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정남] 지나친 허풍으로 출시 후 욕 먹은 게임 TOP 5

※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이나 캐릭터, 사건 등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올해 최대 기대작 중 하나였던 스타필드가 6일 정식 출시됐다. 현재 스팀 유저평점은 2만여 개의 리뷰가 달린 가운데 84%가 긍정적 반응을 보이며 '매우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으며, 메타크리틱 전문가 평점도 86점으로 나름 순항 중이다. 그러나 출시 전 강조했던 우주 탐험 요소가 거의 구현되지 않아 비난을 받기도 했다. 차라리 이 같은 요소들을 굳이 언급하지 않고 베데스다스러운 모험만 강조했다면 비난 여론이 좀 더 적었으리라는 얘기도 있다.

아무래도 게임사 입장에서는 출시 전 게임에 대한 관심과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리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다 보니 기획 논의 단계에 있는 흥미로운 요소들을 곧 구현될 것처럼 얘기했다가 정작 개발 과정에서 누락되거나 일정이나 기술적 문제로 제대로 구현하지 못한 채 내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그 경우 과장 광고라며 욕을 먹으며, 정도가 심하면 사기꾼 취급 당하며 오명으로 돌아오기도 한다. 오늘은 출시 전 과장된 얘기를 너무 많이 해서 유저들을 실망시킨 게임 중 최고 사례 TOP 5를 뽑아 보았다.

TOP 5. 텅 빈 우주, 노 맨즈 스카이

은하 크기로 제작된 광활한 우주에 난수 생성으로 만들어진 다양한 환경의 행성을 넣어 우주 탐험의 재미를 선사하겠다며 호기롭게 발표된 노 맨즈 스카이. 그러나 행성과 우주선, 식생의 종류는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적었고, 이를 형태만 살짝 달리 해가며 돌려막기 하는 느낌이었다. 광활한 우주에는 아무것도 없어 정말로 광활함 외엔 찾아볼 수 없는 공간이었다. 심지어 멀티플레이 지원은 패키지에까지 쓰여 있었지만, 그 위에 스티커를 붙여 가리면서 없는 일 취급하기까지 했다. 이러다 보니 게임은 과대 광고라며 욕을 먹었고, '압도적으로 부정적' 평가를 받았다. 개발자들이 모여 찍은 골드행 사진은 두고두고 웃음거리가 됐다.

다행히도, 노 맨즈 스카이는 수 년에 걸쳐 자신들이 호언장담했지만 초기에 구현되지 못했던 내용들을 차근차근 업데이트 해 나갔다. 지금 생각하면 앞서 해보기 출시 후 게임을 다듬어 나가는 과정처럼 보일 정도다. 그 결과 노 맨즈 스카이는 게임을 성공적으로 유지 발전시킨 공로를 인정받아 '우수 서비스상', '어버이의 은혜 상' 등을 휩쓸었다. 출시 전 한 말들을 한 1년만 늦게 했어도 참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끝이 좋으면 다 좋은 거지 뭐.

뒤늦게라도 입 턴 값(?)을 했으니 다행이다 (사진출처: 스팀)
▲ 뒤늦게라도 입 턴 값(?)을 했으니 다행이다 (사진출처: 스팀)

TOP 4. 에고 시스템 어디갔죠? 창세기전 외전 2 템페스트

국산 RPG에 한 획을 그은 창세기전 시리즈 중에서도 유독 독특한 작품이 있다. 바로 외전 2편인 템페스트다. 이 게임의 가장 큰 특성은 미소녀 육성/연애 시뮬레이션을 연상시키는 독특한 시스템인데, 게임 출시를 앞두고 소프트맥스는 수많은 인터뷰와 설명 자료에서 이러한 점을 강조했다. 대표적으로 '에고 시스템'이나 '다이어리' 등 연애나 육성 관련 콘텐츠에 꽤 힘을 실었는데, 결과적으로 이는 게임에 구현되지 않았고 어색한 흔적만 남아버렸다.

당시엔 소프트맥스의 낚시라며 많은 이들이 분통을 터뜨렸지만, 훗날 밝혀진 바에 의하면 창세기전과 관계 없는 미소녀 육성 게임을 기획하고 개발하던 중 회사 사정 악화로 반강제로 창세기전 콘셉트를 덮어씌운 결과물이라고 한다. 심지어 전혀 다른 게임을 창세기전 외전 2로 변화시키는 데 주어진 시간은 불과 3~4개월밖에 없었다고. 결국 인력과 시간의 문제로 당초 기획했던 '에고 시스템' 등이 삭제됐고, 급하게 김형태가 후반 일러스트에 전격 투입되고, 창세기전 세계관에도 환생이나 뫼비우스의 우주 등이 도입되는 등 많은 것이 변했다고 한다.

지금도 팬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심하게 걸리는 템페스트 (사진출처: 게임메카 잡지 DB)
▲ 지금도 팬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심하게 걸리는 템페스트 (사진출처: 게임메카 잡지 DB)

TOP 3. 피터 몰리뉴의 명성을 퇴색시킨, 페이블 시리즈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중반까지 '세계 3대 개발자' 중 하나로 불렸던 인물이 있다. 물론 저 3대 개발자라는 게 정해진 건 아니지만, 그의 이름은 거의 빠지지 않고 등장할 정도였다. 바로 '갓 게임'의 대부로 불리는 피터 몰리뉴다. 파퓰러스, 블랙 앤 화이트, 던전 키퍼 시리즈를 거쳐 주인공의 성향을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RPG 페이블에 이르기까지가 그의 전성기였다.

그러나 피터 몰리뉴는 게임 출시에 앞서 과장된 정보를 흘리는 것으로도 악명이 높았다. 이는 페이블 시리즈에 와서 극에 달했는데, 그가 말한 수많은 자유도는 일반적인 RPG보다도 낮았고 '여기까지 가능하다고?'라며 화제를 모았던 요소들도 대부분 구현되지 않았다. 결국 페이블 시리즈는 악평 투성이였던 3편을 마지막으로 대가 끊겼으나, 포르자 호라이즌 제작사인 플레이그라운드가 리부트를 진행하며 다시금 관심을 모으고 있다. 원작 개발자인 피터 몰리뉴가 참여하지 않는 데다 전작들의 선례를 겪어 봐서인지, 이번엔 출시 전엔 별다른 정보 언급이 없는 편이다.

페이블 3 스크린샷 (사진출처: Xbox 공식 홈페이지)
▲ 페이블 3 스크린샷 (사진출처: Xbox 공식 홈페이지)

TOP 2. 뒤로 갈수록 힘이 쭉 빠지네, 사이버펑크 2077

사이버펑크 2077 출시 전, 개발사인 CD 프로젝트 레드의 주가는 한창 상한가를 치고 있었다. 위쳐 시리즈가 대박을 쳤고, 여기서 쌓인 기술력과 기획력, 자본을 모두 때려박은 오픈월드 게임 사이버펑크 2077은 GTA 이상으로 게임계 판도를 뒤흔들 것이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여기에 출시 전 자유로운 사이버웨어 장착과 신체 개조, 그물처럼 얽혀 있고 진행에 따라 방향이 휙휙 변하는 퀘스트 루트, NPC들과의 상호작용, 파괴 가능한 오브젝트들, 복층으로 얽혀 있고 곳곳에 비밀이 숨어 있는 나이트 시티, 기상천외한 전투법 등을 데모 플레이와 영상, 인터뷰 등을 통해 선보이며 기대감을 하늘 끝까지 닿게 끌어올렸다.

그러나 막상 출시된 사이버펑크 2077엔 많은 것들이 빠져 있었다. 위에서 언급한 대부분의 요소는 극초반에만 잠깐 등장하거나, 흉내만 낸 정도에서 그쳤다. 여기에 버그와 최적화 문제까지 겹치며 환불 대란까지 발생했으니, 당시 CD 프로젝트 레드의 이름값이 얼마나 깎였는지는 말해서 무엇하랴. 다만, 그 이후에 꾸준한 패치와 수정을 통해 어느 정도 할 만한 수준으로 끌어올렸고, 확장팩까지 나오며 애초 예상했던 모습의 상당수는 재현했으니 그나마 해피 엔딩에 속하는 케이스다.

같은 퀘스트도 진행 순서와 방법에 따라 과정과 결과가 꼬이는 건... 초반 뿐이다 (사진출처: 사이버펑크 2077 공식 홈페이지)
▲ 같은 퀘스트도 진행 순서와 방법에 따라 과정과 결과가 꼬이는 건... 초반 뿐이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TOP 1. 시네마틱은 거짓말이었어? 깐포지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가 대흥행을 기록하면서, 워크래프트 세계관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졌다. 자연히 워크래프트 3를 플레이 하는 이들도 늘어났는데, 명작이긴 하지만 워낙 옛날 게임인지라 비주얼과 시스템적인 진입장벽이 꽤나 높았던 것이 사실이다. 여기서 블리자드가 공개한 워크래프트 3: 리포지드는 열화와 같은 관심을 모았다. 현대적 그래픽으로 새롭게 제작된 4시간 이상의 컷신을 통해 워크래프트 세계관의 주요 사건들을 새롭게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많은 이들이 예약구매 버튼을 눌렀다.

그러나, 이 컷신은 게임 내에 등장하지도 않고 제작조차 되고 있지 않았던 트레일러용 영상이었음이 출시 직후 드러났다. 전반적으로 그래픽과 스킨이 조금 바뀐 수준인데다 '깐프'로 유명한 번역 오류, 퇴보한 이펙트, 캠페인 리메이크 철회 등이 더해지며 전방위적 폭격을 당했다. 일각에서는 이 게임을 필두로 블리자드의 몰락이 본격화됐다는 평가까지 나올 정도였으니, 그 파급력을 알 만 하다.

▲ 많은 이들이 '사기 트레일러'라 부르는 정화 캠페인 영상 (영상출처: 블리자드 공식 유튜브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