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격겜대회 EVO에서 시각장애인 선수가 승리하다

▲ EVO 2023 스트리트 파이터 6 예선전에서 승리한 블라인드워리어스벤 (사진출처: EVO 2023 생중계 갈무리)

미국 현지 기준으로 지난 4일부터 세계적인 격투게임대전으로 손꼽히는 EVO 2023이 열리고 있다. 높은 실력을 지닌 선수들이 치열하게 맞붙는 와중, 스트리트 파이터 6 종목에 출전한 시각장애인 선수가 예선전에서 승리를 따내는 모습을 보여주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 주인공은 격투게임 온라인 방송인으로 활동 중인 네덜란드 출신 선수 '블라인드워리어스벤(BlindWarriorSven)'이다. 본명은 스벤 반 데 웨지(Sven van de Wege)로, 6살 때 악성 뇌종양으로 시력을 잃었다. 올해 EVO에 그는 스트리트 파이터 6 자체적으로 지원하는 사운드 접근성 기능을 활용해 경기에 임했다.

게임 내 사운드 접근성 기능은 상대와의 거리를 알려주는 청각효과 외에도 상단·중단·하단 공격 히트와 뒤집기, 각종 게이지 잔량 알림 등을 여러 소리로 알려준다. 이를 토대로 화면이 보이지 않아도 플레이가 가능하게끔 지원하는 것이다.

보완장치가 있다고 해도 굴지의 고수가 모이는 EVO에서 시각장애는 큰 핸디캡이다. 그러나 스벤은 예선전이라 할 수 있는 라운드 1 풀에서 혼다를 기용했고, 루크로 출전한 미국 선수 이터널팬케이크(EternalPancake)를 2 대 1로 누르고 첫 승을 신고했다. 1라운드에서 스벤은 상대 공격을 막아낸 후 콤보 연결까지 성공하며 승리했다. 2라운드는 상대에게 내줬으나, 마지막 3라운드에서 차분하게 상대를 견제한 후 슈퍼박치기를 적중시키며 승리를 손에 넣었다.

▲ 블라인드워리어스벤이 승리한 EVO 2023 경기 (영상출처: 블라인드워리어스벤 유튜브 채널)

스벤은 이후 라운드에는 진출하지 못했으나, 시각장애인이라는 점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의 경기력으로 많은 팬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아울러 스벤은 본인이 출전한 EVO 2023 경기 영상을 유튜브 채널에 올리며 "EVO 무대에서 스트리트 파이터 6로 경기한 것은 블라인드워리어스벤으로서 경험한 최고의 순간 중 하나다. 상대인 이터널팬케이크에게도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기하는 것은 매우 어려울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한편, EVO 2023은 미국 현지 기준으로 오는 6일까지 열리며, 종목은 스트리트 파이터 6, 길티기어 스트라이브, 드래곤볼 파이터즈, 철권 7, 더 킹 오브 파이터즈 15, 멜티 블러드: 타입 루미나, 모탈 컴뱃 11, 얼티밋 마블 VS 캡콤 3다. 멜티 블러드: 타입 루미나에서는 일본의 '모아이(MOAI)', 킹 오브 파이터즈 15에서는 중국의 '샤오하이(XIAOHAI)'가 우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