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엔씨, 국내 넷마블, 콘솔 넥슨... 3N의 판도변화
게임메카 김미희 기자
2022.11.29 17:56
최근 모바일게임 시장이 한계에 봉착하며, 국내 게임사들도 살아남기 위한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올해 3분기 실적발표와 그 이후의 사업계획, 지난 지스타를 돌아보면 국내 게임업체들이 그간 약점으로 지적됐던 부분을 보완하려는 큰 흐름이 보인다. 특히 국내를 대표하는 게임사인 엔씨소프트, 넷마블, 넥슨을 각각 살펴보면 기존과는 확연히 다른 기조를 앞세워 공백을 매워서 더 큰 성장을 도모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는데, 재미있게도 각 회사가 새로 집중하는 분야가 각기 다르다.
실적은 좋지만 모바일 내수 중심이라 지적된 엔씨소프트는 글로벌, 특히 서양 진출에 주목하고 있으며, 북미 자회사 인수를 토대로 글로벌 비중을 높여왔던 넷마블은 취약하다고 평가된 국내 시장에 다시금 집중한다. 지난 3분기에 모바일 비중을 끌어올리며 두 번째 3조 클럽 입성을 눈앞에 둔 넥슨은 그 어느 때보다 콘솔에 대한 적극적인 진출 의지를 드러냈다.
내수 모바일 한계 맛본 엔씨의 대안은 서양 PC∙콘솔
엔씨소프트는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 파이가 줄고 있다는 점을 가장 크게 체감하는 게임사다. 국내 시장이 포화에 도달해 글로벌에 가겠다는 방향성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엔씨소프트가 리니지로 대표되는 자사 타이틀과 전혀 다른 게임으로 서양에 진출하겠다는 뜻을 드러낸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가장 큰 게임시장이라 할 수 있는 중국은 판호 문제로 단기간에 이룰 수 없다. 따라서 앤씨가 내수 중심을 극복을 선택할 수 있는 큰 시장은 북미, 유럽이 가장 유력하다.
아울러 서양은 기존부터 엔씨소프트에는 수없이 도전했으나 실패를 맛본 시장이다. 리차드 개리엇을 영입해 준비하던 타뷸라라사는 도중에 개발이 중단됐고, 이후 2014년에 북미∙유럽에 내놓은 와일드스타는 4년 만에 개발사 폐쇄와 함께 문을 닫았다. 2017년에 북미와 유럽에 먼저 출시한 PC온라인 AOS MXM은 5개월 만에 서비스 종료가 결정됐고, 이후 국내와 대만에서 성공한 리니지2M을 서양에도 선보였으나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이를 토대로 리니지와 비슷한 게임성과 BM으로는 북미, 유럽에서는 두각을 드러낼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을 수 있다.
올해 3분기에도 엔씨소프트는 리니지W 효과로 작년 3분기보다는 호실적을 거뒀으나, 세 분기 연속으로 매출 60% 이상을 국내에서 벌어들였다. 아울러 3분기 모바일게임 매출 중 45%를 차지하는 리니지W 매출이 3분기 연속으로 하락했고, 리니지W 1분기와 2분기 매출을 비교해보면, 2분기 매출이 1분기보다 40% 감소했다. 아울러 블소2, 리니지2M 등 리니지M을 제외한 다른 모바일게임 매출 역시 세 분기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이에 엔씨소프트가 과거에 실패를 맛봤던 서양 시장에 PC∙콘솔 신작으로 다시 도전하는 것으로 한계를 극복해보려 하고 있다. 지난 14일에 플레이 영상이 첫 공개된 LLL은 엔씨가 그간 선보이지 않았던 슈팅 장르의 PC, 콘솔 신규 타이틀이며, 세계관 역시 서양에서 인기 있는 테마로 손꼽히는 SF다. 아울러 내년 상반기 출시를 예고한 TL은 MMORPG지만 게임성은 물론 BM 역시 리니지와는 다르다는 점을 거듭해서 어필했다.
글로벌에 힘써온 넷마블이 내년에는 국내에 집중한다
넷마블은 앞서 살펴본 엔씨소프트와 정반대다. 넷마블은 올해 세 분기 연속으로 매출 중 80% 이상을 해외에서 벌어들였다. 글로벌 진출은 넷마블이 사활을 걸고 시도했던 부분이다. 넷마블은 2011년에 서든어택이 이탈한 이후 큰 위기를 맞이했고, 이를 만회하기 위한 전략으로 모바일을 선택해 2014년에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 점유율 30% 이상을 기록하기도 했다. 다만 국내 점유율을 4~50%까지 확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하며 글로벌에 집중했고, 2017년에 구글 매출 1위를 독식했던 리니지M이 출시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해외 진출은 맞는 선택지였다.
그러나 초기작 이후 넷마블은 인기 원작을 기반으로 한 모바일게임 중심으로 성장해왔고, 매출은 증가했으나 IP 로열티, 글로벌 시장 마케팅비 증가 등이 겹쳐 영업이익률은 점점 줄어들었다. 넷마블이 국내 집중과 함께 하는 전략은 자체 IP 강화다. 실제로 넷마블은 올해 1월에 열린 NTP에서 공개한 신작 20여종 중 75%가 자체 IP라 강조했고, 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와 아스달 연대기는 구체적인 협업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공동 IP로 소개됐다.
아울러 현재 넷마블에 필요한 것은 자체 IP를 기반으로 한 타이틀의 국내 성과다. 올해 3분기 실적에서도 넷마블은 매출 중 83%를 해외에서 벌어들였고, 지난 7월 28일에 출시한 세븐나이츠 레볼루션이 3분기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에 불과했다. 잼시티, 카밤, 스핀엑스 등 경쟁력 있는 북미 게임사를 인수해 글로벌 매출을 높인다는 전략은 유효했으나, 마케팅비 증가 등으로 비용 부담이 커졌고, 2조 원을 들인 스핀엑스 인수에 대한 재무적 부담도 커졌다.
앞서 말했듯이 넷마블은 내년에는 국내 시장에 초점을 맞춘다. 넷마블 권영식 대표는 지난 11일에 진행된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내년에는 아시아 일부를 포함한 한국에 집중하는 게임으로 방향을 전환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지스타 현장에서 공동 IP를 기반으로 한 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와 국내에서 제작한 드라마를 기반으로 한 MMORPG 아스달 연대기를 시연 버전으로 출품했다. 자체 IP 파워가 가장 높은 한국에서 내실을 다지는 것이 더 긍정적인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PC온라인 비중 높은 넥슨, 모바일 넘어 콘솔도 간다
넥슨은 장기 서비스해온 온라인게임을 바탕으로 경쟁사에 비해 PC온라인 매출 비중이 높은 편이다. 이에 모바일게임을 넘어 콘솔에도 본격적으로 진출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그 방향이 단적으로 드러난 시점이 올해 지스타다. 이번 지스타에 넥슨은 신작 4종을 시연 버전으로 출품했고, 이 중 퍼스트 디센던트와 데이브 더 다이버는 각각 PS5, 닌텐도 스위치 버전으로 공개했다. 시연 버전으로 출품하지는 않았으나 던전앤파이터 IP를 기반으로 콘솔 전용으로 제작 중인 프로젝트 AK, PS4와 Xbox One으로도 발매되어 내년 1월에 글로벌에 출시되는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도 있다.
넥슨은 3분기 매출 중 85%가 한국과 중국에서 창출됐고, 일본과 북미 비중은 3%, 5%에 불과하다. 여기에 그간 매출을 견인해온 중국 던전앤파이터는 게임 노후화와 현지 규제 등으로 단기간에 드라마틱한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 지금은 안정적이지만 성장세 유지를 위해서는 신규 시장 발굴에 속도를 내야 한다. 따라서 모바일이 플랫폼 확장에 비중을 뒀다면, 콘솔은 이 플랫폼이 강한 서양 진출에 좀 더 방점을 찍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시장은 새롭게 하되 초기에는 자사 IP를 중심으로 안정성을 더한다는 흐름은 유지한다. 넥슨은 모바일도 자사 온라인게임을 원작으로 한 타이틀로 시작해, 일본과 국내에서 호실적을 거둔 신규 IP 블루 아카이브를 발굴해냈다. 이는 출시한 게임은 많지만 시장에 안착시킨 타이틀은 상대적으로 적었던 약점에 대한 보완책으로 풀이되며, 실제로 소기의 성과로 돌아왔다.
따라서 콘솔 역시 자사가 가장 잘 아는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로 경험을 쌓은 후, 이를 바탕으로 신규 IP를 선보이는 전략으로 나아갈 계획이다. 넥슨 이정헌 대표는 지난 8일 진행된 지스타 2022 프리뷰 기자간담회 현장에서 콘솔 진출에 대해 “일단은 기존에 보유한 IP를 활용하는 것이 경영 측면에서 안정성이 높다고 생각해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플랫폼과 해외 진출을 타진해보고자 한다”라고 설명한 바 있다.
내년부터 윤곽 드러날 3N의 새 전략, 성과로 돌아오나?
이렇게 자사 약점을 보완하며 내년에 더 큰 성장을 도모하는 3N의 전략을 살펴봤다. 그리고 내년 초부터 그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엔씨소프트는 내년 상반기에 출시하는 TL부터, 넷마블은 내년 하반기에 선보일 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와 아스달 연대기, 넥슨은 1월 12일부터 프리시즌에 돌입하는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를 앞세우고 있다. 각기 다른 전략을 앞세운 3사의 시도가 소기의 성과로 이어지느냐가 관건으로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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