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셔틀] 기름기 쫙 빼고 날씬해진 라그나로크: 라비린스

▲ '라그나로크: 라비린스' 대기화면 (사진: 게임메카 촬영)

그라비티는 그동안 '라그나로크' IP를 활용해 수많은 게임을 제작했다. 그중에는 라그나로크의 이름만 빌린 새로운 형태를 한 게임도 있었고, '라그나로크 오리진'처럼 정통성을 내세운 게임도 있었다. 하지만, 마음 놓고 가볍게 즐길 만한 라그나로크는 의외로 많지 않았다. 대부분 원작의 장점을 살리다 보니 틈내서 잠깐씩 플레이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지난 23일 출시된 라그나로크: 라비린스는 지금까지 나온 모든 라그나로크 중에서도 유독 부담 없이 편한 게임이다. 사실상 원작 라그나로크나 라그나로크 오리진에서 필요한 요소만 딱 남기고 불필요한 것들은 뺀, 다이어트를 해서 한층 가벼워진 느낌의 게임이다. 물론 살이 쪽 빠진 만큼 깊이는 상대적으로 덜했지만, 일전에 제작진이 이야기했던 대로 언제 어디서나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라그나로크가 태어났음에는 틀림없다. 

▲ '라그나로크: 라비린스' 공식 트레일러 (영상출처: 그라비티 공식 유튜브)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느낌의 라그나로크

라그나로크: 라비린스를 처음 켜보면 전투 모션이나 그래픽은 물론 심지어는 기본적인 UI/UX도 라그나로크와 유사하게 구성했다는 점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적을 타격할 때 뜨는 숫자만 봐도 '아, 라그나로크다!'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게임 곳곳에 익숙함을 녹여냈다.

하지만, 세계관까지 라그나로크 온라인을 그대로 가져온 것은 아니다. 오히려 원작과는 전혀 무관한 형태의 외전격 스토리를 풀어낸다. 게임은 시간여행이 보편화되어 있는 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플레이어는 기억을 잃은 모험가이자 세상을 구할 영웅이 되어 평화의 기운이 담겨 있는 '이미르의 조각'을 찾아 모험을 나서게 된다. 이 과정에서 미궁에 빠져서 나오고 있지 못하는 다른 모험가들도 구해야 한다.

▲ 시작하자마자 보이는 풍경이 굉장히 익숙하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게임성은 3D 방치형에 가깝다. 마인크래프트 블록으로 만든 것 같은 필드에 각종 몬스터가 쏟아져 나오면, 플레이어 캐릭터가 자동으로 몬스터를 처치한다. 일정량 이상의 몬스터를 처치하면 보스를 소환할 수 있으며, 보스를 처치하면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가는 식이다. 보스 외에도 MVP라는 거대 보스가 랜덤하게 등장해 게임의 긴장감을 높인다.

'라비린스'라는 부재에서 느껴지듯이 이 게임엔 게임 내에서 '미로'가 자주 등장한다. 게임 내 핵심 콘텐츠인 미궁섬과 던전에 특히 잘 담겨있다. 미궁섬에선 적들을 피해 미로를 돌아다니며 코인과 아이템을 모아 보스에 도전할 자격을 얻어야 하며, 보스에 부딪히면 바로 미션을 실패하게 된다. 던전에선 훨씬 더 까다로운 미로가 등장하며, 그만큼 클리어 조건도 다양하다. 

▲ 다양한 보스 몬스터가 등장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라비린스 답게 미로가 곳곳에 등장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쉽고 편하고 간단하게 즐길 수 있다

이 게임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은 '편의성'에 있다. 이 게임의 핵심 시스템인 쉐어바이스가 대표적인 예다. 쉐어바이스는 플레이어의 캐릭터를 빌려주거나 빌릴 수 있는 시스템이다. 내가 키운 캐릭터를 쉐어바이스에 등록하면, 내가 게임을 꺼둔 상태에서 다른 캐릭터의 파티에 들어가 함께 플레이할 수 있으며, 반대로 내가 플레이할 때 게임에 접속하지 않은 유저의 캐릭터를 빌려오는 것도 가능하다. 

이는 게임에 대한 접근성을 매우 높여줌과 동시에 플레이 난이도도 낮춰준다. 기본적으로 플레이하지 않는 동안에도 캐릭터가 성장한다는 것부터 굉장한 이득이며, 스테이지 공략이 힘들 때 나보다 레벨이 높은 캐릭터로부터 도움받을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실제로 2차 전직 직전에 스테이지 진행이 한 차례 막히는 구간이 있는데, 이 시점에 강력한 캐릭터를 파티에 끼워 넣거나 좋은 조합을 맞춰서 통과하는 것이 정석적인 공략으로 뽑힐 정도다. 이 덕분에 캐릭터 성장에 대한 부담이 정말 적다.

▲ 이 쉐어바이스 하나 덕분에 성장에 대한 부담이 확 줄어든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쉐어바이스를 잘 활용하면 본래 깰 수 없는 보스 몬스터도 잡을 수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이 외에도 모든 조작이 아주 간단하다. 캐릭터는 '전설의 궁수' 같은 게임처럼 이동만 하면 자연스럽게 적을 공격하며, 무기 수급이나 제작도 원작에 비해 훨씬 쉬운 편이다. 무기 장착 레벨도 사라졌으며, 제작 재료는 필드나 장비 분해로 쉽게 얻을 수 있다. 이 모든 것들이 전투 진행 중에도 가능하다는 점도 매력이다. 이 밖에도 쉐어하는 캐릭터를 조작한다거나, PvP 참가, 장비 및 카드 강화 모두 원터치로 단숨에 가능하다. 게임 내 모든 것이 편리함에 초점을 맞추고 구성됐다는 인상을 준다. 

그렇다고 라그나로크 라비린스가 100% 방치형게임은 아니다. 미궁섬이나 던전에서 진행하는 미로 콘텐츠는 100% 수동으로 진행해야 한다. 물론 근본적인 난이도가 높은 것은 아니나 내 레벨이나 전투력에 맞지 않는 보스몬스터를 쉐어바이스의 도움을 받아서 플레이할 경우엔 적절한 조작이 필요하다. 일반 보스보다 더 강력한 MVP 보스를 처치하기 위해서도 수동 조작의 과정이 필요하다. 최소한의 조작으로 효율적인 재미를 추구한 셈이다.

▲ 제작을 포함해 모든 작업이 쉽게 바뀌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생각보다 성장이 자주 막히네

장점이 분명한 게임이지만 그만큼 단점도 명확하다. 일단 똑같은 형태의 콘텐츠를 꾸준히 반복해야 하기 때문에 성장이나 퀘스트 수행이 막히는 경우에는 재미가 급감하게 된다. 특히 PvP 콘텐츠인 듀얼에서 승리해야만 클리어할 수 있는 퀘스트의 경우, 듀얼 이용권을 모두 사용했다든가 상대방 목록에 이길 만한 상대가 없다면 아무것도 못 하고 시간을 보내는 상황이 발생한다. 방치형게임의 장점인 빠르고 쉬운 진행이 사라지는 것이다. 

더불어 캐릭터의 성장 방법이 지나치게 다양하고 복잡한 것도 단점이다. 이 게임의 전투력 향상 방법은 원작의 문법을 거의 그대로 빼다 박았는데, 이게 방치형게임에는 완벽하게 맞아떨어지지 않는 것이다. 스킬을 하나하나 일일이 업그레이드하고, 장비 강화에 장비에 부착할 카드 수급 및 강화까지 전투력 하나 올리기 위해서 신경 써야 할 것이 방치형게임 치고는 꽤 많은 편이다. 덕분에 한 시간 이상 게임을 켜놓고 가만히 두기는 다소 힘들다.

▲ 게임 중간중간 성장이 턱턱 막힐 때가 있어 답답하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불안정한 서버도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서버 불안정은 다른 콘텐츠보다도 던전을 돌때 큰 단점으로 작용한다. 시간 안에 미로를 돌면서 퀘스트를 수행해야 하는 급박한 순간에 지속적으로 랙이 걸리는 바람에 제한 시간에 걸려 던젼을 클리어하지 못하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라그나로크의 꽃이라 할 수 있는 노점을 포함해 미구현된 콘텐츠가 많다는 점도 외국에서 먼저 출시된 게임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조금은 의문이 남는다.  

단점보단 장점이 더 크다

라그나로크: 라비린스는 단점이 눈에 보이는 게임이긴 하지만, 그만큼 더 명확한 장점이 눈에 더 들어오는 작품이다. 혁신적이라거나 엄청난 몰입감을 지닌 게임은 아니지만 라그나로크의 특징과 방치형게임의 특징, 그리고 이 게임만의 독특한 콘텐츠를 한데 섞어서 그럴싸하게 만들어냈다. 라그나로크를 좋아하지만 헤비한 게임에 접속할 여력이 없는 유저에게 라그나로크: 라비린스는 맘 편히 즐길 수 있는 안성맞춤인 게임이다.

▲ '라그나로크: 라비린스'는 맘 편히 즐길 수 있는 게임이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이재오 기자 기사 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