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한국 모바일 MMORPG가 침몰했다
게임메카 김미희 기자
2024.02.16 16:54
재작년부터 윤곽이 드러난 모바일 MMORPG 한계가 올해는 매우 뚜렷하게 드러났다. 장기간 이 분야에 총력을 다해온 국내 게임 상장사 대다수가 작년에 극심한 실적부진을 면치 못했다. 반면 모바일 MMORPG 외 새로운 활로를 뚫었거나, 캐시카우를 다른 분야에 분산해둔 게임사는 불황 중에도 호실적을 내거나,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며 선방했다.
모바일 MMORPG 침체로 인한 실적악화가 가장 뚜렷하게 드러난 곳은 엔씨소프트다. 엔씨는 작년에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75% 감소하며 어닝쇼크를 면치 못했다. 주 요인은 모바일게임 매출 감소로, 전년보다 38% 감소한 1조 2,004억 원에 그쳤다. 이번 분기부터 엔씨소프트는 게임별 매출을 공개하지 않고 있는데, 지난 3분기까지 흐름을 살펴보면 리니지M, 리니지2M보다 상대적으로 늦게 출시된 리니지W 하락세가 크게 나타난 바 있다.
오딘: 발할라 라이징, 아키에이지 워, 아레스: 라이즈 오브 가디언즈 등 모바일 MMORPG를 주력으로 삼은 카카오게임즈 역시 전년보다 영업이익이 57% 감소하며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고, 작년에 나이트 크로우와 제노니아: 크로노블레이크를 출시했던 위메이드와 컴투스 그룹 역시 매출은 상승했으나 영업이익은 적자를 기록했다. 신작 출시에 힘입어 매출은 끌어올렸으나, 관련 비용이 증가하며 이익률은 개선되지 못한 셈이다.
가장 큰 요인은 국내와 대만 등 일부 아시아 시장을 주력으로 한 모바일 MMORPG 시장이 성숙기에 돌입했다는 점이다. 신규 유저 창출은 줄어들고 기존 유저풀을 이전보다 많은 게임이 나눠먹는 구조가 됐다. 그 결과 개별 게임이 거둘 수 있는 성과는 감소하고. 장기간 서비스해온 기존 타이틀도 유저 수를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기존작 하락세를 메워줄 신작 출시가 지연되며 작년에 이어 올해도 적자를 면치 못한 넷마블과 웹젠이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쿠키런과 검은사막이라는 대표 IP 하나에 대한 의존도가 과하게 높은 데브시스터즈와 펄어비스도 작년에 이를 대신할 명확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며 영업이익이 적자로 전환되거나. 전년보다 많은 적자를 냈다. 조이시티 역시 작년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247% 늘었지만 마케팅비 축소가 주 요인이기에 사업적인 성과를 잘 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전반적으로 실적 개선을 위해서는 새로운 캐시카우 발굴이 매우 절실해진 상황이다. 작년에 이 측면에서 가장 두드러진 결과를 낸 곳은 네오위즈다. P의 거짓, 산나비 등을 위시한 PC와 콘솔 타이틀로 작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62% 상승했다. 이 외에도 큰 성장은 이루지 못했으나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도를 다시 확보한 크래프톤도 전년과 비슷한 매출과 영업이익을 유지하며 선방했고, 라그나로크 타이틀 다수를 여러 지역에 동시다발적으로 선보이며 매출을 끌어올린 그라비티도 호실적을 거뒀다.
반면, 연간 실적 자체는 양호한 넥슨도 ‘새 매출원 발굴’에는 물음표가 찍혀 있다. 작년에 넥슨 매출을 견인한 주역은 국내 메이플스토리, 던전앤파이터, FC 온라인(피파 온라인 4)까지 장기간 서비스를 이어온 기존작이 중심을 이룬다. 데이브 더 다이버가 선전했으나 실적 측면에서는 앞서 이야기한 세 게임보다 미미하며, 베일드 엑스퍼트 등 다른 신규 타이틀은 조기 서비스 종료가 결정됐을 정도로 저조한 성과를 거뒀다. 아울러 4분기 들어 메이플스토리 등 그간 매출을 책임져온 기존작 하락세가 나타났기에 넥슨 입장에서도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신작 발굴에 적극 나서야 할 타이밍이다.
종합하자면 국내 게임사 모두 기존에 타던 배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신규 시장에 발을 들일 새로운 배로 갈아타야 한다. 재작년부터 이를 인지한 게임사 다수가 블록체인에 집중했으나 여전히 큰 결실을 맺지는 못했고 관련 투자가 되려 비용 부담으로 돌아온 측면도 있다. 이에 새롭게 조명하는 부분은 그간 소극적으로 대응해온 서양 등이며, 이를 위해 글로벌을 겨냥한 PC와 콘솔 신작 다수를 준비 중이다. 이를 토대로 올해는 체질 개선을 이뤄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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