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드컵 우승 후보 젠지, 중국 BLG에 충격적인 패배
게임메카 김형종 기자
2023.11.04 14:51
2023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쉽(이하 롤드컵) 8강에서 한국 서머 우승팀 젠지 e스포츠(이하 젠지)가 상대 빌리빌리 게이밍(이하 BLG)에게 충격적인 3 대 2 패배를 당했다.
3일 사직 실내체육관에서 진행된 롤드컵 녹아웃 스테이지 2번째 경기에서는 한국 팀 젠지와 중국 팀 BLG가 맞붙었다. 젠지는 LCK에서 3회 연속 우승을 차지했고, 롤드컵 스위스 스테이지에서 손쉽게 8강 진출을 확정해 유력 우승 후보로 평가받았다. 한편 BLG는 중국 2시드 팀이었고, 지난 10월 29일 T1에게 2 대 0으로 패배하는 등 상대적 약팀으로 여겨졌다. 관계자들도 대부분 젠지의 일방적인 승리를 예견했다.
그러나 막상 경기를 시작하자 BLG은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1, 2세트를 손쉽게 가져왔다. 1세트 젠지는 BLG 핵심 선수인 탑 라이너 ‘빈’ 천쩌빈을 견제하는 전략을 준비했다. 밴픽으로 빈이 잘 다루는 레넥톤을 제거하고 ‘도란’ 최현준 선수에게 잭스를 주며 탑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인게임에서 빈의 아트록스 성장을 막지 못했고, ‘슌’ 펑리쉰의 자르반 역시 적재적소에 스킬을 활용하며 전투를 열었다. 젠지는 경기 내내 일방적으로 끌려다니다 패배했다.
2세트에는 더 일방적인 경기 양상이 펼쳐졌다. BLG는 밴픽에서 럼블, 자르반, 오리아나, 자야, 레나타라는 이번 대회 각 라인별 최고 성능 챔피언을 골랐다. 인게임에서도 젠지가 라인전, 타워 한타, 오브젝트 싸움 모두 일방적으로 밀려나며 27분만에 경기가 종료됐다.
2 대 0이라는 벼랑 끝에 몰린 젠지는 3, 4세트를 가져가며 흐름를 돌려놓았다. 3세트에서는 ‘쵸비’ 정지훈 선수가 성명절기 요네를 골라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인게임에서는 도란이 이전 경기 실수를 만회하듯 라인전부터 판정승을 거둔 뒤 적 노림수를 계속해서 흘리며 46분만에 진땀승을 거뒀다. 4경기에서는 렐을 고른 ‘딜라이트’ 유환중 선수의 매서운 이니쉬에 힘입어 간만에 LCK 1위팀다운 경기력을 뽐냈다.
그러나 마지막 세트를 BLG가 승리하며 젠지는 탈락의 고배를 마시게 됐다. BLG는 초반 주도권이 강한 조합을, 젠지는 후반에 강력한 한타력을 보여주는 챔피언을 골랐다. 젠지는 경기 초반 BLG 노림수를 적절하게 받아치며 시간을 벌었고 BLG는 뭉쳐 다니며 젠지를 압박했다.
팽팽하게 흘러가던 경기는 23분경 도란 선수의 나르가 메가 변신 직전 사망하고, 이어지는 교전에서 쵸비 선수의 아칼리까지 사망하는 대형 사고가 터지며 BLG 쪽으로 크게 기울었다. 이후 BLG는 무난히 경기를 굴려 승리를 거머쥐었다.
승패를 가른 핵심 원인으로는 밴픽과 챔피언 티어 정리 문제가 거론되고 있다. 특히 두드러진 것이 2세트로, 젠지는 BLG에게 이번 대회 최강 조합을 허용했다. 해당 경기 젠지 픽은 다소 섬세한 운영과 조작이 요구되는 대신 고점이 높은 조합이었다. 하지만 BLG이 가져간 럼블, 자르반, 오리아나, 자야, 레나타는 각 포지션에서 이번 대회 가장 좋은 챔피언으로 손꼽히는 것들이었다.
최악의 밴픽을 보여줬던 2세트 이외 다른 경기에서도 전반적으로 스스로는 난도 높은 조합을 선택하고 상대에게는 비교적 좋게 평가받는 챔피언을 허용했다. 특히 이번 스테이지 내내 메타픽으로 손꼽히는 정글 자르반을 내주고 대신 성능이 비교적 떨어지는 렐, 바이 등을 기용하는 다소 의아한 선택을 내렸다. 이 때문에 팀 자체 챔피언 성능 평가에 문제가 있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물론 밴픽 뿐만 아니라 경기력도 LCK 최강팀으로서는 손색 있는 모습을 보인 만큼, 선수들의 컨디션과 챔피언 숙련도 등 여러 복합적인 문제가 함께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 경기 패배로 한국에서 열리는 롤드컵에서 중국 대 중국 결승전을 볼 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4일 KT 롤스터와 겨루는 징동 게이밍은 이번 대회 최강의 팀 중 하나로 평가받으며, T1과 맞붙는 LNG 역시 징동만큼은 아니지만 강한 전력을 보유해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 최악의 경우 4강에 중국 팀만 넷 남아있을 가능성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