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위 회의록 ③] 블루 아카이브 문어 장면, 日 춘화 연상?

지난 2월 28일,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회의록을 공개했다. 이번에 공개된 것은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진행된 회의 주요 내용을 정리한 것으로, 전문은 아니지만 각 게임을 검토한 게임위 연구원들의 의견과 이에 대한 위원들의 질의 및 의견교환 등을 확인할 수 있다.

그간 게이머 및 게임업계에서 게임위 등급분류에 대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했던 부분은 공개된 등급분류 기준만으로는 연령등급 및 통과 여부를 예상하기 어려운 소위 ‘고무줄 심의’라는 것이다. 이에 등급분류에 관련되어 크게 회자됐던 주요 사건에 대해 게임위 회의록에 담긴 근거를 명확히 살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 블루 아카이브 대표 이미지 (사진출처: 게임 공식 커뮤니티)

작년 게임 등급분류에 관련해 가장 큰 사건으로 손꼽히는 것은 블루 아카이브 청소년이용불가 결정이다. 이에 대한 논의는 2022년 10월 27일에 진행된 회의에서 진행됐는데, 회의록을 보면 기자간담회 등에서도 게임위가 문제로 지적했던 이즈미 수영복 캐릭터가 특정 춘화(남녀 간 성관계를 그린 그림)과 비슷하다는 대목이 있다.

이즈미 수영복 캐릭터는 하반신에 문어가 달라붙은 모습을 그렸는데 이에 대해 게임위 연구원은 유명한 일본 춘화인 어부아내의 꿈과 비슷하다고 판단했다. 어부아내의 꿈은 일본 화가 가츠시카 호쿠사이가 그린 춘화이며, 여성과 문어의 성관계를 그렸다. 블루 아카이브의 해당 장면은 춘화도처럼 적나라하게 묘사되지 않았고 단순한 해프닝으로 구성되어 있으나, 그 장면을 통해 춘화를 유추할 수 있는 것처럼 암시적이고 간접적으로 성행위를 표현했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선생님과 내기에서 져서 목줄을 차고 개처럼 엎드리는 부분, 메이드 카페에서 일하는 학생에게 업계포상(괴롭힘당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당하는 사람이 되려 좋아하고 있는 상황)을 요구하며 발을 이용한 신체접촉 등이 문제로 지적됐다.

▲ 블루 아카이브 등급 재분류 관련 게임위 회의록 내용 (자료제공: 게임위)

▲ 춘화 어부아내의 꿈(좌)와 블루 아카이브 이즈미 수영복 CG 비교 이미지 (사진출처: 위키디피아/블루 아카이브 공식 카페)

다만 앞서 이야기한 춘화는 국내에 대중적으로 알려진 작품이 아니다. 아울러 블루 아카이브 이즈미 수영복은 노출도는 다소 높지만, 캐릭터가 실사가 아니라 만화적으로 표현되어 있으며 주요 부위 노출도 제한적이다. 춘화를 모른다면 만화적인 일러스트와 대사만으로 어부아내의 꿈을 떠올린 사람은 제한적이며, 이 그림을 모른다면 ‘간접적으로 성행위를 표현했다’라고 연결할 수 있는 개연성도 다소 부족하다.

아울러 블루 아카이브처럼 실사가 아니라 애니메이션풍 그래픽을 앞세운 게임에 대해서는 음부나 유두 등 특정 신체부위를 직접적으로 노출하지 않은 경우 통상적으로 15세 이용가를 받았다. 그 일례가 같은 날에 연령등급 조정이 논의됐던 페이트 그랜드/오더다. 이에서는 그 전에 진행된 분과위원회에서 청소년이용불가가 검토됐으나 넷마블에서는 15세 이용가로 신청했다. 아울러 등급분류 회의에서는 선정적인 노출은 있지만 가슴, 둔부 등이 부분적으로 표현된다는 게임위 연구원의 의견제시가 있었고, 표결결과 15세 이용가로 결정됐다.

▲ 페이트/그랜드 오더 연령등급 결정에 대한 게임위 회의록 (자료제공: 게임위)

아울러 이즈미 수영복 장면 등 블루 아카이브에 담긴 부분은 학생들의 대전을 다룬 블루 아카이브 전체 콘텐츠에서 메인이 아닌 서브 콘텐츠로 자리하고 있으며, 부가 콘텐츠에 담긴 내용으로 전체 연령등급을 높인다는 점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는 등급분류를 진행하며 단순한 표현과 함께 맥락, 비중 등도 고려한다는 기존 게임위 설명과도 엇갈리는 부분이다.

여기에 노출 여부가 등급을 결정하는 유일한 부분도 아니다. 잎서 소개한 페이트/그랜드 오더 사례에서 유두 노출 여부가 15세 대상으로 보는지에 대한 위원의 질문이 있었고, 이에 대해 연구원은 옷을 다 입고 있어도 청소년이용불가가 검토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019년 1월 3일 회의에서 논의된 명작온라인은 신체 노출은 15세 이용가 정도로 보이지만 여성 캐릭터를 애첩으로 삼아 합방하는 시스템이 문제로 지적됐고, 규정에 제시된 기준이 불확실하고 청소년이용불가에도 해당될 수 있다는 위원 의견이 제시됐다. 아울러 이 게임은 유료 재화 거래소도 포함되어 선정성과 사행성 측면에서 청소년이용불가를 받았다.

▲ 명작온라인 연령등급 결장에 대한 게임위 회의록 (자료제공: 게임위)

즉, 신체가 얼마나 많이 노출되는가를 넘어서 게임 내에서 선정적인 부분이 어떻게 표현되는가도 등급에 영향을 미친다. 문제는 이 부분이 등급분류 규정에서는 '일반적인 사회윤리에 어긋나는 행위표현(근친상간, 혼음 등)이 있으나, 지나치게 과도하지 않은 경우'로 다소 모호하게 기술되어 있다. 등급분류 규정을 너무 자세하게 만들면 이에 맞춰서 게임을 만드는 것이 강제되며 표현의 자유를 해칠 수 있다는 부분도 있으나, 앞서 언급한 것을 고려하며 이해도와 연령등급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차원에서 전체적인 기준을 재정비해야 할 필요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