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言] 턴제에서 방치형으로, 한국사 RPG 2기
게임메카 김형종 기자
2024.03.16 10:00
‘한국사 RPG 난세의 영웅’은 인디 개발팀 투캉프로젝트가 2020년 출시한 한국 역사 배경게임이다. 출시 후 총 7장까지 제작됐었고, 한국 역사를 2D RPG 장르로 잘 녹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한국사능력검정시험’ 기반으로 제작되어 자격증, 내신에 도움을 얻고자 했던 10대부터, 역사에 관심이 많은 30대까지 폭넓게 사랑 받았다.
한국사 RPG는 본래 ‘RPG 메이커 MV(RPG 쯔꾸르 MV)’ 제작 툴로 개발돼 2017년 출시됐다. 출시 당시에는 구글 게임 인기순위에서 높은 성적을 냈고, 2018년에는 지랭크에서 챌린지 서울 상을 수상하는 등 많은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툴 자체 문제에 더해 문과 계열 대학생이던 두 개발자의 경험 부족으로, 게임에는 시스템 최적화 문제나 오류가 자주 발생했다. 이에 투캉프로젝트는 게임 엔진을 교체하는 등 재개발에 착수했고, 이후 오랜 노력 끝에 2020년 한국사 RPG 1기를 정식 출시했다.
그런 한국사 RPG 개발자 투캉프로젝트는 2021년 말 2기 개발 소식을 알리며 1기와 다른 게임 방향성을 선보이겠다고 발표했다. 실시간 수동 턴제 RPG였던 1기와 달리, ‘한국사 RPG 2기 난세표류기(이하 난세표류기)’는 방치형 RPG 구조로 개발을 시작했다. 이후 약 3년간 제작된 게임은 오는 3월 말 공개 테스트를 실시할 계획이다. 이에 게임메카는 한국사 RPG 개발사 투캉프로젝트의 안겨레, 고용성 두 개발자와 만나 방향성 변경 이유와, 개발 과정에 대해 들어봤다.
그들은 왜 방치형 RPG를 선택했나
장르 변경의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바로 교육성에 지나치게 치중했던 게임성 때문이었다. 특히 일부 선택지 구성과 게임 진행에서 역사를 알지 못하거나 관심 없는 플레이어들이 떠날 수 밖에 없는 구조였던 부분을 개선하고자 했다. 고용성 개발자는 “한국사 교육성에 치중해 게임만을 위한 콘텐츠가 부족했고, 한국사에 관심 없는 게이머는 접근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또한 수동적인 턴제 RPG 게임플레이 방식이 현대인에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내부 평가도 있었다. 안겨레 개발자는 “바쁜 현대인은 턴제 RPG를 계속해서 붙잡고 플레이 할 수 없다는 것을 게임 출시 후에 알았다”라며, “그런 이유로 조작 요소가 적은 방치형 장르를 선택했다”라고 전했다.
기존 출시 방법에 대한 비판도 장르 변경 이유였다. 한국사 RPG는 새로운 장을 3,000원에 유료 판매하는 방식을 사용했는데, 과거 피쳐폰 세대에게는 상당히 익숙한 방식이면서 저렴한 가격이라는 이유였다. 하지만 오히려 이러한 방식은 유저들로부터 호응을 얻지 못했다. 안겨레 개발자는 “한국사 관련 게임인데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맞냐는 항의까지 받았다”라며, “그런 면에서 F2P 부분유료 BM이 더 나은 것 같다”라고 소회했다.
심지어 개발 난이도에 비해 수익성도 떨어졌다. 안겨레 개발자는 “한국사 RPG는 장르 특성상 적이 등장하는 위치, 대화가 시작되는 장소, 지형, 가시성 등 개발에 많은 품이 들었다”라며, “하지만 노력 대비 수익은 높지 않았고, 사업을 이어갈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모색해야 했다”고 말했다.
한국사 영웅들과 함께 싸우는 난세표류기
투캉프로젝트 두 개발자 위와 같은 고민에 따라 한국사 영웅들을 직접 육성할 수 있는 F2P 방치형 RPG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스토리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시간 흐름에 따르며, 구석기부터 한국 현대사까지를 다룰 예정이다. 여기에 방치형 RPG가 갖는 능동적 게임플레이를 결합하며, 던전 탐험, 리더 보드 등 여러 콘텐츠를 더할 방침이다. 게임에는 다양한 종류의 장비가 제공되고, 던전을 통해 장비와 영웅을 강화할 수 있다. 물론 전작과 마찬가지로 게임 내 역사적인 사건을 구현했으며,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건에 유저가 참여하는 감각을 강화하기 위해 대화 시스템이 제공된다.
게임에서 특히 핵심적인 요소는 한국사 영웅들과 함께 싸운다는 점이다. 플레이어는 한국 역사에 등장하는 여러 전설적인 인물을 뽑기를 통해 획득하고, 이들과 팀을 구성해 몬스터를 사냥한다. 안겨레 개발자는 “1기에서 아쉬웠던 점 중 하나는 한국사 영웅들이 짧게 등장하고 스쳐지나가는 부분이었다”라며, “이에 따라 자신이 사랑하는 한국사 영웅들과 함께 오랫동안 활동하는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주요 게임 이용자층이 역사를 사랑하는 이들이 많은 만큼, 한국사 등장인물과 함께하는 모험은 이들이 반길만한 요소다. 안겨레 개발자는 “특히 사람들은 내가 아는 것이 나왔을 때 반갑고 아는 척을 하고 싶어 한다”라며, 또한 영웅을 제대로 활용하는 유저들이, 그렇지 못하는 이들과 차별점이 있도록 게임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한국사에는 굉장히 다양한 영웅들이 등장하며, 투캉프로젝트는 영화, 드라마, 유튜브 조회수 등 시장조사를 바탕으로 58명의 영웅을 선정했다. 고용성 개발자는 “역사를 사랑하는 이른바 ‘역덕’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좋아할 수 있는 대중적 영웅을 많이 넣었다”라고 말했다. 이 중에서는 이순신 장군처럼 모두가 사랑하는 인물, 연산군 등 악인이지만 대중적인 인물, 전우치, 시라소니 등 영화와 드라마 각색으로 인기를 얻은 인물들도 등장한다.
장르 변경에 따른 개발 난항
장르를 변경해 게임을 개발하는 만큼, 과정에서 어려움도 많았다. 가장 어려웠던 부분중 하나는 바로 서버와 온라인 서비스 관련 개발이었다. 전작은 실시간 콘텐츠가 없었던 만큼 랭킹, 우편함, 유저 데이터 관리, 서버 등 온라인 서비스 관련 개발 경험이 없었다. 개발이 계속해서 늘어졌던 가장 큰 이유 역시 이런 백엔드 개발 때문이었다고 투캉프로젝트 두 개발자는 밝혔다.
이외에도 많은 신경을 쓴 부분은 바로 진입장벽이다. 게임 출시 경험에 미뤄볼 때, 모바일 플랫폼 유저들이 PC 플랫폼보다 진입장벽에 더 민감했다. 이에 개발진은 그 어떤 유사장르 타이틀보다 진입장벽을 극적으로 낮도록 개발 기조를 확립했다. 고용성 개발자는 “전작도 유저층을 고려해 상당히 쉽게 만들었다”라며, “이번 작품도 쉽게 배우는 대신, 이후에는 파밍이나 전략이 필요하도록 개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난세표류기는 오는 31일 유저 이탈 구간 파악과 버그 수정을 위해 공개 테스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두 개발자 모두 게임이 잘 돌아가고, 오류 때문에 플레이에 지장이 없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안겨레 개발자는 “한국사 RPG 1기는 엔딩을 보고 나면 더 할 것이 없는 구조였는데, 몇 년간 2기를 기다려주신 분들이 많았다”라며, “너무 감사하고, 최대한 준비를 마쳐 출시하겠다”고 전했다. 고용성 개발자는 “10장이 완결인데, 7장까지 만들고 2기에 착수해도 팬분들이 참아주셨다”라며, “항상 감사하고 잘 부탁드리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