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틀 크러쉬, 캐주얼 배틀로얄의 모범적 예시
게임메카 이우민 기자
2024.03.28 17:44
엔씨소프트라는 이름을 들으면 MMORPG와 같은 무게감 있는 이미지가 떠오른다. 왠지 긴 시간을 투자해 캐릭터를 성장시켜야 할 것만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작년 지스타에서 엔씨소프트가 선보인 배틀 크러쉬는 그러한 이미지를 완전히 타파했다. 기존 엔씨소프트 게임들에서 보기 힘들었던 가볍고 캐주얼한 느낌이 물씬 전해진다.
배틀 크러쉬는 작년 실시한 1차 글로벌 테스트와 지스타 시연에서 캐주얼한 게임성과 귀여운 캐릭터 디자인으로 호평을 받았다. 다만 불편한 키보드·마우스 조작과 기력 관리의 어려움 등 여러 지적을 받기도 했는데, 지난 21일부터 전세계 97개국을 대상으로 스팀과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진행 중인 2차 글로벌 베타 테스트는 이러한 유저 피드백을 반영해 많은 부분이 개선됐다. 직접 테스트에 참여 해본 결과로도 불편함보다는 배틀 크러쉬가 가진 게임성이 더 눈길을 끌었다.
15명의 개성 있는 캐릭터가 벌이는 배틀 로얄
배틀 크러쉬는 쿼터뷰 시점으로 진행되는 배틀로얄 대전 게임이다. 주변에서 아이템을 수집하고, 이를 활용해 적들을 물리쳐 최후의 1인이 되는 것이 목표다. 다른 플레이어와의 전투가 연이어 펼쳐지는 빠른 템포를 가졌으며, 한 판에 걸리는 시간이 짧아 가볍게 즐기기 좋았다. 또한 조작 방식도 간단해 입문에도 어려움이 없었다.
게임의 가장 큰 특징은 링아웃과 기력이다. 캐릭터의 체력이 다하면 바로 탈락하는 것이 아닌 그로기 상태에 돌입하는데, 일정 시간이 지나면 다시 전장에 복귀할 수 있다. 다만 그로기 상태에서 일정 횟수 공격을 받으면 링아웃이 되며 게임에서 탈락하는 방식이다. 대난투 스매시 브라더스의 구조를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캐릭터 행동에는 일정 수치의 기력이 필요한데, 기력이 없을 경우 중요한 순간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불상사가 생길 수 있다. 때문에 기력 관리는 게임의 핵심으로 통한다. 이전 테스트에서는 관리가 어려워 불편하다는 의견이 많았는데, 이번 테스트에는 회복 속도가 크게 늘어 불편함이 일부 해소됐다.
특색 있는 캐릭터들도 게임의 매력 포인트였다. 게임 내 캐릭터는 ‘칼릭서’라고 불리며, 테스트 버전에서는 15개의 칼릭서를 고를 수 있었다. 칼릭서들은 아레스, 헤라클레스 등 신화 속 인물들이 귀여운 외형으로 구현됐으며, 엔씨소프트 야구단인 NC 다이노스의 마스코트 캐릭터 단디와 쎄리도 등장하는 등 그 범위가 상당히 넓었다.
간단하지만, 다양한 전략이 요구된다
기본적인 게임 방식은 간단하지만, 다양한 전략을 구상할 수 있었다. 스테이지는 은신이 가능한 풀숲이나, 좁은 다리, 낙사 지형 등 여러 지형으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이를 활용해 적을 기습하거나, 적의 진입을 막는 등 생각보다 다채로운 전략을 짤 수 있었다.
실제로 기자는 보물 상자 옆의 풀숲에 숨어 적이 상자를 열 때 기습을 가해 적을 처치하기도 했고, 자기장으로부터 도망쳐 오는 적을 공격해 진입을 방해하며 괴롭힌 적도 있었다. 상대 플레이어 역시 기자나 다른 플레이어들을 좁은 지형으로 유도해 최대한 많은 적에게 범위 스킬을 적중시키는 전략을 발휘하는 등 상당히 다양하면서도 직관적인 상황들이 펼쳐졌다.
다양한 장비와 소모 아이템도 전략 구성에 한 몫 더했다. 특히 소모 아이템은 기본적인 체력 포션부터 보호막 포션, 짧은 거리를 순간이동하는 점멸 주문서, 보물 상자로 변신하는 폴리모프 주문서 등 다양한 효과를 지니고 있었다. 캐릭터 능력치를 올리는 장비 아이템을 물론, 소모 아이템 활용에 따라 전투 흐름이 천차만별로 바뀌기 때문에, 아이템 파밍에 따라 다채로운 전략을 구사할 수 있었다.
아쉬운 점도 보이지만, 앞으로가 기대된다
이번 테스트에서는 유저 피드백을 반영한 흔적이 곳곳에서 보였지만, 마우스 조작 시 불필요한 정보창이 클릭되는 등 조작의 불편함은 여전히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다만 특색 있는 캐릭터들과 간편한 조작, 그 안에 있는 전략의 재미는 충분히 합격점을 줄 만 했다.
따라서 앞서 언급한 조작의 개선과 캐릭터 밸런스가 큰 관건으로 떠오른다. 게임 특성상 특정 캐릭터가 너무 강하면 메타가 고착화되어 게임이 단조로워지기 때문에, 밸런스는 항상 신경 써야 할 부분이다. 제작진도 이를 인지하고 개발 단계에서부터 꾸준히 밸런스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힌 만큼, 정식 출시에는 한층 더 발전된 게임으로 돌아올 것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