙어 있는 예약판매 관련 안내문에도 기존에 없던 영어 버전이 추가됐다.

전반적으로 조용한 분위기였지만, 11월이 세대교체 시점인 것은 분명하다. 중고 제품을 취급하는 매장에서는 이제 구형이 된 PS4 중고 물량이 이전보다 더 늘어났고, 가격도 훨씬 더 저렴해졌다. 매장 관계자에게 PS4 중고 가격을 물어봤는데 “PS4 프로는 18만 원에서 23만 원, 슬림은 16만 원, 구형 PS4는 11만 원에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취재 중 중고 PS4를 사가는 손님도 몇 차례 볼 수 있었다.

▲ PS5 런칭작에 대한 관심은 기기 예약판매를 진행한 매장에 한정됐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매장 한켠에 쌓인 중고 PS4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입구에 영문 안내문을 추가한 게임몰 (사진: 게임메카 촬영)

11월의 주인공은 2명의 공주와 1명의 바이킹

신형 콘솔과 런칭작에 대한 반응은 매장마다 큰 차이가 있었지만, 이들을 제외하더라도 11월에는 눈에 띄는 신작이 다수 나온 한 달이었다. 그 가운데 유독 두각을 드러낸 것은 2명의 공주와 1명의 바이킹이다.

가장 독특한 흥행작은 천수의 사쿠나히메였다. 12일 발매 당일에는 판매량이 많지 않았으나, 2~3일 후 게임을 찾는 이들의 발걸음과 문의전화가 급증했다는 것이 매장 관계자들의 공통된 증언이다. 공교롭게도 이 같은 판매량 급증은 시기적으로 농업기술을 모아놓은 농촌진흥청 ‘농사로’ 사이트 마비 직후와 맞물린다. 천수의 사쿠나히메 농업 시뮬레이션 파트는 실제 농법에 기반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공략을 찾으려는 유저들이 농촌진흥청 ‘농사로’ 사이트에 몰리며 홈페이지가 마비됐다. 이 사건이 입소문을 타면서 게임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졌고, 판매량 증가로 이어진 것이다.

▲ 농촌진흥청 '농사로' 웹사이트를 마비시켰던 '천수의 사쿠나히메' (사진: 게임메카 촬영)

‘벼농사 공주’와 함께 ‘젤다 공주’도 높은 인기를 구가했다.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 팬들을 설레게 했던 젤다무쌍: 대재앙의 시대는 예약판매부터 정식 발매 이후까지 꾸준히 팔린 기대작이다. 닌텐도 전문매장 대원샵 관계자는 오프라인 매장 예약구매자만 100명 가까이 몰렸다면서 “모여봐요 동물의 숲 이후 최대 규모”라고 전했다. 아울러 지난 9개월간 닌텐도 스위치 타이틀 판매량 1위 자리를 고수하던 모여봐요 동물의 숲을 끌어내렸다고 덧붙였다.

AAA급 대작 어쌔신 크리드: 발할라의 경우 첫 날 판매량은 저조했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찾는 사람이 늘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주로 취급하는 게임 패키지는 PS 버전인데, 국내 정식 발매된 어쌔신 크리드: 발할라 PS 버전은 타 플랫폼에 비해 높은 수준의 검열이 적용돼 인기가 없었다. 검열에 대한 논란이 가중되자 유비소프트는 업데이트를 통해 타 플랫폼과 동일하게 수정한다고 밝혔고, 이 소식을 듣고 어쌔신 크리드: 발할라 PS 버전 구매를 결심한 사람들이 매장을 찾은 것이다.

이 외 특이사항으로는 지난 9개월간 매장에서 구경조차 하지 못했던 닌텐도 스위치 동물의 숲 에디션의 출현이다. 지난 3월 있었던 구매대란의 주역이자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정가보다 2~30만 원 비싸게 팔렸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질 정도다. 또한 국산 콘솔 게임 베리드 스타즈의 꾸준한 인기도 실감할 수 있었는데, 최근 입고된 추가 물량도 금새 매진됐다고 한다.

▲ 모여봐요 동물의 숲 이후 최고 흥행작, 젤다무쌍: 대재앙의 시대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지난 9개월간 진열장에서만 봤던 닌텐도 스위치 동물의 숲 에디션이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매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수능이 끝나고 그 분들이 온다

많은 매장 관계자들은 11월을 두고 ‘비수기’라 칭했다. 8월부터 이어진 가뭄이 해소되긴 했지만,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여기에는 해마다 11월에 있었던 ‘수능 특수’의 부재도 한몫했다. 매장 관계자들은 코로나19로 연기된 수능이 끝나는 12월 3일 이후를 기대하고 있다.

12월, 게임매장에서 가장 기대를 모으는 타이틀은 단연 사이버펑크 2077이다. 2차례에 걸친 발매 연기, 특히 두 번째 발매 연기는 출시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나왔던 소식이었기에 팬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겼지만, 위쳐 시리즈로 입지를 다진 CD프로젝트레드의 신작이라는 것과 한국어 더빙까지 이뤄져 게임에 대한 기대감은 하늘을 찌른다. 또한 스스로를 ‘평범한 시골 소녀’라 말하는 소녀 연금술사가 주인공인 라이자의 아틀리에 2: 잃어버린 전승과 비밀의 요정도 상당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