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정남] 배우 김정은처럼, 동명 후배에 가려진 캐릭터 TOP 5

※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이나 캐릭터, 사건 등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드라마 ‘파리의 연인’과 음악 프로그램 ‘초콜릿’으로 유명한 배우 김정은. 그러나 2009년, 동명이인 김정은이 북한의 새 후계자로 떠오르며 ‘김정은’ 하면 모두 후자를 떠올리게 되었다. 실제로 배우 김정은은 한 방송에서 “처음엔 (북한 김정은) 이름이 김정운이길 바랐다. 죄송한데 내가 나이로 연장자니까 이름을 바꿔도 그 쪽이 바꾸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말한 적도 있다. 유머러스하게 표현하긴 했지만, 배우로서 자신의 이름 세 글자가 가려지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도 심했을 것이다.

게임계에도 이러한 사례가 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자신의 이름 몇 자를 열심히 알렸는데, 강력한 후발 주자에 의해 자신의 이미지가 덮어씌워져버린 경우 말이다. 포털 사이트에 내 이름을 검색하면 후배 이름만 주구장창 뜨는 억울한 게임 캐릭터 TOP 5를 뽑아 봤다.

아! 세월이여! (사진처: irasutoya.com)
▲ 아! 세월이여! (사진출처: irasutoya.com)

TOP 5. 하늘 나는 드론 > 스타크래프트 저그 일꾼 드론

스타크래프트 저그 진영을 책임지는 일꾼, 바로 드론이다. 자신의 몸을 바쳐 건물을 짓고, 히드라와 같은 침을 뱉는 우리의 드론은 1998년 첫 등장 이후 15년 넘게 ‘드론’ 하면 떠오르는 대명사였다. 심지어 한국어화가 이루어진 스타크래프트 2에서 ‘일벌레’라는 폼 나지 않는 이름으로 개명되었음에도, 스타크래프트 1편의 일꾼만큼은 드론이라 불렀다. ‘드론이 가스를 나를 때~’ 하면 당연히 스타크래프트 얘기였다.

그러나, 하늘을 떠다니는 RC 무인기가 ‘드론’이라 불리기 시작하며 상황이 달라졌다. 게임 뿐 아니라 실생활에서도 널리 쓰이는 개념이 되어버렸기에, 스타크래프트 드론은 저 멀리 잊혀진 지 오래다. 이제는 게이머들 사이에서도 ‘드론이 가스를 나를 때~’라고 하면 가스 배달용 드론이 하늘을 나는 광경을 상상하게 되고, 포털 사이트에 드론을 검색하면 스타크래프트 드론은 코빼기도 찾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20년 넘게 헌신해 온 저그 드론은 하늘을 나는 테란 유닛으로 추정되는 비행체에 이름을 침식당했다 (사진출처: 스타크래프트 위키, irasutoya.com)
▲ 20년 넘게 헌신해 온 저그 드론은 하늘을 나는 테란 유닛으로 추정되는 비행체에 이름을 침식당했다 (사진출처: 스타크래프트 위키, irasutoya.com)

TOP 4. 니어 오토마타 2B > 마영전 이비

마비노기 영웅전 출시 당시부터 환한 웃음으로 유저들을 반겨주던, 우리의 마스코트 캐릭터 ‘이비’. 그녀는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이비라는 이름의 대명사였다. 나름 흔한 이름인지라 로스트사가, 영원한 7일의 도시, 어쌔신 크리드 등 여러 게임에서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하며 그녀의 아성에 도전했지만, 굳건히 이비라는 이름의 대표를 지켜 왔다. 2017년 니어: 오토마타의 2B가 등장하기 전까진!

게임계 후배인 2B는 눈웃음도 없으면서 마영전 이비의 유명세를 단숨에 뛰어넘어 버렸다. 방금 얘기한 것처럼, ‘마영전 이비’라고 구분하지 않으면 이비라는 단어에서 마영전을 유추하기 어려울 지경이다. 더 억울한 건, 사실 2B는 ‘투비’라고 읽는 게 맞다는 점이다. 단순 설정이 아니라, 실제 게임 내에서도 투비라는 음성이 들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게이머들은 ‘(마영전 덕분인지) 이비가 더 입에 착착 달라붙는다’라는 이유로 2B를 ‘이비’라 읽기 시작해 이름을 빼앗아가 버렸으니, 이비 입장에선 환장할 노릇이다.

그래도 이비 하면 마영전이었던 시절이 꽤 길었는데... (사진출처: 마영전 공식 홈페이지)
▲ 그래도 이비 하면 마영전이었던 시절이 꽤 길었는데... (사진출처: 마영전 공식 홈페이지)

물 건너온 안대녀에게 '이비' 이름을 뺏겨 버렸다 (사진출처: 니어 오토마타 공식 홈페이지)
▲ 물 건너온 안대녀에게 '이비' 이름을 뺏겨 버렸다 (사진출처: 니어 오토마타 공식 홈페이지)

TOP 3. 아이마스 미나세 이오리 > 킹오파 야가미 이오리

1995년, KOF 95에 처음 등장해 빨간 머리와 푸른 불꽃, 시대를 한참 앞서간 패션으로 인기를 모았던 이오리. 사실 이오리라는 단어는 일본에서 성과 이름에 걸쳐 워낙 많이 쓰이는 터라 수많은 경쟁자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게이머 사이에선 ‘이오리 하면 야가미 이오리’가 진리였고, 그 분위기는 한동안 이어졌다. 

그러나, 2005년 이후 분위기가 달라졌다. 아이돌 마스터에 등장하는 마빡이 아가씨, 미나세 이오리 때문. 아이돌 마스터 시리즈의 인기가 급상승하고, 그에 반해 KOF 시리즈는 하향세를 걸으면서 자연스레 이오리 이름 사용자의 대표 자리를 계승하고야 말았다. 뭐? 아직 야가미 이오리가 더 유명한데 무슨 소리냐고? 축하한다. 당신은 오덕후가 아니다.

아직 야가미 이오리가 더 익숙하다면, 당신은 프로듀서가 아닙니다 (사진출처: 아이돌마스터/KOF15 공식 홈페이지)
▲ 아직 야가미 이오리가 더 익숙하다면, 당신은 프로듀서가 아닙니다 (사진출처: 아이돌마스터/KOF15 공식 홈페이지)

TOP 2. 힙합 서바이벌 쇼미더머니 > 스타 치트키 쇼미더머니

캐릭터는 아니지만 다른 이들 못지 않게 억울한 사례가 있다. 쇼 미 더 머니(Show me the money). 스타크래프트 세대라면 이 문장을 듣자 마자 1만 미네랄과 1만 가스가 연상될 것이다. 무적 치트인 Power Overwhelming, 작업시간 단축 치트인 Operation Cwal, 승리 치트인 There is no cow level 등도 유명했지만, 쇼미더머니의 지명도 앞에선 햇빛 아래 반딧불에 불과했다. 사실 이 치트키는 스타크래프트를 넘어 게임업계에서 가장 유명한 치트키로 자리잡기도 했다.

그러나 문장 자체가 “돈 얼마 내놓을래?”와 같은 갱스터적 관용구이기 때문에 다른 곳에서도 종종 쓰였는데, 그 대표가 바로 엠넷에서 2012년 방영을 시작한 힙합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이 상상 이상의 인기를 얻자, 자연스레 쇼미더머니라는 말은 힙합으로 귀결되어버렸다. 이 프로그램이 무려 10년째 지속되며 인지도를 올린 탓에, 이제는 스타크래프트 치트키로서 쇼미더머니를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아재 소리를 듣기에 충분한 시대가 되어버렸다.

쇼미더머니 하면 스타크래프트 생각이 가장 먼저 나는데...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쇼미더머니 하면 스타크래프트 생각이 가장 먼저 나는데... (사진: 게임메카 촬영)

이제는 힙합에 이름을 내어주고 말았다 (사진출처: 엠넷)
▲ 이제는 힙합에 이름을 내어주고 말았다 (사진출처: 엠넷)

TOP 1. 이름만 들어도 눈물이 나는 디지몬, 코로나몬

사실 1위는 큰 설명이 필요 없을 듯하다. 제목만 봐도 눈물이 나오기 때문이다.

NDS로 출시된 디지몬 스토리 시리즈 1편 주인공이자, 올림푸스 12신 중 하나인 아폴로몬의 성장기 형태인 코로나몬. 귀여운 외모와, 이름과도 같은 홍염을 다루는 힘이 멋졌던 코로나몬. 전신의 힘을 이마에 집중시켜 뿜어내는 코로나 플레임을 사용하던 코로나몬. 아마도 이 시국의 최대 피해자가 아닐까 싶은 코로나몬. 코로나몬. 코로나…… 얼른 끝나길.

왜 하필 코로나 바이러스야... (사진출처: 디지몬 공식 홈페이지, 픽사베이)
▲ 왜 하필 코로나 바이러스야... (사진출처: 디지몬 공식 홈페이지, 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