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코마 2, 킬러는 똑똑해지고 숨기는 어려워졌다

▲ 더 코마 2: 비셔스 시스터즈 (사진: 게임메카 촬영)

게이머들의 간담을 철렁하게 만드는 국산 공포게임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 2001년에 나와 지금까지도 고전명작으로 회자되는 화이트데이가 있긴 하지만, 십 수년간 그 아성에 근접할만한 게임을 찾기 어려웠다. 그런데 2015년, 일명 ‘그 뇌사: 땡땡이’라 불리는 학교 배경 국산 공포게임 ‘더 코마: 커팅클래스가 혜성처럼 등장해 국내/외에서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2D 횡스크롤 호러 어드벤처 게임 더 코마: 커팅클래스는 웹툰을 보는 듯한 배경과 캐릭터 일러스트, 방대하고 짜임새 있는 서사, 사실적인 음향 효과 등으로 많은 게이머들의 심장을 쫄깃하게 만들었다. 자연스레 후속작에 대한 기대감도 고조됐는데, 4년 만에 모습을 드러낸 2편 ‘더 코마 2: 비셔스 시스터즈’는 1편보다 나은 2편 없다는 편견을 보란 듯이 깨버렸다. 스팀에서 ‘압도적으로 긍정적’ 평가를 받으며 국산 공포게임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 이 게임이 국산 인디게임 플랫폼 스토브로 출시된다.

▲ 더 코마 2 체험 영상 (영상: 게임메카 제작)

학교에서 벗어나 동네 한 바퀴

전작 더 코마: 커팅클래스에서 주인공 ‘최영호’의 소꿉친구로 등장했던 세화고등학교 얼짱 ‘박미나’는 더 코마 2: 비셔스 시스터즈에서 주인공으로 발탁됐다. 공포게임 주인공의 앞날에는 갖은 고충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축하해줄 만한 일은 분명 아니다. 당장 전작 주인공이자 미나의 소꿉친구인 영호가 혼수상태에 빠져 병상에 누워있다. 

미나는 영호를 걱정하는 마음을 억누른 채 여름방학 보충수업을 받으며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늦게 쪽지시험 결과를 받고 난 뒤 한숨을 쉬며 하교를 하다 창고 안에서 기절하게 된다. 깨어난 미나는 한 눈에 봐도 기괴한 모습으로 바뀐 학교를 탈출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다 ‘킬러’에게 쫓기게 된다. 

미나는 오토바이를 탄 정체불명의 남자에게 구출되어 학교를 벗어나는데 성공했지만 안전해진 것은 아니었다. 학교 내에서만 이야기가 진행됐던 전작과 달리 이번에는 송릉경찰서, 도깨비시장 등 송릉-세화 지역 곳곳이 현실과 다른 세계로 변해버렸다. 목숨을 위협하는 ‘킬러’들의 위협을 피해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다 보면, ‘독 안에 든 쥐’가 어떤 의미인지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 전작 주인공 영호는 혼수상태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미나는 쪽지시험 결과를 받은 후 하교하던 중 (사진: 게임메카 촬영)

▲ 킬러와 마주하게 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1편보다 한층 더 매워진 공포의 맛

1편 더 코마: 커팅클래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긴 했지만, 킬러의 인공지능이 낮은 편이어서 공포를 느끼지 못했다는 의견도 많았다. 그러나 더 코마: 비셔스 시스터즈에 등장하는 킬러들은 합숙훈련이라도 받았는지 매우 똑똑해졌고, 그만큼 플레이어가 느끼는 공포감도 업그레이드됐다. 전작을 즐겼던 플레이어라면, 그 때의 멍청했던 킬러는 머리 속에서 지우는 것이 미나의 수명연장에 도움이 된다.

이처럼 주인공의 목숨을 위협하는 킬러는 훨씬 위협적으로 변한 반면, 이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줄어들었다. 겉보기엔 몸을 숨길 곳이 대폭 늘어났지만, 몸을 숨겼다고 방심한 채로 키보드에 손을 떼면 제한 시간 내에 지정된 버튼을 눌러야 하는 QTE(Quick Time Event)가 순식간에 지나버리고 킬러에게 발각돼 은신처에서 강제로 꺼내져 목을 졸리게 된다. 겁이 많거나 반응속도가 느린 사람은 숨기 전부터 만반의 준비를 해야만 목숨을 부지할 수 있다.

무섭다고 해서 메인 퀘스트만 바라보고 ‘빨리빨리’ 진행하는 것도 금물이다. 나중을 위해 지금 당장의 두려움을 무릅쓰고 구역을 꼼꼼히 조사해 보조 미션을 완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음 챕터로 넘어갈 때 킬러에게 습격 당하는 이벤트가 발생한다. 킬러에게 습격 당할 때마다 최대 체력이 한 칸씩 줄어드는데, 2개 이상 사라지게 되면 앞으로 어떻게 해쳐나가야 할지 눈 앞이 캄캄해진다.

▲ 킬러는 전작보다 똑똑해졌고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불빛은 한층 더 희미해졌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미나 수명 지키려다가 플레이어가 수명이 줄어들 수도 (사진: 게임메카 촬영)

이 외에도 세이브 가능 지점이 크게 감소했으며, 소비 아이템도 기본 보유 한도가 4개로 줄어들었다. 전작보다 불빛이 줄어 배경이 한층 어두워졌기에 이로운 오브젝트나 함정을 찾아 피하기도 어렵다. 아울러 문 열기 같은 행동을 하는데 있어 버튼을 일정시간 누르고 있어야 한다. 공포 영화에서처럼 귀신이 쫓아오는데 손이 벌벌 떨려 문을 열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여전히 매력적인 일러스트와 스토리

더 코마 2: 비셔스 시스터즈는 1편의 2% 부족했던 공포감을 앞서 언급한 다양한 변경점을 통해 채워 넣었다. 그리고 장점으로 꼽혔던 실감나는 음향 효과, 방대한 텍스트에 기반한 짜임새 있는 스토리, 그래픽노블과 웹툰을 섞은 듯한 화풍의 매력적인 일러스트는 더욱 발전해 전작보다 한층 더 나은 완성도를 갖췄다. 스토리의 경우 다회차 플레이를 하며 곳곳에 있는 쪽지를 읽는 식으로 게임을 즐기는 이들도 있다.

2019년 11월 초 스팀 앞서 해보기를 시작해 3개월 만에 정식 출시까지 완료했던 더 코마 2: 비셔스 시스터즈는 스팀에서 ‘압도적으로 긍정적(총 1,081개 리뷰 중 97%가 긍정적)’이라는 보기 드문 호평을 받았다. 국내/외 게이머로부터 검증된 ‘베테랑’인 만큼, 국산 인디게임 플랫폼 스토브 합류 소식이 반가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