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言] 파랜드 택틱스의 낭만 찾아 '스타더스트' 만든 이들
게임메카 김형종 기자
2023.11.11 10:00
인디게임하면 떠오르는 것 중 하나가 ‘낭만’이었다. 인디게임 개발팀이라고 하면 소수의 인원이 배 굶으며 자신이 추구하는 게임을 만든다는 인식이 강했다. 물론 최근 대기업에서도 인디게임 느낌의 타이틀이 발매되며 이런 분위기가 다소 희석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오늘도 수많은 소규모 개발자들이 자신만이 원하는 게임을 완성하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다.
인디게임 ‘스타더스트(STARDUST)’를 개발중인 크니브스튜디오 또한 자신이 원하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 다니던 회사를 그만둔 사람들이 모였다. 스튜디오를 만든 홍종현 프로듀서와 김준하 디렉터 모두 이름이 알려진 개발사에서 근무했다. 이들 외에도 출시, 라이브서비스 경험이 많다는 개발자들이 크니브스튜디오에서 게임을 제작하고 있다. 이들이 왜 인디게임을 개발하고 있는지 궁금증을 풀기 위해 크니브스튜디오 홍종현 프로듀서와 김준하 디렉터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파랜드 택틱스로 가까워진 운명적 만남
홍종현 프로듀서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인디게임을 만들기 위해 펀딩을 진행하는 등 게임 개발에 관심이 많았다. 그러다 산업기능요원으로 게임 개발사에서 근무하게 됐고, 이후 마피아42를 만든 팀42에서 신규 MMORPG 기획을 맡았다. 김준하 디렉터는 한국 애니메이션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데브시스터즈에서 시네마틱 영상 작화 총괄을 담당했다. 이후 산업기능요원으로 시프트업에서 스킬 컷신, 이벤트 영상 등을 제작했다.
홍 프로듀서와 김 디렉터의 만남은 우연이었다. 산업기능요원으로 복무 중이었던 두 사람은 훈련소에서 만나 3주 기초군사훈련을 함께 받았다. 훈련기간 동안 이야기를 나누던 둘은 ‘파랜드 택틱스’ 시리즈 팬이라는 공통점을 발견했고 가까워졌다. 게임, 그리고 파랜드 택틱스라는 테마로 마음이 맞은 둘은 빠르게 친해져 종이로 실물 카드게임을 제작하기도 했고, 그것이 스타더스트의 원형이 됐다.
복무만료 후 두 사람은 의기투합해 다니던 회사를 퇴사하고 22년 1월 크니브스튜디오를 설립했다. 이후 각종 커뮤니티와 구직 사이트에서 새로운 개발자를 영입했다. 이때 놀라울 정도로 실무 경험이 풍부한 개발자들이 프로젝트에 매력을 느끼고 합류해 총 10명의 인원으로 가득찬 스튜디오가 됐다. 홍 프로듀서는 “인디게임이라는 것도 결국은 낭만이라 생각한다”며, “스튜디오에 모이신 분들 다 자기가 원하는 게임을 만들고자 모였다”고 말했다.
파랜드 택틱스의 캐주얼한 SRPG 장르성을 계승하려는 스타더스트
크니브스튜디오가 개발 중인 스타더스트는 주인공 스타와 유우의 모험을 주제로한 고전적인 SRPG다. 홍 프로듀서와 김 디렉터 모두 파랜드 택틱스가 떠오르는 SRPG를 제작하려고 노력 중이다. 김 디렉터는 “파랜드 택틱스 DNA를 계승하고자 했다”며, “고난도 전략이나 육성이 강조된 게임보다는 라이트하고 캐주얼한 느낌으로 게임을 개발 중이다”라고 밝혔다.
이런 라이트함이 강조되는 부분이 마나 시스템이다. 게임은 유명 온라인 카드게임 ‘하스스톤’과 유사한 개수 방식의 마나 시스템을 적용했다. 턴마다 사용할 수 있는 마나가 하나씩 늘어나며, 강력하고 마나를 많이 소모하는 필살기가 5마나를 소모한다. 또한 다양한 스킬을 카드와 덱빌딩 형식으로 제작해 다양한 스킬을 원하는 대로 선택할 수 있도록 전략성을 갖췄다.
전략성을 강화하고 턴제 전투의 지루함도 극복하기 위해 콤보와 카운터 시스템이 더해졌다. 콤보는 일부 스킬을 사용해 적에게 적중시 또다른 스킬을 연계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카운터 시스템은 상대방 턴에 내 마나가 남아 있다면 이를 사용해 적 공격을 방어하거나 받아치는 기술이다. 두 시스템 모두 실시간에 가까운데, 1~2초의 입력 시간이 주어지고 그동안 스킬을 사용할지 말지 결정해야 한다.
두 시스템을 통해 턴제임에도 상당히 박진감 넘치는 전투를 구현했다. 공격자는 마나가 많이 소모되는 강력한 공격으로 적을 압박할지 혹은 약한 기술로 콤보를 발동해 여러 차례 적을 공격한 뒤 마나를 보존할 지 선택한다. 수비자는 적 약한 공격과 강한 공격 중 어떤 것을 카운터 할지 고민하게 된다. 김 디렉터는 “철권이나 롤과 같은 실시간 게임도 결국 공방이 오고 가는 과정에서는 턴 개념이 존재한다”며, “콤보와 카운터 시스템으로 이런 실시간 감각과 함께 즐거움을 전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시스템 외에 개발진이 특히 신경 쓴 부분은 바로 캐릭터만의 독특한 아트와 컷신이다. 모든 스킬이 애니메이션을 가지고 있으며, 필살기 마다 컷신이 재생된다. 또한 귀여운 캐릭터들의 도트 그래픽 움직임이 상당히 부드러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개발 중이라고 전했다. “시나리오에서 볼 수 있는 귀여운 애니메이션이나, 필살기 컷씬에 노력을 많이 기울였다”고 김 디렉터는 말했다.
전통적 JRPG와 유사한 스토리텔링과 세계관
많은 RPG 팬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단연 스토리다. 그러나 스타더스트는 게임 스토리를 다소 모호하게 공개했다. 이는 개발팀의 의도로, 고전 JRPG 방식 스토리 전개를 위함이다. 김 디렉터는 “요즘 처음부터 세계관을 전부 설명하고, 장비 갖춰주고, 요정(도우미)까지 따라오는 게임이 많다”며, “과거 많은 일본 RPG들이 그랬듯 간단하게 세계관과 주인공만 소개하고, 이들의 여정을 옆에서 함께하는 감각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특히 개발진이 많은 신경을 쓴 부분은 게임플레이, 콘텐츠와 스토리의 결합이다. 김 디렉터는 “어떤 게임들은 장비 던전, 재화 레이드 같은 콘텐츠가 있어 스토리 몰입감이 떨어진다”며, “스타더스트는 모험가의 이야기인 만큼 일일 퀘스트 등이 있겠지만, 이것들이 스토리에 녹아드는 방향으로 설계했다”고 전했다. 홍 프로듀서는 “일일 퀘스트는 양을 늘리는 콘텐츠인 만큼 숨겨진 이야기나 귀중한 보물을 얻는 등의 재미 요소를 추가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주인공 스타는 말괄량이 용사 지망생, 유우는 의욕 없는 마법사다. 둘은 모험을 떠나 세상을 구하는 거대한 사건에 휘말리고, 이 과정에서 숨겨진 세계의 뒷모습도 발견한다. 메인 스토리 이외에도 다양한 숨겨진 비밀도 준비될 예정이다. 일일 퀘스트를 수행하다 보면 갑자기 의뢰 내용이 바뀌면서 숨겨진 이야기가 나오거나, 동료와 함께 모험하다 보면 번외 스토리 퀘스트가 발동되기도 한다.
스타더스트 개발에 있어서 난항과 미래 포부
경험 많은 개발자들이 모인 크니브스튜디오지만, 게임 개발에 있어서는 많은 개발 난항을 겪었다. 우선 SRPG라는 고전 장르를 캐주얼하게 개발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김 디렉터는 “역사가 오래된 SRPG 장르라 더 제작이 쉬울 것이라 생각했다”라면서도, “여기에 실시간 콤보, 카운터 등 시스템을 추가하다 보니 상당히 고생했다”고 소회했다.
중간에 개발 방향성이 바뀌기도 했다. 게임이 실물 카드 게임에서 기획했던 만큼 초기는 PvP를 중심으로 게임을 기획했고, 작년 게임 레벨업 쇼케이스라는 인디게임 체험 행사에도 출품했다. 이후 유저와 내부 피드백을 거쳐 PvE 요소를 강화했다. 김 디렉터는 “1년 동안 게임을 바꾸는 과정에서 PvP랑 전혀 다른 새로운 로직을 제작하고 다듬는 것이 힘들었다”라며, “모바일로 작업하던 것을 PC로도 선보여야 하는 문제도 있어 아주 다사다난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두 개발자는 게임에 꼭 PvP 요소를 넣고 싶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홍 프로듀서는 “PvP 요소는 아직은 완성되지 않았지만, 나중에 추가를 하려고 한다”며, “카운터와 콤보 시스템을 활용하면 재미있을 것이고, 밸런스도 충분히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스타더스트는 데모버전을 텀블벅 페이지에 공개한 상태다. 두 개발자는 게임이 성공하면 더 많은 콘텐츠를 제작하고 싶다고 말했다. 특히 심혈을 기울여 기획하고 있는 부분은 멀티플레이 보스 레이드다. 4명의 플레이어가 힘을 합쳐 적 패턴을 분석하고 공격하는 부분도 구현하고 싶다고 말했다.
스타더스트는 2024년 하반기 정식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홍 프로듀서는 “게임이 잘 완성되면, DLC 같은 형태로 확장팩 등을 계속해서 출시할 것이다”라며, “PvP 요소, 레이드 등을 계속해서 추가해 라이브 서비스를 길게 이어나가고 종국에는 하나의 성공적인 IP가 되면 좋겠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