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제수단 강제는 독점적’ 에픽게임즈 구글에 승소

▲ 에픽게임즈 로고 (사진출처: 에픽게임즈 공식 홈페이지)

에픽게임즈가 미국에서 구글을 상대로 걸었던 반독점법 소송에서 승소했다. 핵심은 구글플레이가 수수료 30%를 부과하는 인앱결제를 개발사에 사실상 강제하는 것은 반경쟁적인 행위이며, 이로 인해 에픽게임즈가 손해를 입었다는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연방법원은 11일(현지 기준) 에픽게임즈가 구글을 상대로 제기한 반독점법 소송에서 배심원단 만장일치로 에픽게임즈 손을 들어줬다. 이번 소송은 2020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에픽게임즈는 포트나이트 모바일 버전에 자체 결제 시스템을 도입했다가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에서 게임이 삭제됐다. 에픽게임즈는 이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소송을 걸었다.

이후 2021년에 먼저 결과가 나온 애플과의 소송에서는 에픽게임즈가 패소했으나, 법원에서 당시 쟁점이었던 10개 중 ‘애플의 결제수단 강제’는 반경쟁적이라 판단했다. 이후 국내에서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 등이 발의됐 구글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는 외부 결제를 허용했으나, 이 역시 수수료 26%를 지불해야 하기에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피하지 못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에픽게임즈와 구글플레이가 맞붙은 소송에서 에픽게임즈가 승소했다. 배심원단은 구글이 안드로이드 앱마켓과 인앱결제 시장에 독점권을 가지고 있으며, 구글이 시장에서 반경쟁적인 행위를 하며 에픽게임즈에 손해를 입혔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배심원단은 구글이 구글 플레이 스토어와 구글 플레이 결제 시스템과 불법적으로 유착됐고, 경쟁 앱스토어를 견제하기 위해 스마트폰 제조사 및 주요 개발사에 비밀 계약을 제안한 점 등이 반경쟁적이라 봤다.

▲ 에픽게임즈가 구글과 애플을 비판하며 공개했던 나인틴 에잇 포트나이트 영상 (영상출처: 포트나이트 공식 유튜브 채널)

앞서 이야기한 비밀 계약 중 하나는 구글에서 프로젝트 허그라는 이름으로 추진한 게임사 지원 정책이다. 이번 소송에서 제출된 자료에 따르면 이 프로젝트는 구글이 다른 앱스토어로 확장할 위험이 있는 주요 게임사에 자금을 투자하자는 계획에서 시작됐으며, 2019년에 22곳에 거래를 제안했다. 여기에는 액티비전, 블리자드, 라이엇게임즈, 넷이즈, 텐센트, 유비소프트 등 해외 대형 게임사는 물론 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 펄어비스와 같은 국내 주요 게임사도 포함됐다.

이 프로젝트는 구글 플레이 벨로시티(Google Games Velocity)라는 게임 개발사 지원 프로그램으로 공식화됐다. 이에 대해 구글은 게임사에 직접 자금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기프트 카드 프로그램, 구글 플레이 프로모션, 구글 클라우드 크레딧 등을 지원하는 것이며, 다른 앱스토어와 같은 시점에 동일한 콘텐츠를 서비스할 것을 약속했을 뿐 다른 마켓 출시를 막지는 않았다고 항변했다. 에픽게임즈는 구글이 경쟁자를 차단하기 위해 이 프로젝트를 추진했다는 점을 입증하지는 못했으나, 이 부분이 배심원단 판단에는 영향을 미친 셈이다.

이번 소송에 대해 에픽게임즈는 11일 자사 공식 블로그를 통해 성명을 냈다. 이를 통해 “이번 판결은 구글 플레이 스토어 관행이 불법이며, 독점권을 남용하여 엄청난 수수료를 받고 경쟁을 억제해 혁신을 막는다는 점을 증명한다”라며 “재판과정에서 에픽게임즈는 구글이 개발사에 자체 스토어 개설과 앱을 직접 배포하는 것을 포기하도록 비용을 지불하고, 스마트폰 제조사에 경쟁 중인 앱스토어를 배제하는 대가로 수익성이 높은 계약을 제시하며 대체 앱스토어를 억누르기 위해 수십억 달러를 기꺼이 지불할 의향이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라고 밝혔다.

이번 소송에서 에픽게임즈가 요구한 것은 3가지다. 에픽게임즈를 포함한 다른 개발사가 제한 없이 자체 스토어를 선보일 수 있는 자유, 자체결제 시스템을 온전히 활용할 수 있는 자유, 구글이 동일한 무제를 일으킬 수 없도록 막는 우회방지 조항이다. 이에 대해 제임스 도나토 판사는 처음 두 가지는 합의할 수 있겠으나 마지막 요구는 어려울 것이며, 문제가 발생하면 다시 소송을 제기하라고 제안했다.

에픽게임즈가 승소한 후 두 회사는 내년 1월 둘째 주에 판사를 만나 잠정적인 해결책을 논의할 계획이다. 다만 구글은 이번 소송에 항소한다고 밝힌 상황이다. 구글 측은 더 버지(The Verge) 등 외신을 통해 “안드로이드와 구글 플레이는 다른 주요 모바일 플랫폼보다 더 많은 선택권을 주며 개방적이다. 이번 재판을 통해 자사는 애플 앱스토어는 물론 다른 안드로이드 앱스토어 및 게임 콘솔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점이 분명해졌다. 자사는 계속 안드로이드 비즈니스 모델을 지키고, 사용자와 파트너, 나아가 안드로이드 생태계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만약 이번 소송을 토대로 구글 플레이의 결제 구조가 큰 폭으로 달라진다면 국내에도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에픽게임즈 측은 “구글 경영진은 법원에서 제3자 결제(외부결제) 옵션에 대해 수수료 26%를 제안하는 것이 개발자를 위한 것이라 위장된 선택지였다는 점을 인정했다”라고 언급했다. 즉, 소송 중 외부결제 수단을 사용해도 26%를 떼어가는 점에 대한 지적이 있었다는 것이기에 향방에 더 관심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