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도에 감탄! 아시아 서버 열리는 알비온 온라인 체험기
게임메카 김인호 기자
2023.02.23 18:31
RPG를 좋아하는 유저들은 각자의 로망이 있기 마련이다. 기자는 착용할 장비를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만드는 것에 대한 로망이 있다. 채집과 채광을 통해 재료를 모으고, 장비를 제작할 때의 성취감은 RPG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최근 아시아 서버 비공개 테스트를 시작한 알비온 온라인은 이런 제작 시스템이 굉장히 체계화된 게임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렇기 때문에 기자는 플레이 전부터 이 부분에 굉장히 기대가 많았고, 만약 사냥이 재미없다면 장비 제작의 장인이 되겠다는 꿈을 꾸며 게임에 접속했다. 그러나 생각했던 것만큼 이 길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이제 천천히 그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한다.
접속하고 5분도 안돼서 바로 제작법을?
그래픽과 조작법을 비롯한 게임의 첫 인상은 깔끔하고 단순했다. 캐릭터를 만들면서 약간 찰흙같이 느껴졌던 그래픽은 접속하고 보니 깔끔하고 부담 없었다. 더불어 조작법도 리그 오브 레전드를 비롯한 많은 게임에서 겪어본 Q, W, E, R을 눌러 스킬을 쓰는 방식이었다. 리그 오브 레전드에 익숙한 유저라면 조작에서 불편을 느낄 일은 거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접속 후 5분도 채 되지 않아 곧바로 제작법을 배우기 시작했는데, 아무래도 제작이 게임의 핵심 시스템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나무를 자르고 돌을 캔 다음 방어구와 무기를 제작하면서 차분히 시스템을 이해했고, 캐릭터 위로 올라가는 벌목과 채광 숙련도 수치를 보며 은근한 재미를 느꼈다. 이 부분에서 왜 알비온 온라인에는 전투는 안하고 제작만 하는 사람도 있다고 하는지 약간 공감할 수 있었다.
그렇게 기초 튜토리얼을 끝내고 소위 ‘초보자 마을’에 도착하니 다양한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아시아서버답게 중국, 한국, 일본 등 닉네임만 봐도 국적을 알 수 있는 이들도 많았다. 이 곳에서 몬스터를 사냥하는 퀘스트를 처음 수행했는데, 초반부 치고 생각보다 적 체력이 높아서 살짝 당황했다. 적 공격도 상당히 강력해 체력이 줄어드는 게 눈에 보여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어찌저찌 몬스터를 잡고 나서는 각종 재료를 수집해 빈 장비 슬롯을 채워나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때 처음으로 진짜 난관에 봉착했는데, 바로 필요한 장비를 제작하는 NPC가 어디에도 안 보였던 것.
한참을 둘러봐도 어느 NPC를 통해 장비를 제작할 수 있는지 찾지 못했고, 채팅도 아직 막혀있는 단계라 다른 사람에게 물어볼 수도 없었다. 결국 조금 비싸더라도 거래소에서 구매하기로 마음 먹고 창을 열었다. 원하는 장비를 검색하자, 가격은 겨우 50실버도 안 되는 수준. 참고로 초기 지역에서 몬스터만 잡아도 한 번에 몇십 실버씩 준다. 진작 거래소부터 살펴볼 걸 싶었다. 버그 때문에 NPC가 없었던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못 찾은 건지는 지금도 모른다. 다만, 낭만을 쫓는 길이 쉽진 않다는 교훈은 얻었다.
아무튼 장비 슬롯을 거의 다 채우고 나서 보니, 장비 등급이 전부 2티어로 맞춰져 있었다. 새삼 자유경제 시스템이 참 편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참고로 기자는 전사, 궁수, 마법사 중에 마법사로 키우겠다고 결정해서 무기는 스태프를, 방어구는 로브를 착용했다. 참고로 알비온 온라인은 자기가 쓰는 장비가 곧 직업이 되는 시스템으로, 과거 울티마 온라인부터 이어져 내려온 높은 자유도를 그대로 경험할 수 있었다. 이런 게임이 취향인 사람이라면 단번에 반길 만한 요소다.
사실 여기까지가 기초였다, 이제 진짜 튜토리얼 시작!
초보자 마을을 벗어나 다음 지역으로 이동하자, 이전보다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못 보던 요소들이 존재했다. 알비온 온라인의 PvE 콘텐츠는 던전과 몬스터가 있는 오픈월드 지역과 마을에서 입장하는 원정으로 나뉘는데, 도착해서 본 새로운 요소는 후자였다. 콘텐츠는 포탈을 통해 들어가 혼자 혹은 다른 사람과 같이 정해진 던전을 클리어하는 방식으로, 난이도는 어렵지 않았다. 스킬을 연습하거나 일일 보상을 얻는 용도로 활용되며, 하드코어 모드로 보상과 난이도를 더 올리는 것도 가능했다.
원정을 경험해본 뒤에는 퀘스트를 따라 재료를 채집하러 나갔다. 열심히 돌을 부수고, 나무를 자르며 지역을 돌아다니던 기자의 눈에, 녹색으로 빛나는 뭔가가 띄었다. ‘이건 뭐지?’ 라는 생각과 함께 마우스를 눌러 봤는데, 다짜고짜 그 곳으로 빨려 들어가고 말았다. 그렇다, 기자가 본 것은 던전의 입구였다.
얼떨결에 끌려온 던전. 호기심 반 두려움 반으로 내부를 탐험하다 보니 앞서 경험한 원정과 거의 흡사한 구성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이내 마음이 안정됐고, 길을 따라 진행하다 보면 보상을 얻겠구나 싶은 생각에 조금은 마음이 가벼워졌다. 그러나 잠깐 가벼워졌던 마음은 이내 훨씬 무겁게 돌아왔다. 그렇다, 던전은 원정과 차원이 다른 난이도를 자랑하는 곳이었다. 몬스터를 잡고 필사적으로 쉬기를 반복하며 꾸역꾸역 보스 방에 도달하자마자, 게임을 시작하고 드디어 처음 경험할 수 있었다. 뭐를? 죽음을.
이전과 다르게 마나도 부족했고, 보스의 공격도 말도 안 될 정도로 뼈아팠다. 심지어 원래 부활 페널티는 대기 시간밖에 없는데, 버그인지 뭔지 캐릭터 이동속도까지 급격히 느려졌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 고민에 빠졌다.
‘그냥 때려칠까?’
‘아니야 여기까지 왔는데 이대로 나가는 건 너무 아쉬워’
'나중에 다시 올까?'
'여기가 어딘지 알고?'
그렇게 오기로 한참을 더 도전했고, 결국 10번이 넘는 ‘패배를 인정하고… 채팅 창에 /자살을 치면 사망합니다’ 문구를 본 끝에 보스를 처치할 수 있었다. 보상은 단돈 2,000실버로 노력에 비해선 처참한 수준이었지만, 그래도 성취감은 있었다. 이런 게 또 RPG의 매력 아니겠는가?
나중에 알고 보니, 알비온 온라인에는 자신의 장비 티어와 동일한 지역의 던전은 가급적 들어가지 않는 것이 좋다는 불문율이 있었다. 오픈월드 지역 몬스터는 잡기에 무리가 없지만, 던전 안에 있는 적은 훨씬 강력해서 보통 1~2단계 더 높은 장비를 끼고 돈다는 것. 뭐 아무튼 이 때 경험했던 녹색 던전(솔로 플레이용)을 비롯해 알비온 온라인에는 파티 던전, 레이드 던전 등 다양한 PvE 콘텐츠가 있다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 수 있었다. 자유도가 높은 게임이다 보니 이런 일도 벌어지구나 싶다.
3티어까지 다 맞췄으면 이제 하고 싶은 대로 게임을 즐겨라
던전도 돌고, 제작도 하고, 갖가지 콘텐츠를 경험하며 퀘스트를 전부 진행하다 보면 본 대륙의 대도시로 이동하게 된다. 꽤 길게 즐겼다고 생각했지만, 참고로 이때까지가 튜토리얼이다. 본 대륙으로 가면 튜토리얼 관련 내용은 완전히 다 끝나기 때문에, 오롯이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PvP 실력을 키워 상대 아이템을 빼앗거나, 모든 무기 숙련도를 전부 올려 콘텐츠마다 다른 직업이 될 수도, 열심히 제작 숙련도를 쌓아 마법사 장비 제작의 장인이 되는 것도 가능하다. 알비온 온라인은 오직 숙련도와 장비 티어만으로 캐릭터를 육성하는 자유로운 게임이니까.
물론 이 제작 숙련도는 무기 숙련도를 올리는 것과 차원이 다른 반복 작업을 요구한다. 기자가 시작 부분에 말했던 제작의 길이 쉽지 않다는 말은 이 얘기다. 실제로 4티어 장비부터는 본인이 직접 제작하려면 상당히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전 단계 장비를 제작하며 스킬을 배워야 하고, 재료들도 전부 티어가 나뉘어있기 때문에 채집하려면 엄청나게 많은 지역을 돌아다녀야 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거래소에서 장비를 구매하거나, 만들더라도 재료는 일부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낭만은 역시 낭만으로 둘 때 가치가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높은 자유도,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집대성한 PvP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진행 방법을 몰라 헤매기도 하다 보니, 4티어 장비를 처음 얻기까지 약 7시간이 걸렸다. 높은 자유도가 특징인 만큼 본인이 가고 싶은 곳에 가보거나 마음껏 채집을 한다면 이보다 훨씬 오래 걸릴 수도 있다. 꼭 뭔가를 해야 한다는 목적이 없으니 정말 자기가 선택하는 방식이 곧 게임을 즐기는 방법이 된다.
대신 이런 자유롭고 낭만 넘치는 이 곳에도 피가 끓고 분노가 차오르는 PvP 콘텐츠가 있다. 심지어 대부분의 유저는 PvP가 알비온 온라인의 꽃이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그 이유는 거의 모든 PvP 콘텐츠에서 죽으면 가진 장비를 드랍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력에 자신 있는 이들은 빠르게 PvP가 가능한 지역으로 입장해 상위 아이템을 맞추기도 한다.
이에 기자는 PvP에 도전해보겠다는 마음으로 ‘아발론의 길’이라는 곳에 들어가봤다. 여기서 몬스터를 잡으니 보상이 확실히 안전지역보다 높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오래 있지는 못했다. 왜냐고? 너무 무서웠으니까. 누군가 마주치면 인사보다 허겁지겁 말에 올라타야 했으니까. 여기서 죽으면 지금까지 모은 내 장비가 전부 날아가니까! 강심장인 분들이라면 일반 지역보다는 이런 PvP 가능 지역에서 뭐든 즐기시길 바란다. 난 포기다.
게임의 핵심 콘텐츠는 역시 PvP인 듯
사실은 장비 제작의 장인도, 대규모 레이드의 끝을 본 사람도 콘텐츠를 찾아 PvP로 갈 수 밖에 없는 흐름이 느껴지긴 한다. 숙련도도 최대 레벨이 있고, 아이템을 맞춘다 해도 결국 끝은 있으니까. 이에 평화주의자인 기자도 알비온 온라인의 꽃이 PvP라는 것에는 동의할 수 밖에 없었다. 언젠가 PvP가 공포스럽지 않게 느껴지는 날이 올 것으로 믿어본다.
알비온 온라인은 PC와 모바일로 즐길 수 있으며, 아시아 서버는 3월 20일에 정식 오픈 예정이다. 현재 파운더팩을 구매한 사람에 한해 3월 12일까지 비공개 베타 체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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