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과제가 많이 남은, 오리 개발사의 소울 도전

노 레스트 포 더 위키드 대표 이미지 (사진출처: )
▲ 노 레스트 포 더 위키드 대표 이미지 (사진출처: 노 레스트 포 더 위키드 공식 X 계정)

프롬 소프트웨어가 개척한 소울라이크는 어느덧 하나의 장르로 자리매김했다. 매콤하면서도 적절한 밸런스로 플레이어의 도전 욕구를 자극하는 난이도, 고생 끝에 보스 공략을 성공했을 때의 쾌감으로 탄탄한 마니아층을 보유한 장르이기도 하다. 때문에 현재까지도 수많은 개발사가 소울라이크라는 장르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오리(Ori) 2부작으로 잘 알려진 문 스튜디오(Moon Studio)도 합세했다. 지난 19일 스팀에서 앞서 해보기를 시작한 노 레스트 포 더 위키드(No Rest For The Wicked, 이하 NRFW)가 그 주인공이다.

오리 시리즈도 쉽지 않은 난이도를 자랑했지만, 직접적으로 소울라이크를 표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에 수많은 소울라이크 팬들의 주목을 모았다. 또한 오리 시리즈가 수려한 그래픽과 배경음악으로 호평을 받은 만큼, 이러한 장점을 소울라이크에 어떻게 녹여낼 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직접 게임을 플레이해 본 결과, 문 스튜디오답게 그래픽과 게임성 등은 충분히 합격점이었다. 다만 이를 퇴색시키는 여러 단점 때문에, 많은 아쉬움이 남은 게임이었다.

문 스튜디오의 비주얼은 이번에도 훌륭하다

NRFW는 역병의 근원지인 ‘이솔라 새크라’를 주 무대로 한다. 섬에는 역병으로 발생한 괴생명체 뿐 아니라, 반란군과 지방 정부군 간의 분쟁으로 큰 혼란이 발생하고 있었다. 플레이어는 역병을 막아내기 위해 섬에 파견된 성전사 세림이 되어, 병사들과 괴생명체 등 수많은 적들과 맞서며 인물들 간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게임은 다크 판타지를 문 스튜디오만의 비주얼로 녹여냈다. 수채화풍 그래픽으로 그려낸 세계는 동화 같으면서도 잔혹한 표현으로 그 이면에 있는 어두움을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여기에 시간에 따라 광원 효과가 달라지거나, 비가 오면 물웅덩이가 생기는 등 세밀한 묘사로 세계관에 생동감을 더했다. 전작처럼 좋은 배경음악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비주얼만으로도 플레이어들에게 뛰어난 몰입감을 선사한다.

성전사 세림을 중심으로 역병과 정치 분란 이야기를 다룬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성전사 세림을 중심으로 역병과 정치 분란 이야기를 다룬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문 스튜디오만의 비주얼로 그린 다크 판타지는 합격점이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문 스튜디오만의 비주얼로 그린 다크 판타지는 합격점이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이렇게 만들어진 세계를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다는 점도 인상 깊은 부분이었다. NRFW에서는 필드에 구현되어 있는 대부분 요소와 상호작용 할 수 있으며, ‘여기까지 갈 수 있다고?’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맵 구석구석을 돌아다닐 수 있다. 여기에 벽 뒤에 숨겨진 공간, 바위나 나무 등으로 가려져 있는 통로 등 비밀 장소를 마련하여 탐험의 재미를 더했다. 기자의 경우 실수로 성벽 뒤쪽에 떨어진 적이 있는데, 당연히 낙사할 것이라고 생각한 것과는 달리 오히려 숨겨진 장소를 발견한 적도 있다. 

맵에 구현된 대부분 장소를 탐험할 수 있다 (사진출처: 게임 스팀 페이지)
▲ 맵에 구현된 대부분 장소를 탐험할 수 있다 (사진출처: 게임 스팀 페이지)

아울러 게임은 쿼터뷰 시점으로, 한번에 최대한 많은 공간을 시야에 보여줌으로써 게임의 매력적인 세계를 깊게 즐기게 해주는 장치로 작용한다. 다만 쿼터뷰 시점 때문에 답답함이 느껴지는 구간도 있었다. 특정 구간에는 지형이 시야를 가리거나, 화면을 돌리는 기능이 없이 고정된 시야만 볼 수 있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었다.

쿼터뷰 시점은 장점이면서도, 동시에 단점이기도 했다 (사진출처: 게임 스팀 페이지)
▲ 쿼터뷰 시점은 장점이면서도, 동시에 단점이기도 했다 (사진출처: 게임 스팀 페이지)

맛있는 음식인데, 돌이 씹히는 느낌

NRFW는 소울라이크를 표방한 만큼 어려운 꽤 난이도를 자랑한다. 적들의 공격 패턴은 결코 단순하지 않으며, 스태미너 역시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무작정 공격하다가는 순식간에 체력이 바닥나버린다. 다만 여기에서 오는 소울라이크식 재미는 충분히 잘 살렸다. 신중하게 적들의 패턴을 파악하고, 마침내 적을 물리쳤을 때의 짜릿함은 이 게임에서도 건재하다.

전투는 소울라이크답게 묵직하면서도, 쫄깃한 긴장감이 살아있다 (사진출처: 게임 스팀 페이지)
▲ 전투는 소울라이크답게 묵직하면서도, 쫄깃한 긴장감이 살아있다 (사진출처: 게임 스팀 페이지)

아울러 전투 난이도가 상당한 만큼 장비 세팅이 중요해지는데, 이때 NRFW의 독특한 장비 시스템이 빛을 발한다. 게임 내 장비는 근력, 지구력 등 기본적인 능력치를 올려주거나, 일정 확률로 화염 피해를 부여하는 등 다양한 효과를 가지고 있다. 여기에 무기가 가지고 있는 스킬을 다른 무기에 전승시키는 ‘룬’ 시스템을 활용해 플레이어가 원하는 대로 무기를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다.

폭넓은 커스터마이징으로 만드는 다채로운 아이템 빌드는 게임의 가장 큰 매력포인트였다. 실제로 적을 빠르게 공격해 체력을 채우는 흡혈 단검 빌드, 한 방이 강력한 양손 검 빌드 등 여러 가지 아이템 세팅이 등장하고 있으며, 획득한 아이템에 따라 직접 나만의 빌드를 만드는 재미도 훌륭했다. 구현할 수 있는 세팅이 많다보니, 아이템을 파밍하는 재미도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장비에는 화염 피해 추가 등 다양한 효과가 붙어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장비에는 화염 피해 추가 등 다양한 효과가 붙어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장비 커스터마이징으로 만드는 다채로운 빌드는 게임의 가장 큰 매력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장비 커스터마이징으로 만드는 다채로운 빌드는 게임의 가장 큰 매력 (사진: 게임메카 촬영)

다만 이러한 장점을 가리는 단점들도 많았다. 우선 미흡한 최적화로 게임 플레이 중 프레임 드랍이나 프리징이 잦은 주기로 발생한다. 소울라이크 특성상 프레임 하나하나가 굉장히 중요한 편인데, 전투 중 프리징으로 인해 죽는 경우가 꽤 빈번하게 발생했다. 차라리 실력이 부족했다면 도전 욕구를 자극했을 테지만, 시스템 문제로 캐릭터가 사망하는 상황은 오히려 불쾌감을 유발했다.

인벤토리와 창고 시스템도 감점 요소다. NRFW는 게임 초반부터 얻게 되는 소모품이나 자원 아이템 종류가 꽤 많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모두 들고 다니기에는 인벤토리가 턱없이 부족하다. 때문에 인벤토리를 비우기 위해 마을에 있는 창고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은데, 문제는 창고 위치가 귀환 포탈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어 아이템을 정리하려면 한참을 뛰어가야 한다. 집을 구매하면 조금이나마 불편함이 줄어들긴 하지만, 구매가 가능한 시점이 꽤 나중일 뿐만 아니라 구매 비용을 모으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에 그 전까지는 불필요한 이동을 감수해야 한다.

부족한 인벤토리, 멀리 있는 창고 등 게임의 흐름을 끊는 요소가 많았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부족한 인벤토리, 멀리 있는 창고 등 아쉬운 요소가 많았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꾸준하게 개선 중인 만큼,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종합적으로 게임은 문 스튜디오만의 방식으로 구현한 소울라이크식 전투, 파밍하는 맛을 살린 장비 아이템 등 매력적인 요소가 많다. 다만 이를 퇴색시키는 단점이 많아 아직은 미완성 게임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가장 중요한 최적화 문제를 시작으로, 게임의 흐름을 끊는 부족한 인벤토리와 멀리 떨어져 있는 창고는 빠른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이에 더해 키보드-마우스 유저를 배려하지 않은 키 세팅과 키 매핑 부재 등 넘어야 할 과제가 많다.

다행스러운 부분은 제작진이 꾸준하게 개선을 진행 중이라는 점이다. 출시 후 매일같이 스태미너 수치 조정, 드랍율 개선, 버그 수정 등 핫픽스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유저 평가도 점차 좋아지고 있다. 실제로 출시 당일 ‘복합적(174명 참여, 59% 긍정적)’이었던 스팀 평가는 4월 25일 오후 4시 기준 ‘대체로 긍정적(1만 4,355명 참여, 73% 긍정적)’까지 회복되었다. 전투나 아이템 구조 등 게임의 초석은 충분히 잘 다져졌으니, 지금처럼 꾸준한 유저 피드백으로 NRFW가 가진 비주얼과 게임성이 빛을 발하기를 기대해본다.


▲ 매력적인 요소가 많은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게임이 빛을 발하기를 기대해본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