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작은 항공모함-도전작은 쾌속정, 넥슨 신작 '투 트랙'

▲ 속도 중시 전략에 대해 설명 중인 넥슨 이정헌 대표 (사진출처: 넥슨 미디어 쇼케이스 생방송 갈무리)

과거 넥슨의 고질적인 단점으로 손꼽혔던 부분은 발표하는 게임은 많은데 출시는 함흥차사라는 점이었다. 대표 사례는 9년 제작에도 불구하고 출시하지 못한 페리아 연대기였다. 이러한 넥슨이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려 한다. 퀄리티 중시의 대규모 게임과 속도에 집중한 도전적인 게임으로, 신작 방향성을 투 트랙으로 가져간다.

넥슨 이정헌 대표는 5일 진행된 미디어 쇼케이스를 통해 자사 신작개발본부 방향성에 대해 설명했다. 넥슨 신규개발본부는 넥슨코리아 안에 있는 신규 타이틀 개발조직으로, 2019년 12월에 결성됐다. 신규개발본부 키워드는 ‘빅 & 리틀’인데, 이 대표는 이를 항공모함과 쾌속정에 비유했다. 개발 노하우를 집약한 대규모 게임은 항공모함처럼 시간이 걸려도 단단하게 가져가고, 넥슨이 시도하지 않았던 도전적인 게임은 빠르게 나가 유저 평가를 받는 쾌속정처럼 운용한다는 설명이다.

이는 앞서 이야기했던 제작이 늘어지는 경향을 탈피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이정헌 대표는 “대규모 게임은 넥슨 개발 노하우가 집약되는 차세대 주역들이다. 다만 프로젝트 대형화는 민첩한 도전을 가로막는 장벽이 되는 경우도 있었다. 위험성을 어느 정도 감수하면서도, 세상에 없던 엣지를 살린 도전이 이어져야 되는데 기존 개발 방식으로는 힘들다. 기존 경험이나 관습, 넥슨이 가진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고 기민한 시도를 소규모로 담아내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러한 생각을 담아 이번 쇼케이스에서 ‘얼리 스테이지’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발표했고, 얼리 스테이지에 속하는 게임 3종이 공개됐다. 내셔널지오그래픽과 협업한 해양 탐사 신작으로 공개됐다가 개발이 중단됐던 ‘데이브’를 기반으로 한 ‘프로젝트 DR’, 속도감 있는 전투와 스타일리쉬 액션을 앞세운 대전액션게임 ‘프로젝트 P2’, 던전키퍼 등 고전 던전 크롤러 게임이 연상되는 중세 던전 탐험 게임 ‘프로젝트 P3’다.

▲ 기민한 시도가 필요하다는 고민이 담긴 얼리 스테이지 (사진출처: 넥슨 미디어 쇼케이스 생방송 갈무리)



▲ 위부터 프로젝트DR, 프로젝트 P2, 프로젝트 P3 (사진출처: 넥슨 미디어 쇼케이스 생방송 갈무리)

얼리 스테이지 최우선 목표는 빠르게 시장에 나가는 것이다. 이 대표는 “과거에는 일정 이상 완성도를 갖춘 후에 1차, 2차 비공개 테스트를 진행했다. 일정대로 만들어서 원하는 시점에 테스트를 받는 방식이 언제까지 통할 것이냐는 의심이 들었다”라며 “그래서 날것 그대로, 알파 빌드, 프로토타입이라도 핵심 게임성이 잡혔다면 시장에 내보낼 계획이다. 유저 평가가 별로라면 다시 만들고, 재미있다면 이 부분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날것이고, 완성도가 떨어져 보여도 유저분들이 많은 의견을 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신규개발본부의 항공모함이라 할 수 있는 대규모 게임은 어떤 것이 있을까? 이번 쇼케이스에서는 이에 해당하는 게임 4종이 발표됐다. 먼저 ‘수집형 RPG 끝판왕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를 앞세운 프로젝트 SF2와 지스타 2018 발표 후 소식이 없었던 테일즈위버M이 있다. 두 게임은 각각 넥슨 기존작 슈퍼판타지워, 테일즈위버를 원작으로 삼은 모바일게임이며, 원작 특징을 살림과 동시에 새로운 재미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어서 PC와 모바일을 지원하는 MMORPG 신작 ‘프로젝트 ER’은 새로운 IP를 기반으로 하며, 상위 유저 전유물이 되는 ‘공성전’을 유저 모두가 참여해 24시간 실시간으로 맞대결하는 대규모 전쟁으로 제공하는 것을 특징으로 앞세웠다. 채널 한 곳에서 캐릭터 간 충돌이 도입된 심리스 월드를 무대로 한다. 넥슨 신규개발본부를 총괄하는 김대훤 부사장은 “넥슨에서 역대 최대 규모 개발진이 참여했고, 서사가 담긴 스토리, 최고의 그래픽 등 모든 면에서 블록버스터라는 규모에 맞는 리소스를 투입하고 있다"고 전했다.

▲ 프로젝트 SF2 발표 영상 (영상제공: 넥슨)

▲ 프로젝트 ER 발표 영상 (영상제공: 넥슨)

마지막으로 5일부터 프리 알파 테스트를 진행하는 프로젝트 HP가 있다. 마비노기 영웅전, 야생의 땅: 듀랑고로 알려진 이은석 디렉터가 개발 총괄을 맡았고, 중세풍 전장에서 최대 32인이 맞붙는 백병전 중심 PC 대전 게임이다. 이정헌 대표는 “제작진이 프로토타입을 가져왔을 때 경영진을 포함하여 플레이를 해봤다. 그래픽을 안 입힌 목각인형 캐릭터로 플레이를 했는데 그것만으로도 재미있었다”라고 설명했다.

넥슨은 작년에 창사 처음으로 연매출 3조를 달성했다. 다만 이 성과는 신작보다 기존작에서 비롯된 것이다. 단단한 캐시카우를 보유하는 것은 회사에 매우 중요하지만, 규모에 비해 과하게 안정지향적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웠다. 이번 쇼케이스를 통해 넥슨은 신규개발본부 타이틀을 포함해 신작 12종을 공개했다. 이 중 기존 넥슨 게임과 다르면서도, 시장에서 호평을 받을 ‘차세대 주역’이 탄생하느냐가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