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게임광고] 창세기전 전에 소프트맥스는 뭘 만들었지?

한국 게임의 성숙기였던 1990년대를 기억하십니까? 잡지에 나온 광고만 봐도 설렜던 그때 그 시절의 추억. '게임챔프'와 'PC챔프', 'PC 파워진', '넷파워' 등으로 여러분과 함께 했던 게임메카가 당시 게임광고를 재조명하는 [90년대 게임광고] 코너를 연재합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90년대 게임 광고의 세계로, 지금 함께 떠나 보시죠

소프트맥스 초기작 리크니스 광고가 실린 제우미디어 게임챔프 1994년 6월호 부록 게임파워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 소프트맥스 초기작 리크니스 광고가 실린 제우미디어 게임챔프 1994년 6월호 부록 게임파워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최근 라인게임즈를 통해 창세기전 2 리메이크 소식이 들려오면서, 90년대와 2000년대 초반을 풍미한 소프트맥스의 이름이 종종 들려오고 있습니다. 비록 소프트맥스 자체는 사라진 지 오래지만, 창세기전의 아버지 최연규를 비롯해 원작 개발에 참여했던 전 소프트맥스 개발자들이 다수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기대감이 높습니다.

소프트맥스 하면 창세기전과 마그나카르타, 조금 더 파고들어보면 포립 프로젝트나 판타랏사, 모바일에서는 아이엔젤이나 이너월드 등이 떠오릅니다. 그 중에서도 창세기전 시리즈의 존재감이 압도적이라 다른 게임들이 많이 묻히는 감도 있는데, 사실 소프트맥스는 창세기전 외에도 수많은 시도를 해 온 종합 게임개발사였습니다. 예로 창세기전 외전 2 템페스트의 원형은 창세기전과 전혀 관계 없는 뱀파이어 육성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이었다는 일화도 있죠. 오늘은 창세기전 출시 전, 소프트맥스의 전작들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미리내 소프트웨어 그날이 오면 4와 함께 실린 리크니스 광고
▲ 미리내 소프트웨어 그날이 오면 4와 함께 실린 리크니스 광고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위 광고는 제우미디어 게임챔프 1994년 6월 별책부록인 게임파워에 실린 광고입니다. 당시 소프트맥스는 전작도 없는 신생개발사였기 때문에, 단독 광고가 아닌 유통사 광고에 끼워져서 게임을 소개했습니다. 참고로 해당 유통사는 '게임타운' 브랜드를 내세운 소프트타운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신생 개발사의 첫 작품이다 보니 광고 전면을 배정받진 못했고, 미리내 소프트웨어의 '그날이 오면 4'와 함께 지면을 나눠가졌습니다. 게임 표기는 '닉크닉스'라 돼 있는데, 영문 표기를 봐도 훗날 정식 명칭을 봐도 '리크니스'가 맞습니다.

이 게임은 현 IMC 게임즈 김학규 대표와 창세기전의 아버지 최연규가 만든 게임제작 연합팀 아트크래프트에서 개발 중이던 작품으로, 본래 김학규 대표가 이끄는 프로젝트였습니다. 그러나 본인 집 지하실을 아지트로 제공하던 김 대표의 급작스러운 입대로 인해 개발 장소가 없어졌고, 붕 뜬 개발팀을 흡수한 것이 훗날 소프트맥스를 설립하는 소프트맥스 정영원 대표였습니다. 즉, 리크니스는 소프트맥스 설립 전부터 개발해 오던 기념비적인 첫 작품인 셈이죠.

광고를 보면 꽤나 재밌는 부분이 많습니다. 5.25 HD 2장에 담겨 있던 것은 물론이고, 286 PC, 램 640KB, 하드디스크 '필수' 등 지금 기준으로 꽤나 원시적인 사양입니다. 게임 자체는 횡스크롤 액션게임으로, 꽤 자연스러운 움직임과 아트를 보여주며 당시 게이머들 뇌리에 소프트맥스라는 이름을 각인시켰습니다.

다음달에는 조금 더 광고면이 넓어지고 캐릭터 일러스트 비중이 높아졌다
▲ 다음달에는 조금 더 광고면이 넓어지고 캐릭터 일러스트 비중이 높아졌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다음 달인 1994년 7월에도 리크니스 광고가 실렸습니다. 왠지 흐릿하고 게임 콘셉트가 잘 드러나지 않았던 전달 광고에 비해 확실히 판타지적 분위기와 귀여운 느낌이 물씬 풍기고, 거의 한 면 광고 전체를 배정받는 등 나름 대접(?)이 좋아진 모습입니다. 게임 제목도 확실히 '리크니스'로 표기돼 있네요. '더 이상의 아이디어형 슈팅게임을 찾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라는 문구도 보입니다.

소프트맥스의 두 번째 게임, 스카이 앤 리카
▲ 소프트맥스의 두 번째 게임, 스카이 앤 리카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횡스크롤 액션으로 데뷔를 마친 소프트맥스는, 신작 역시 액션의 길을 택했습니다. 게임파워 1995년 1월호 광고가 실린, 귀여운 그래픽이 특징인 슈팅 액션게임 스카이 앤 리카가 그 주인공입니다. 광고를 보면 날벌레처럼 생긴 캐릭터들이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참고로 광고에는 친숙한 소프트맥스 로고와 함께, 좌측 상단에 KOGA라는 마크가 적혀 있습니다. 보통 유통사 로고가 들어가야 할 자리인데요, KOGA라는 단체는 당시 한국 PC게임업계 최초로 설립된 게임협회 같은 곳이었습니다. 미리내 소프트웨어와 소프트맥스 등 5개사로 시작해 향후 회원사를 늘려 갔죠. 비록 IMF 시기 많은 개발사와 유통사들이 부도를 내며 사라지기 전까지는 나름 여러 활동을 전개했습니다.

다음달에도 비슷한 느낌의 광고가 연달아 실렸다
▲ 다음달에도 비슷한 느낌의 광고가 연달아 실렸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아무튼, 위 두 광고는 유통사의 이름이 적혀 있지 않은 것으로 봐서 소프트맥스가 직접 내건 광고로 보입니다. 참고로 광고에는 2인 동시 플레이가 가능하다고 적혀 있는데, 실제로는 멤브레인형 키보드의 동시 키 입력 제한으로 인해 키보드 하나에서 2인 플레이를 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고 조이스틱이 있어야만 2인 플레이가 가능했습니다. 하단에는 조그맣게 스크린샷이 보이는데, 파스텔 톤 그래픽이 인상적입니다.

삼성전자 이름을 걸고 나온 추가 광고, 인게임 일러스트 등도 함꼐 나와 완성도가 더욱 높아 보인다
▲ 삼성전자 이름을 걸고 나온 추가 광고, 인게임 일러스트 등도 함꼐 나와 완성도가 더욱 높아 보인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시간이 조금 지나, 1995년 6월에는 삼성전자와 유통계약을 맺고 스카이 앤 리카 광고를 다시 게재합니다. 예전 광고에 비해 조금 더 시의성이 좋아지고, 일러스트와 게임 캐릭터 이미지도 비춰지는 등 발전한 모습이 보입니다. 위 두 작품 이후, 최연규는 예전부터 꿈꾸던 RPG 프로젝트에 시동을 거는데, 그것이 바로 창세기전입니다. 이 작품이 인기를 끌며 우리가 아는 소프트맥스의 모습이 완성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