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연금술사맛, 뱀파이어맛 쿠키는 무슨 맛이야?

특별한 토핑 없이 지팡이 사탕만을 손에 쥔 쿠키가 오븐을 탈출해 뜀박질을 시작한지 10여 년이 훌쩍 지났다. 달리기로 모바일게임 세상을 제패했던 시절도 있었지만, 캐주얼 외 다양한 장르가 모바일게임으로 나오기 시작한 후로는 ‘달리기만 잘한다’라는 평가를 받아야 했다. 이처럼 원툴(한가지 재능만 있다는 의미)로 여겨졌던 쿠키런이 신작 ‘쿠키런: 킹덤’을 통해 숨겨뒀던 매력을 마음껏 발산하며 ‘요즘 대세’로 떠올랐다.

쿠키런: 킹덤의 가장 큰 매력포인트라 할 수 있는 ‘캐릭터성’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다. 10여 년간 열심히 달리면서 저마다 다른 이름과 외형, 배경 스토리의 쿠키를 빚어냈고, 이것이 캐릭터 수집형 RPG 장르와 만나 큰 시너지를 발휘하게 된 것이다. 게임메카는 20대 초반부터 쿠키를 만드는데 전념해온 조길현, 이은지 쿠키런 킹덤 공동 PD에게 제과 노하우를 물어봤다.

▲ 쿠키런: 킹덤 이은지(왼쪽), 조길현(오른쪽) 공동 PD (사진제공: 데브시스터즈)

비법 1. 인간 세상의 모든 것을 담아라

조길현, 이은지 공동 PD는 2013년작 ‘쿠키런 for 카카오’부터 쿠키를 만들어온, 그야말로 ‘제과장인’이라 할 수 있다. 조 PD는 쿠키런과 함께하는 동안 프로그래밍부터 콘텐츠 기획, 게임 디자인, 스토리텔링, 운영 총괄 등 다양한 직무를 경험했으며, 이 PD는 아트 전반을 이끌었다. 신작 쿠키런: 킹덤은 두 사람 포함 5명으로 시작해 현재는 총 60여 명의 개발진이 함께 게임을 꾸려나가고 있다.

두 사람이 쿠키런을 이끄는 동안 다양한 쿠키들이 게임에 등장했다. 커피맛 쿠키, 체리맛 쿠키, 슈크림맛 쿠키 등 이름만 들어도 군침이 도는 직관적인 쿠키도 있는 반면, 뱀파이어맛 쿠키, 탐험가맛 쿠키 등 도무지 무슨 맛일지 종잡을 수 없는 것도 있다. 현실에서는 맛볼 수 없는 것이기에 위화감이 들기도 하지만, 톡톡 튀는 개성을 지닌 다양한 쿠키가 쿠키런의 매력임은 분명하다. 이처럼 독특한 쿠키들이 대거 등장하게 된 계기는 쿠키런 for 카카오 기획 단계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PD는 “쿠키런 for 카카오를 기획하던 시점부터 ‘사람처럼 생긴 이 쿠키에 인간 세상의 삼라만상을 담아보자’라는 아이디어가 나왔다”며, “사람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대상부터 해적, 공주, 좀비처럼 무슨 맛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흥미롭고 재미있는 요소까지 다양하게 그려보자는 결론이 도출됐다”고 말했다. 즉, 음식이라는 점에 얽매이지 않은 자유분방함이 쿠키들의 다양성에 기반이 된 것이다.

▲ 탐험가맛 쿠키는 무슨 맛일까? (사진: 게임메카 촬영)

이러한 기조는 쿠키런: 킹덤에서도 동일하게 반영되어 있다. 악의 무리에 맞서 싸우며 쿠키들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왕국을 건설한다는 스토리 덕분에 쿠키들은 전작에서보다도 한층 더 인간적이다. 최근 추가된 슈크림맛 쿠키는 전작에서 견습 마법사로 등장했는데, 이번에는 정식 마법사로 참전했다. 인간으로 치면 경험을 쌓아 성장한 셈. 이 PD는 “첫 등장 이래 오랜 시간이 지난 만큼 이 정도면 견습생 딱지를 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정식 마법사가 된 슈크림맛 쿠키를 쿠키런: 킹덤을 통해 등장시키게 됐다”고 말했다.

비법 2. 좋은 맛을 내기 위해서는 디테일이 중요하다

쿠키런에는 단 하나의 쿠키도 비슷한 것이 없다. 하다못해 같은 커피류 쿠키라 할 수 있는 에스프레소맛 쿠키와 라떼맛 쿠키도 성격이 정반대라 할 수 있다. 이 PD는 “에스프레소맛 쿠키는 진한 카페인 음료라는 설정이라 까칠한 매력의 소유자로 설정했으며, 스킬에도 이 같은 특성을 반영해 적을 한데 모아 갈아버린다”고 말했다. 이어 “라떼맛 쿠키는 ‘라떼’라는 음료가 담고 있는 따뜻함, 부드러움을 성격과 외형에 반영시켰고 이를 통해 온화한 스승의 이미지로 최종 완성됐다”고 전했다.


▲ 같은 커피류지만 전혀 다른 성격의 에스프레소맛(위)과 라떼맛(아래) (사진: 게임메카 촬영)

이처럼 쿠키 캐릭터에는 디테일이 살아있다. 먹을 것을 메타포로 제작되기에 음식이 지닌 특징과 캐릭터 성격, 외형이 잘 연결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쿠키런: 킹덤에 등장하는 칠리맛 쿠키는 칠리소스의 매콤함을 반영해 성격 급한 도적이라는 설정이며, 빨간 머리와 고추를 연상케 하는 단검을 소지한 캐릭터로 탄생됐다. 스킬 역시 화끈한 성격에 어울리게 적에게 치명타를 가하는 것이다.

조연이라 할 수 있는 몬스터들도 이러한 디테일이 반영되어 있다. 몬스터 역시 음식인데, 쿠키와 더불어 디저트계 양대산맥이라 할 수 있는 케이크를 모티브로 한다. 조 PD는 “귀엽고 하찮은 쿠키들이 처절하고 깊이 있는 이야기를 하는 것에서 재미와 매력이 느껴지는 것이 쿠키런이라 생각한다”며, “이러한 점에 착안해 쿠키 입장에서는 자기보다 덩치가 커서 괴물처럼 여겨질 수 있는 케이크를 몬스터로 낙점했다”고 말했다. 그 중에서 몬스터계의 마스코트라 할 수 있는 케이크 들개는 작고 귀여운 조각 케이크에서 착안했는데, 조 PD는 “그래서인지 몬스터지만 사랑스럽다”고 말했다.

▲ 쿠키런: 킹덤을 대표하는 몬스터 '케이크 들개' (사진: 게임메카 촬영)

같은 행위를 하더라도 쿠키마다 다른 모습을 연출하는 것도 쿠키의 매력 발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PD는 “’이 쿠키는 어떤 방식으로 망치질을 할까?’ 상상했을 때 에스프레소맛 쿠키는 귀찮은 듯이, 자색고구마맛 쿠키는 힘차게, 양파맛 쿠키는 눈물을 흘리면서 망치질을 하도록 표현한다며”며, “디테일은 쿠키들에게 실제감을 느끼고 애정을 쏟게 하는 요소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비법 3. 쿠키런의 정신 ‘먹히길 거부한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조길현, 이은지 공동 PD에게 가장 애착이 가는 쿠키에 대해 물었다. 조 PD는 이번 쿠키런: 킹덤의 최고 악역이라 할 수 있는 ‘어둠마녀 쿠키’를, 이 PD는 쿠키런의 터줏대감이자 쿠키런: 킹덤에서도 주인공 자리를 꿰찬 ‘용감한 쿠키’를 꼽았다. 언뜻 정반대되는 성격의 쿠키를 선정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두 사람이 어둠마녀 쿠키와 용감한 쿠키를 ‘최애 쿠키’로 꼽은 이유는 거의 동일하다. 조 PD는 어둠마녀 쿠키를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 선택한 방법이 너무나 파괴적인 방법이지만, 먹히기 위해 태어난 자신의 존재를 거부하고자 하는 확고한 철학과 신념을 가진 캐릭터”라 설명했다. 또한 이 PD는 “먹히고 싶지 않아 오븐을 탈출한 최초의 쿠키라는 용감한 쿠키의 서사가 제 마음을 울린다”고 말했다. 음식이지만 음식답지 않은, 통념을 거부하고 더 나은 세상을 향해 나아간다는 신념이 담긴 쿠키들의 이야기가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사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

▲ 오븐을 탈출해 왕국까지 건설한 쿠키런의 여정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