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판매직 못지 않은 극한직업, 게임매장

편의점 판매직은 기상천외한 행동을 하는 일부 손님들 때문에 ‘극한직업’으로 꼽힌다. 돈이나 카드를 던지는 손님, 담배나 술을 사려고 하면서 신분증을 보여 달라고 하면 오만상을 찌푸리며 짜증을 내는 손님, 술 냄새 풀풀 풍기며 계속 말(혹은 시비)거는 손님 등, 각종 극한직업 사례를 흔히 접할 수 있다.

사실 편의점 판매직이 가장 잘 알려져 있긴 하나, 일부 손님 때문에 고통 받는 것은 대부분의 서비스 업종이 비슷하다. 게임에서도 이러한 사례가 있는데, 바로 게임 패키지와 콘솔기기를 판매하는 오프라인 게임매장이다. 실제로 게임메카가 직접 보고 들은 바에 따르면, 게임매장 직원 역시 편의점 판매직 못지 않은 ‘극한직업’이었다.

▲ 게임매장도 극한직업이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모르는 건 이해가 되는데, 우기는 건 좀...

플레이스테이션 전문 매장의 사례다. 한 손님이 매장에 입장한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닌텐도 스위치 얼마에요?”

콘솔게임에 대해 잘 모르는 손님이다. 국내에서는 아직 콘솔게임이 대중화되지 않았기에 이런 경우가 왕왕 발생한다. 게임매장이니 당연히 게임기를 팔겠구나 하고 생각한 것. 매장 직원은 플레이스테이션 전문 매장이라 닌텐도 스위치는 취급하지 않는다고 친절히 응대한다. 대부분 손님은 이 같은 안내에 납득하고 매장을 나선다. 하지만 간혹 돌발 상황이 벌어진다.

“아니 왜 게임기 파는 가게에 스위치가 없어? 다양하게 팔면 좋잖아”

매장 직원 입장에서는 말문이 탁 하고 막힌다. “애플 스토어 가셔서 삼성 갤럭시 팔아 달라고 해보세요”라는 말이 입가에 맴돌지만, 꾹 참고 짜증을 내는 손님을 달랜다.

▲ 닌텐도 스위치는 종합게임매장이나 닌텐도 전문 매장에서 찾도록 하자 (사진: 게임메카 촬영)

제발 사전에 안내했던 대로 행동해주세요!

기기 구매 시 게임매장 직원은 초기 불량이 발생할 경우 매장이 아닌 서비스센터로 연락하라고 신신당부한다. 그러나 몇몇 손님은 그 말을 한 귀로 듣고, 다른 귀로 흘려버리는지 기기가 먹통이라며 매장에 전화를 해 화를 낸다.

이처럼 안내한 대로 행동하지 않는 ‘청개구리’ 손님들이 많다. 최근에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많은 게임매장이 예약판매를 현장이 아닌 온라인에서 하고, 방문 수령 시에는 시간대를 배분해 정해진 시간에 매장에 오도록 권한다. 공지, 주문 페이지 등 여러 차례 이 같은 내용을 안내하지만…….

“(매장을 방문해) 예약구매 하고 싶은데요, 물량 여유 있죠?”
“본래 5시에 수령하려고 했는데 시간이 안돼서 2시에 왔어요. 가져가도 되죠?”

꼭 이런 사람들이 있다. 원칙대로 거절하면 다짜고짜 따지고 드는데, 같은 한국어를 구사함에도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는 느낌이라고.

▲ 열심히 안내를 해도 꼭 몰랐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게임매장 직원이었던 내가 퇴근 후에는 출장 기사?

게임매장 직원은 눈 앞에 있는 손님이 매우 불안하다. 콘솔기기를 처음 구매하려고 하는데, 콘솔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신다. 친절하게 하나부터 열까지 차근차근 안내해 드렸지만, 콘솔을 구매하고 매장을 떠난 다음부터가 문제다. 아니나다를까 몇 시간, 또는 하루 뒤 손님으로부터 전화가 온다.

“게임기 어떻게 설치해야 하는지 몰라서 그러는데 좀 알려주세요.”

전화로 설명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직원은 정성껏 손님의 전화문의를 응대한다. 마침내 설명이 끝나고, 전화도 끊어졌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전화기가 또 울리는데

“시키는 대로 했는데 뭐가 또 안돼요”
“뭘 가입하라고 하는데, 이거 뭐에요?”
“컨트롤러 버튼을 눌러도 아무 반응이 없어요”

▲ 기기 설치가 잘 안된다면 매장에 전화하기 전에 설명서를 읽고, 인터넷 검색을 하자 (사진: 게임메카 촬영)

이렇듯 전화를 받고 끊는 과정을 여러 차례 반복하다 보면 직원은 진이 빠지고, 손님 역시 짜증을 낸다. 서로의 감정만 상하는 것. 한 게임매장 직원은 이러한 감정 소모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아예 직접 손님 집을 방문하는 설치 기사 역할을 자처하기도 했다고 한다.

게임이 별로인 것을 왜 매장에다 화풀이 하시나요?

때는 2020년 6월. 더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2가 나온 지 며칠 지나지 않은 시점. 그 해 최고 기대작 중 하나인 만큼 출시 당일 엄청난 인기를 끌었지만, 곤두박질 친 유저 평가로 인해 다음날부터 더 이상 팔리지 않았다. 피규어가 동봉된 커다란 한정판은 매장 한구석에 자리만 차지하고 있다. 그러던 중 한 손님이 씩씩거리며 매장에 입장한다.

“아니 게임을 이런 식으로 만들어? 환불해주세요.”

디스크에 하자가 있는 경우라면 모르겠지만 게임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환불해 달라신다. 물론 매장 직원도 손님이 받은 정신적 충격을 십분 이해하지만, 정중하게 환불은 어렵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 손님, 순순히 물러나지 않는다.

“아니, 이런 게임을 팔았으면 책임을 져야지! 내가 마! 어! 아는 유튜버가 있어! 그 사람한테 제보해서 너네 장사 접게 할거야!”

▲ 매장도 기대작이 혹평을 받을 경우 재고 처리에 대해 깊은 고민에 빠진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게임매장 직원은 “네네, 그렇게 하세요”라고 말하고 싶지만 꾹 참을 수 밖에 없다. 터무니없는 협박에 화가 나기보다는, 황당할 뿐이다. 매장 직원은 너티독까지 갈 비행기표를 살 돈이 없어 애먼 매장에다가 화풀이하는 거라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위로한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서비스 업종이 극한직업으로 꼽히는 이유는 일부 몰지각한 손님들의 ‘갑질’ 때문이다. 이러한 행동은 대체로 다른 사람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채 자기 주장만 하기에 발생한다. 앞서 소개한 게임매장 극한직업 사례들도 대체로 그런 경우다.

요즘 전화상담을 하면 상담원 연결 전에 “상담원도 누군가의 가족”이라는 안내문구를 들을 수 있다. 게임매장 직원들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작은 규모의 개인매장이 아닌, 대형매장에서 진열장 뒤에 서있는 이들은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서비스업 종사자다. 모든 게이머가 ‘배려’를 패시브 스킬로 장착해 게임매장에서 ‘갑질’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