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言] 스팀서 호평 받은 프로스트레인 개발기
게임메카 신재연 기자
2024.01.27 10:00
최근 다양한 게임사에서 인디게임 개발자들을 위해 여러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크래프톤이 작년 처음 도입한 ‘정글 게임 랩’ 또한 이런 프로그램 중 하나로, 작년 처음 진행된 정글 게임 랩에서는 총 여섯 팀이 만든 게임이 스팀에 무료로 출시됐다.
이 중 스팀에서 가장 높은 관심을 받은 게임이라고 한다면 프로스트레인이 있다. 스팀 출시 이후 94% 긍정적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달성한 팀이다. 왜 무료인지 모르겠다, 기능을 좀 추가해 유료로 팔아도 살 것 같다는 평이 쏟아지기도 했다. 그런데 이런 게임이 고작 두 달만에 만들어졌다면 믿겨지는가? 우연찮게 만나 두 달간의 분투를 이어온 팀 스튜디오(STEWDIO)의 고정우 팀장과 박성룡 프로그래머를 만나 프로스트레인의 개발기와 이후의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이상향으로 향하는 열차의 기관사가 되어라, 프로스트레인
프로스트레인은 플레이어가 최후의 기관사가 되어 설국을 체험하는 덱빌딩 로그라이크 게임이다. 플레이어는 승객을 약속의 땅까지 인도하는 기관사가 돼 열차 내 승객들의 감소하는 행복도를 드론 보급으로 얻는 시너지를 통해 극대화해 안전하게 결과로 가는 것이 목표다.
팀 스튜디오가 주력했던 것은 오마주와 목표에 대한 유저들의 오기다. 설국열차에 대한 오마주를 위해 영화의 '테마'를 가져오고, "아 조금만 더 하면 될 것 같은데"하는 마음을 만드는 게 목적이었다. 고 팀장은 “결과적으로는 이게 잘 먹혔다고 생각을 한다. 호응만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고 밝혔다.
프로스트레인의 초기 합의점은 ‘열차’였다. 개중 이 부분만이 비교적 빨리 정해진 요소였다. 열차라는 하나의 생태계에 집중하려고 했었고, 설국열차라는 모티브는 이후에 정해졌다. 기존 초안에는 은하철도 999의 열차도 포함돼 있었다고. 확실한 것은 고립된 생태계를 적용하고자 하는 목표였다. 다만, 기존에는 게임 크루세이더 킹즈의 이벤트와 같은 사건을 넣고, 그 사이를 덱빌딩으로 메꾸려는 것이었는데 이벤트는 거의 사라지고 덱 빌딩만 남아 프로스트레인이 완성됐다.
프로스트레인은 초기 기획에서 큰 변경이 있었다. 빠르게 목표가 결정이 됐다기 보다는 두 달의 개발기간 중 한 달 동안 만들고 한 달 동안 밸런스와 버그 수정에 몰두했다. 오전 10시 출근하고 새벽 1~2시 쯤에 퇴근하기를 3주간 이어 나가며 다른 팀의 업무를 겨우 따라잡았다. 완성을 해야 평가라도 받을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막판에는 기획을 덜어내고, 현실적인 시선에서 선을 그어가며 결과물을 끌어냈다. 고 팀장은 당시를 떠올리며 “그 동안은 방향성 때문에 표류했지만, 서로 앞만 보고 달린 덕에 오히려 완성에 도움이 된 것 같다”는 소회를 밝혔다.
팀 스튜디오가 난이도를 위해 가장 노력한 것은 시너지 파트를 유저들에게 많이 보여주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UI 수정 고려가 내부에서 있었고, 이 시너지를 유저들이 잘 따라올 수 있도록 많은 신경을 썼다. 다만, 두 달이라는 기간상 문제로 어떤 차량에 어떤 시너지가 필요한지를 전하지 못해 이 부분이 다소 아쉬웠다고. 그 다음으로 아쉬운 것은 버그와 관련된 부분이었다. 도중에 기획이 많이 바뀌었는데, 이 과정에서 레거시 코드들이 좀 많이 남아 오류가 발생하는 경우도 많았다.
복합적 300개 vs 긍정적 5개라면 전자를 택하겠다, 팀 스튜(STEW)디오
팀 스튜디오는 정글 게임 랩에 모인 ‘재능 넘치는’ 다섯 명의 개발자들이 모인 팀이다. 초기 팀명은 다른 장르를 섞으려고 시도하는 게 많아 김치찌개와 부대찌개를 섞었다는 뜻으로 ‘김치부대찌개’로 하려 했는데, 외국 유저들에게도 어필할만한 이름을 고려하다 스튜(STEW)디오라는 이름을 정하게 됐다고. 프로스트레인은 이런 팀명에 충실한 게임으로, 고 팀장은 “이번 성과조차도 팀 스튜디오의 정신이 들어간 것이 아닐까 한다고 생각한다” 전했다.
팀 스튜디오는 총괄을 주로 맡은 고정우 팀장을 시작으로 배윤서(아트), 곽인영, 박성룡, 정민경(프로그래밍) 등 총 다섯 명으로 구성됐다. 이 중 고정우 팀장은 게임의 방향성을 잡고, 디테일을 정리하는 등 업무를 담당했으며, 박성룡 프로그래머는 덱 빌딩과 열차 관련 프로그램, 버그 해결을 담당했다.
팀 스튜디오의 초기 목표는 “게임을 개발해서 완성해서 유저들에게 선보였을 때 어떤 게임을 만들겠느냐”는 질문에서 시작됐다. 그렇게 내려진 결론은 300개짜리 복합적과 5개의 긍정적 평가를 받는다면 전자를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처음으로 선보이는 게임인 만큼 많은 유저들의 피드백을 듣고 싶었다. 300분이라도 플레이를 해줬다는 것은 유저들을 데려올 수 있는 요소가 있다는 것이고, 덱빌딩 로그라이크가 시장이 제일 넓다는 생각에 따라 장르를 결정했다.
초기 개발 빌드에서는 테스트를 위해 누구나 깰 수 있을 정도로 쉬운 난이도로 설정했고, 계속해서 하고 싶은 기묘한 난이도는 밸런싱 작업에 들어가면서 만들어졌다. 사실 팀원들이 덱 빌딩에 친숙한 게이머도 아니었고, 게임을 즐기는 동안 장르적 센스에도 다소 차이가 있었다. 그러다 보니 누구는 충분히 클리어할 수 있는 요소가 누구는 엄두를 못 내는 경우도 발생했다. 내부적으로는 너무 어렵다는 이야기도 있어서, 이 밸런스를 맞추는데 꽤 많은 힘을 소모했다고.
그래서 두 사람은 “지금 생각해보면 초기 기획대로 진행됐을 때 마니아층에게는 먹혔겠지만, 규모적 측면에서는 힘들었을 것 같다”고 전했다. 그대로 진행했다간 원래 목표인 500개 이상도 못 모았을 것 같았다고. 거기에 마감을 앞두고 “이 부분은 시간 상 안 돼, 어려워서 안 돼”같은 이유로 하나 둘 콘텐츠를 덜어내다 보니 자신감도 함께 떨어졌다. 내부적인 목표치 또한 300개, 100개, 50개로 차차 내려갔다.
이게 공짜라구요? 그래도 별 수 없습니다. 이 게임은 무료입니다
하지만 출시 후 유저들의 성원은 생각보다 더욱 뜨거웠다. 내부적으로는 마감에 쫓겨 출시하는 날까지도 후회랑 아쉬움이 남은 상황이었음에도 놀라운 결과였다. 당시 고 팀장은 “다 보여드린 것도 아닌데 엄청 좋아해 주시네”라는 감사함과 “누가 우리를 상대로 트루먼쇼라도 하나?”라는 마음이 공존했다고 전했다.
그 중 팀 스튜디오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스팀평가는 “이게 공짜라구요?”이라는 짧은 평이었다. 비단 스팀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곳에서 평가가 쏟아졌다. 스트리머들이 방송에서 직접 플레이를 하고 재밌다 평가하는 경우도 많았다. 코어 게이머에 가까운 스트리머들의 평가는 또다른 의미로 다가왔다는 것이 고 팀장의 말이다. 물론, 박 프로그래머에게는 마냥 그렇지도 못했다. 호평은 감사하지만, 라이브 중 버그가 발생할까 노심초사하며 방송을 지켜봤고, 치명적인 버그가 터지지 않을 때마다 매번 안도했다고.
고 팀장은 “이번 출시 경험 자체가 엄청난 도약의 발판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이 과정을 겪느냐 아니냐는 완전히 차이가 있다고 본다. 시야차이를 크게 느꼈다. 이번 기회가 인간 개인으로서 개발자의 길을 걸어가는 것에 있어 큰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박 프로그래머는 “앞으로 개인이든 단체에 속해서든 여러 게임을 만들어 나갈 예정이어서 많은 성원을 부탁드린다. 아울러 여기까지 올 수 있게 도와주신 많은 분들께, 더해 코치로 참여한 임성진 게임 디렉터 님께 많이 감사드린다”는 말을 남겼다.
팀 스튜디오가 압도적으로 긍정적을 받기 전까지 1%가 남았다. 팀 스튜디오는 그 1%를 끌어올리기 위해 추가 업데이트를 진행하고 있다. 물론 유입을 기대하기는 조금 어렵겠지만 말이다. 단기간 해결할 수 있는 부분도 아니기 때문에. 그래도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콘텐츠 추가 작업에 뛰어들었다.
팀 스튜디오가 프로스트레인 유저들을 위해 준비 중인 요소는 다양하다. 가장 유저들의 문의가 많은 것은 도전 과제인지라 우선 이걸 업데이트할 예정이다. 여기에 편의성이나 눈 내리는 이펙트 간소화 패치를 고려하고 있다고. 다만, 우선은 버그 없이 업데이트하는 것이 목표이고, 실제로 100% 가능할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힘쓰는 이유는 더 많은 유저들이 게임을 즐길 수 있기를 바라기 때문일 것이다. 앞으로 팀 스튜디오의 프로스트레인과, 각 개발자들의 노력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