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정남] 사실 범죄야, 옛날 오락실 ‘무한코인’ 수법 TOP 5

※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이나 캐릭터, 사건 등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지만, 80~90년대에 유년시절을 보낸 아이들 역시 대부분 주머니 사정이 궁핍했다. 쓸 돈은 한정돼 있는데 갖고 싶고 먹고 싶은 것은 어찌나 많은지! 특히 가정용 게임기와 모바일 기기가 널리 보급된 지금과 달리, 당시엔 제대로 된 게임 한 판 하려면 오락실에 가서 돈을 넣어야 했기에 게임 좋아하는 오락실 키드들에겐 이 역시 만만치 않은 지출이었다.

일반적으로 게임 요금은 80년대엔 주로 50원, 90년대엔 100원이었다. 그 돈이면 문방구에서 아이스크림이나 껌, 사탕 등을 사서 오랫동안 먹을 수 있었다. 그러나 게임을 하면 짧을 경우 2~3분 만에 자리에서 일어나야만 했다. 그래서였을까, 돈은 없지만 게임은 하고 싶었던 당시 아이들은 기상천외한 방법을 개발해냈다. 물론 엄연한 범죄인데다 자칫 기계를 망가뜨릴 수도 있는 행위였기에 걸리기라도 하면 경을 쳤지만, 시도는 끊이지 않았다. 오늘 [순정남]에선 당시 오락실에서 암암리에 행해졌던 암흑의 행위들을 모아 보았다.

* 여기 언급된 수법들은 2021년 현재 국내 유통되는 대다수 기기에서는 기술적으로 막혀 있으며, 만약 시도할 시 형법상 사기죄의 일종인 편의시설부정이용죄(3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가 적용되니 따라할 시도도 하지 말자.

TOP 5. 동전 튕겨서 세게 넣기

일반적으로 아케이드 게임기는 한 종류의 동전만 투입할 수 있다. 100원이면 100원, 50원이면 50원 동전만 투입 가능한 식이며, 나머지 동전은 배출구로 나와버린다. 일반 자판기는 무게와 규격 등을 세밀하게 인식해 동전을 구별하지만, 옛날 게임기들은 그 중 하나만 체크하는 등 화폐 인식 시스템이 상당히 허술했다. 따라서 이를 이용한 불법 행위들이 수없이 시도됐다.

그 중 오락실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풍경은 동전 세게 넣기다. 단순히 동전을 밀어넣는 것이 아니라, 입구에 대고 힘을 주다가 순간적으로 팍 튕겨 넣는 방법이다. 그걸 반복하다 보면 아주 간혹 기계가 착각을 일으켜서 제대로 된 동전으로 인식한다나 뭐라나. 100원 게임 시절엔 주로 10원짜리 동전이 많이 쓰였고, 나름 최근인 500원 게임 시절에도 일부 기기에서는 100원짜리 동전으로 이 짓을 하는 이들이 간혹 있었다고 한다.

2000년 이후 나온 대다수 게임기들에서는 세게 넣기 수법이 원천 봉쇄됐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2000년 이후 나온 대다수 게임기들에서는 세게 넣기 수법이 원천 봉쇄됐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TOP 4. 테이프로 감은 10원 동전 넣기

이건 5위의 동전 튕겨넣기를 좀 더 전문화시킨 수법이다. 10원짜리를 100원처럼 인식되도록 기계를 속였는데, 10원짜리 동전에 두꺼운 테이프를 감아서 두께와 크기, 무게를 늘렸다. 테이프는 스카치 테이프가 아니라 두꺼운 고무 절연 테이프를 사용했으며, 테이프 종류에 따라 동전에 몇 바퀴 감아야 하는지가 각기 달랐다고 한다.

이 수법은 성공률이 높고 들키기 어려웠는데, 이를 남발하는 이들이 생겨나면서 뉴스에까지 보도될 정도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 돈통에서 테이프가 붙은 10원짜리가 우수수 나오자 오락실 점주들은 집단으로 기기 제조사에 항의를 시작했고, 이를 방지하는 신형 기기가 뒤늦게 보급되기 시작했다. 다만, 이미 널리 퍼져 있던 구형 기기들에서는 한동안 이런 동전들이 나왔다고 한다.

동전에 테이프를 감아 무게나 크기를 늘리는 고전적 방법인데, 문제가 커져 뉴스에도 나왔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동전에 테이프를 감아 무게나 크기를 늘리는 고전적 방법인데, 문제가 커져 뉴스에도 나왔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TOP 3. 책받침 오려 동전 구멍 쑤시기

기계식으로 코인을 계측하는 구형 게임기의 경우 크기나 무게가 일치하는 동전이 센서를 통과할 때마다 코인이 1개씩 늘어나는 방식인데, 그 중에서도 더 구형 기기들은 동전이 지나가는 경로가 막혀 있지 않고 뚫려 있었다. 일부 오락실 키드들은 이 구조에 주목해, 물리적으로 구멍을 쑤셔 센서를 직접 자극하는 비범한 방법을 고안해냈다. 일명 책받침 오려 쑤시기다.

참고로 90년대 중후반, 기자가 살던 동네에서 한동안 이 방법이 유행을 탄 적이 있다. 당시 들은 얘기에 따르면, 책받침 등 딱딱한 코팅지나 플라스틱을 C자에 가까운 형태로 깎아낸 후, 잘 조준해서 구멍을 쑤시다 보면 어느 순간 코인이 뿅뿅뿅뿅 하며 올라간다는 것이다. 물론 기기에 따라 내부 구조가 다르고, 굵기나 길이, 각도 등도 딱 맞아야 하기에 이걸 만들 수 있는 이들은 마치 ‘방망이 깎는 노인’ 같은 장인 취급을 받았다. 참고로 당시 전봇대 등에 달려 있던 무가지 배포 케이스의 동그란 부분이 절묘한 각도와 강도를 자랑한다는 소문에, 일부 오락실 키드들은 동네 무가지 케이스를 오리고 다니는 만행까지 저지르고 다녔다.

대충 뭐 이런 모양으로 책받침을 오려서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게임메카 제작)
▲ 대충 뭐 이런 모양으로 책받침을 오려서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게임메카 제작)

TOP 2. 동전에 구멍 뚫어 실 엮기

동전에 구멍을 뚫어 실을 꿰 묶은 후, 자판기에 넣고 물건을 받고 동전만 다시 뺀다는 발상은 이미 자판기 등장 초기부터 동서양을 막론하고 흔히 시도된 방법이다. 미국 애니메이션 심슨 가족에서도 호머가 이 방법을 써서 음료를 무료로 먹는다. 다만, 꽤나 고전적인 수법이기에 대다수 자판기는 동전 수납구 개폐 시스템을 일치감치 탑재해 이를 막았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저가인데다 구형 기기를 오랫동안 썼던 일부 오락실에서는 이 고전적인 방법이 상당히 오래 통했다. 이 경우 3위에 언급한 책받침 오려 쑤시기와 동일하게 동전을 올렸다 내렸다 하는 것만으로도 코인을 무수히 올릴 수 있었는데, 동작이나 준비물이 쉽게 눈에 띄지 않아 완전범죄 가능성이 비교적 높았다. 이 때문인지, 학교에서 커터칼로 동전을 계속 비비며 구멍을 뚫는 아이들을 은근히 자주 볼 수 있었다. 다만, 중간에 동전이 걸려서 기계가 고장나는 경우도 잦았다.

커터칼을 동전에 대고 하루종일 비벼서 구멍을 뚫는 친구들이 간혹 있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커터칼을 동전에 대고 하루종일 비벼서 구멍을 뚫는 친구들이 간혹 있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TOP 1. ‘딱딱이’ 사용

대망의 1위는 '딱딱이'다. 딱딱이란 가스레인지나 라이터 등에 들어가는 부품으로, 물리적 압력을 이용해 스파크를 일으키는 장치다. 누를 때 ‘딱’ 소리가 나서 딱딱이라는 별명을 얻었으며, 눈으로 전기가 보일 만큼 센 전압을 일시적으로 발생시킨다. 다만, 전압에 비해 전류량이 아주 낮기 때문에 인체에 대고 쏴도 살짝 따끔한 정전기 수준 아픔만 느껴진다.

이 딱딱이를 구형 오락실 기기의 금속 부분(주로 동전 삽입구)에 대고 전기를 쏘면, 기판 전체에 전류가 통하며 오류를 일으켰다. 그 오류란 것이 상당수는 코인 인식기 기계 신호와 혼동되어 코인이 올라가는 결과를 낳았지만, 어디까지나 기계에 강제로 전류를 흐르게 하는 것이었기에 예상치 못한 오류가 발생하는 경우도 많았다. 적게는 화면이 깨지거나 게임기가 멈추고, 심하면 입출력 장치가 망가지거나 아예 기판이 먹통이 되는 경우도 잦았다. 때문에 오락실 점주들에게는 최고의 빌런 취급을 받았다. 이는 90년대 후반부터, 기기 제조사들이 동전 투입구 쪽 부품을 전류가 통하지 않는 제질로 만들고 동전 인식을 전자식으로 바꾸며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식당에서 사용하는 가스불 붙이기 장치 역시 이런 '딱딱이'가 내장돼 있다. 요즘 기기들은 동전 투입구가 절연소재로 되어 있어 절대 통하지 않는다 (사진출처: 네이버 쇼핑)
▲ 식당에서 사용하는 가스불 붙이기 장치 역시 이런 '딱딱이'가 내장돼 있다. 요즘 기기들은 동전 투입구가 절연소재로 되어 있어 절대 통하지 않는다 (사진출처: 네이버 쇼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