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신작 더 미디엄, 사일런트 힐 감각 그대로 옮겨왔다

▲ 더 미디엄 대표 이미지 (사진출처: 게임 공식 홈페이지)

사일런트 힐은 2012년 이후 신작 명맥이 끊긴 시리즈지만 현재도 많은 게이머가 새로운 게임을 기다리는 심리공포 대명사로 알려져 있다. 사일런트 힐이 촉발시킨 심리공포 게임 붐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으며, 2010년대에는 암네시아, 아웃라스트처럼 무찌를 수 없는 미지의 존재에 쫓기는 긴박함을 다룬 서바이벌 호러 게임이 눈길을 끌었다.

28일 Xbox와 PC로 출시된 신작 ‘더 미디엄’을 만든 폴란드 게임 개발사 블루버 팀 역시 스토리 중심 공포 게임을 꾸준히 선보였다. 레이어스 오브 피어, 옵저버, 블레어 위치 등이 대표작이다. 그간 제작진이 선보인 게임은 인간의 내면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고, 더 미디엄에서는 세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에 대한 스토리를 풀어간다.

더 미디엄에서 플레이어는 현실세계와 영적세계를 오가며, 버려진 호텔에서 일어났던 끔찍한 비극에 대한 비밀을 풀어나간다. 두 세계를 오간다는 것은 단순한 설정이 아니다. 더 미디엄의 가장 큰 특징은 화면분할 플레이다. 화면 하나를 2개로 구분하고, 나눠진 화면 각각에 현실세계와 영적세계를 동시에 보여준다. 플레이어는 두 가지 세계를 동시에 보면서 게임을 진행해나가는 것이다.


▲ 한 화면에 두 가지 세계를 보여준다 (사진출처: 더 미디엄 공식 홈페이지)

현실과 구분된 또 다른 세계라는 소재는 사일런트 힐을 연상시킨다. 블루버 팀 보이체크 파예코(Wojciech Piejko) 리드 게임 디자이너는 “더 미디엄을 개발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제작진은 사일런트 힐과 같은 분위기를 가진 어드벤처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라며 “사일런트 힐과 암네시아를 모두 해봤고 두 게임으로부터 약간의 영감을 받았다”라고 밝혔다.

그런 의미에서 사일런트 힐 테마곡으로 유명한 야마오카 아키라 작곡가와 함께 일할 수 있었던 것은 대단히 큰 기회였다. 파예코 디자이너는 “야마오카 아키라가 우리 게임에 흥미가 있다고 들었을 때, 그의 테마곡은 사일런트 힐과 같은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요소라 생각했다”라며 “그가 우리 게임을 좋아하길 바랐고, 실제로 깊은 관심을 보였다”라고 전했다.

▲ 더 미디엄 OST (영상출처: 블루버 팀 공식 유튜브 채널)

앞서 이야기했듯이 더 미디엄은 두 개로 분리된 세계를 핵심으로 삼는다. 이에 음악도 각 세계에 맞춰 다른 작곡가가 맡았다. 파예코 디자이너는 “모든 측면에서 이중성을 염두에 두고 만들었다. 야마오카 아키라와 아르카디우스 레이코스키(사내 작곡가)가 참여해 각자가 세계 하나씩을 맡았다. 아키라는 영적세계를 위한 음악을, 아르카디우스는 현실세계를 위한 음악을 작업했다. 분열된 세계에서 사운드가 섞일 수 있도록 협업하면서도 이중성이 느껴지도록 했다”라고 말했다.

그래픽 측면에서도 느낌이 확연히 다르다. 파예코 디자이너는 “현실세계는 로이 안데르손(스웨덴 영화감독)의 영화 속 색상을 참고해 푸르스름하게 구현했으나, 영적세계는 붉은 기가 돌며 즈지스와프 벡신스키(폴란드 초현실주의 화가) 작품에서 영감을 받은 지옥과 같은 풍경을 구현했다. 이처럼 두 세계를 구분하고, 각 세계에서 다른 감정을 줄 수 있도록 차이를 뒀다”라고 설명했다.

▲ 블루버 팀 파예코 디자이너는 음악, 그래픽 측면에서 차별화된 두 세계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사진제공: MS)

정리하자면, 더 미디엄은 두 가지 세계를 한 화면에 보여주는 기법으로 다중세계를 중심으로 한 사일런트 힐의 감각을 현시대에 가져왔다고 풀이할 수 있다. 다만, 화면 하나에 다른 세계를 나눠서 구현하는 것은 생각보다 만만한 작업이 아니었다. 파예코 디자이너는 “마치 게임 2개를 4K로 동시에 구현하는 것과 같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구형 콘솔의 경우 하드웨어적인 한계에 부딪혔다. 파예코 디자이너는 “더 미디엄의 프로토타입을 개발해온 약 4년간 이전 세대에서는 제대로 작업할 수 없었다. 셀 셰이딩(손으로 그린 만화와 같은 효과를 주는 그래픽 기법)을 이용하는 등 간소화된 그래픽으로 진행했지만, 그것은 제작진이 추구하는 게임은 아니었다. 차세대 기기가 등장하고 나서야 시각적인 완성도를 추구하는 더 미디엄의 두 세계를 구현할 수 있었다”라고 전했다.

그런 의미에서 작년 발매된 신형 콘솔은 제작진이 그간 생각해왔던 게임을 원하는 모습으로 완성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특히 MS와는 전작인 블레어 위치 때부터 긴밀히 협업해왔기에, 협력관계를 토대로 Xbox 시리즈 X 사양 정보도 사전에 받았고, 개발 키트도 다른 회사보다 먼저 전달받은 덕분에 잘 준비된 상태에서 작업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