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걸리면 순위↓ 오미크론에 흔들리는 LCK

▲ LCK가 오미크론과의 사투를 시작했다 (사진출처: LCK 공식 홈페이지)

2022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가 말 그대로 숨 가쁘게 흘러가고 있다. 오랜 기다림 끝에 시작된 시즌인데, 벌써 1라운드가 다섯 경기만 남겨두고 있을 정도다. 시즌이 진행되는 과정도 흥미로우며, 매주 명경기가 속출하고 있을 정도로 각 팀들의 경기력도 출중한 상황이다. 

그러나 1라운드가 거의 끝나가고 있는 현재, 경기 외적으로 LCK의 향후 구도를 가로지를 복병이 나타났으니 바로 코로나 19다. 지난 2년 동안 주요 선수나 코치진 감염 없이 잘 극복해왔던 코로나 19였는데, 설 휴식기를 기점으로 주요 팀들 사이에서 확진자가 발생하기 시작한 것이다. 감염률이 높은 오미크론 변이 확산 때문인데, 이로 인해 생 현 LCK에도 특이한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 이번 한 주 내내 볼 수 있었던 긴급 로스터 변경 공지 (사진출처: LCK 공식 홈페이지)

코로나로 결정되는 순위?

LCK의 모든 팀들이 코로나 19 이슈를 겪으면서 하나 확실하게 깨달은 부분이 있다면, 남은 시즌을 성공적으로 보내기 위해선 코로나에 걸리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이다. 실제로 1라운드 순위를 확정 짓는 주요 경기가 많았던 4주 차만 봐도 급작스레 선수진 사이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나온 팀들의 성적이 유독 좋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다.

설 휴식기와 지난 한 주 동안 확진자가 발생한 팀은 DRX와 농심, 젠지까지 총 세 팀이다. DRX는 그나마 격리 규정 완화에 따라 큰 타격을 입지는 않았으나, 젠지와 농심은 너무나 갑작스럽게 경기 시작 직전에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전력에 큰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양 팀 모두 세 명의 주전 선수를 잃음에 따라 서브 혹은 긴급 콜업을 통해 2군 선수로 경기를 치러야만 했고, 결과적으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젠지는 금주의 매치라고 칭해졌을 정도로 팬과 관계자들 사이에서 큰 주목을 받았던 T1전을 망치고 말았으며, 농심은 다음 주부터 진행되는 강팀과의 경기를 앞두고 승수를 쌓아야 하는 상황에서 고스란히 2패를 적립하게 됐다. 

▲ 경기 당일 확진자가 나온 젠지는 긴급하게 2군 선수와 서브 정글러를 투입했다 (사진출처: LCK 공식 플리커)

▲ 농심 레드포스는 그야말로 직격타를 맞았다 (사진출처: LCK 공식 플리커)

이렇게까지 경기 외적인 요인이 시즌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친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실제로 2군 콜업으로 젠지 경기에 합류한 '로스파' 박준형은 경기 당일 2군 숙소로 출근하는 중에 출전이 결정돼 경기장에 와서야 처음으로 선수들과 인사를 나눠야 했다. 급작스러운 1군 경기인데다 연습조차 할 시간이 없는 최악의 상황에서 경기를 치르게 된 것이다. 

당연히 팀과 팬들 입장에선 볼멘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선수 감염은 통제하기가 불가능에 가까운 데 반해, 이로 인해서 피어나는 변수는 너무 크다. 당장 코로나 이슈가 생긴 첫 주부터 피해를 입은 팀들이 생기고 있다 보니, 모든 팀과 팬들이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더 나아가선 스프링 시즌 우승팀이 코로나 19로 결정될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올 만큼 중차대한 사안으로 인식되고 있다.

▲ 확진자가 나온 팀들 모두 나란히 패를 적립했다 (사진제공: LCK)

그 와중에 두각을 나타낸 2군 선수들 

한 편으론 코로나 이슈로 어수선한 시기에 자신감 있는 플레이로 자신의 주가를 상승시킨 2군 선수들도 눈에 띄었다. 실제로 1군 상대로 승리를 거둔 선수들도 있고,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자신감 있는 플레이를 보여준 선수들도 있다. 우연찮게 잡은 1군 출전 기회를 그야말로 이상적으로 활용한 사례다. 

대표적인 사례가 DRX의 2군이다. DRX는 '데프트' 김혁규를 제외한 전원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4명의 2군 선수들로 4주차 첫 경기 1세트를 치러야 했다. 경기 시작 전에는 당연하게도 전력의 대부분을 소실한 DRX의 약세가 예상됐지만, 시작부터 경기 말미까지 의외로 순조롭게 DRX가 승기를 잡는 그림이 이어졌다. 물론 KT가 메타픽을 고르지 않았고, 중간중간 실수가 있긴 했지만, 분명 2군 답지 않은 경기였다. 특히, 주전멤버가 출전한 2세트에서 DRX가 패배하면서 "이제 누가 1군이지?"라는 식의 농담이 채팅창에서 심심찮게 발견되기도 했다.

▲ 2군 선수들의 활약이 빛났던 DRX (사진출처: LCK 공식 플리커)

▲ '데프트' 김혁규가 경기 종료와 동시에 2군 선수들에게 "잘했다"며 칭찬하는 장면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사진출처: LCK 공식 플리커)

이 밖에도 현 LCK 최고의 폼과 합을 자랑하는 T1을 상대로 경기를 펼친 젠지의 2군 선수들도 의외로 분전했다. 특히 위에서 이야기했듯이, 콜업된 선수들이 제대로 연습도 못 한 채 경기에 투입된 것을 생각하면, 자신감 있는 플레이와 함께 재밌는 경기를 만들어 냈다는 점에서 박수를 받을 만했다. DRX 2군은 리그 내에서 독보적인 강함을 자랑하기 때문에 좋은 경기력을 예상한 사람도 많았지만, 젠지 2군은 리그 성적이 특히나 좋지 않기 때문에 더욱 콜업된 선수들의 경기력이 돋보였다. 

물론 오히려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기존 에이스들의 경기력이 더 눈에 띄는 상황이 나오기도 했다. '칸나' 김창동, '쵸비' 정지훈 등 기존에 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던 선수나, 흔히 최고 수준의 선수들이 위기에 빠진 팀을 열심히 이끄는 형국이 보이기도 했던 것이다. 사실상 1군과 2군의 전력 차이는 명확한 가운데, 어떤 선수가 됐던 자신의 이름을 알릴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선 변함이 없다는 분석도 있다.

▲ 탑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준 '쵸비' 정지훈 (사진출처: LCK 공식 플리커)

새로운 규정이 분명히 필요한 상황

한 켠에선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현재의 리그 운영 체제가 원인이라는 말도 있다. 분명 오미크론 변이는 쉽게 통제할 수 없고 뾰족한 대책조차 떠오르지 않는 자연재해지만, 그 안에서 불이익과 불공정이 발생해선 안 된다. 주최측에서도 2군 선수 긴급 콜업이라는 단순한 규정 외에, 격리 중인 선수만이라도 원격으로 경기에 참가시키는 등 다른 방안을 물색해볼 필요가 있다. 적어도 이번 시즌의 우승팀이 코로나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가장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서 말이다.
이재오 기자 기사 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