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게임광고] 이거 학원물 맞아? 엽기설정 '메타녀'
게임메카 류종화 기자
2021.07.27 16:11
한국 게임의 성숙기였던 1990년대를 기억하십니까? 잡지에 나온 광고만 봐도 설렜던 그때 그 시절의 추억. '게임챔프'와 'PC챔프', 'PC 파워진', '넷파워' 등으로 여러분과 함께 했던 게임메카가 당시 게임광고를 재조명하는 [90년대 게임광고] 코너를 연재합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90년대 게임 광고의 세계로, 지금 함께 떠나 보시죠
학교를 배경으로 하는 콘텐츠를 보통 학원물이라고 부릅니다. 적게는 한 교실이나 학교 전체에서 벌어지는 일을, 크게는 재단이나 학원도시 같은 거대한 곳을 무대로 하죠. 같은 학원물이라 해도 연애나 액션, 판타지 등 종류가 굉장히 다양한데요, 해리포터 역시 어찌 보면 학원물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게임 역시 학원물의 단골 무대인데요, 그 중 유독 독특한 작품이 하나 있습니다. 90년대 국내에서 꽤 인기를 끈 메타녀라는 SRPG인데요, 이 게임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여학교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학원 전쟁물입니다. 전쟁이라 함은 동아리 부서들 간에 벌어지는 영역/세력다툼을 뜻하는데, 전쟁이라는 단어를 쓰는 이유는 실제로 사람이 우수수 죽어나가는 진짜 전쟁을 벌이기 때문입니다.
제우미디어 게임챔프 1997년 7월호에 실린 메타녀 광고입니다. 설명을 보면 '부정부패 사회로부터 정의를 지키는 메타톨러지 고등학교의 여전사들, 이땅의 유일한 희망 마법소녀들' 이라고 쓰여 있네요. 일단 게임 내에 마법 스킬도 있고 여전사인 것도 많지만, 실상은 전혀 다릅니다.
게임 배경을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게임 내에는 메타여고라는 거대 학교가 존재합니다. 그리고 동아리 개념으로 천문부와 생물부, 생도회라는 3개 클럽이 존재하죠. 게임은 이 클럽 간의 전쟁을 다루는데, 말 그대로 진짜 전쟁입니다. 서로의 세력을 쳐부수기 위해 칼을 휘두르고, 총을 쏘고, 마법을 발사하죠. 그 와중에 사람도 어마어마하게 죽어나갑니다. 즉, 학원의 탈을 쓴 전쟁 시뮬레이션에 가까운 게임입니다. 실제로 학교 역사나 동아리 간의 전쟁사만 봐도 천 년이 넘을 정도니까요.
이런 전쟁에 미소녀와 학원을 결합시키며 말로 설명하기 오묘할 정도의 아스트랄함이 탄생했습니다. 예를 들어 적/아군 캐릭터들은 전투에서 HP가 0이 되면 말 그대로 사망하는데, 그때 남기는 유언들을 보면 참혹한 듯 하면서도 갑자기 개그가 등장하는 등 분위기가 극과 극을 달립니다. 참고로 그 와중에도 학교 배경이기 때문에 수업은 수업대로 진행되는 점이 더욱 혼란스럽습니다.
광고 전면에는 주인공 캐릭터들이 있는데, 90년대 중후반 당시 유행하던 니삭스를 신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아래쪽에는 게임 스크린샷이 보입니다. SRPG로서 완성도가 꽤 높고, 숨겨진 요소와 멀티엔딩 등 파고들 부분도 많아서 꽤 호평을 받았죠.
물론 당시 치고도 그래픽이 썩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개발사 자체가 꽤나 마이너한 곳이었던데다 게임 자체도 동인 게임에서 시작했기에 퀄리티 부분에서는 당시 메이저급 게임들에 비해 뒤쳐질 수 밖에 없었죠. 지금 보면 나름대로 귀여운 맛이 있네요.
전작에 이어 메타녀 2(원제: 자이 메타녀) 역시 국내 정식 발매됐습니다. 국내의 경우 1편과 2편이 거의 동시에 출시됐기에 2편 별도 광고가 실리진 않았는데, 대신 제우미디어 PC파워진 1999년 9월호 부록으로 실리며 널리 배포됐습니다. 당시 메인 부록이었던 포가튼 사가에 가려져 구석에 조그맣게 나와 있긴 하지만, 메인 못지 않게 존재감을 확실히 뽐냈던 게임이었습니다.
부록 수록과 함께 게임 소개 및 공략도 함께 실렸습니다. 등장인물들의 모습이 보이는데, 헤어스타일이나 얼굴, 셔츠 등은 평범한 여고생이지만 판타지물에나 나올 법한 거대한 어깨 보호대가 이 게임의 범상치 않은 세계관을 보여줍니다. 첩보부, 소대, 비서실, 유혈사태, 육탄전, 독살 등 학원물에 안 어울리는 단어들도 함께 말이죠. 그나저나 정말로 전부 여고생이라서인지 나이들이 어리네요. 나이를 먹기 전 대부분 전사하는 것인지, 아니면 인간 수명이 극히 짧은 세계관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메타녀 시리즈는 꽤나 짧고 굵은 인상을 남기고 사라졌습니다. 생각 같아선 후속작이 좀 더 나와도 될 법한데, 관련해서 아무 말이 없는 걸 보니 추억 속에서 영원히 아름답게 기억될 운명인 듯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컬트적인 센스가 담긴 게임을 참 좋아하는데, 간만에 좀 찾아봐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