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정남] 게임 속 '긴빠이' 전문가 TOP 5
게임메카 류종화 기자
2024.04.25 16:55
※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이나 캐릭터, 사건 등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긴빠이'라는 말을 아는가? 반들거리는 금파리를 뜻하는 일본어 단어(ギンバエ, 긴바에)에서 변형 유래된 은어로, 파리가 몰래 식료품을 훔쳐먹듯 남의 물건을 훔치는 절도 행위를 일컫는다. 일본 해군에서 만들어낸 단어가 전래되어 대한민국 해병대 등에서도 종종 사용됐다고 하는데, 최근에는 일반인들에게까지 알려져 뭔가를 훔치는 행위를 '긴빠이 친다'라고 부르는 등 광범위하게 퍼진 단어가 됐다. 최근에는 연예 쪽 뉴스 댓글에서도 '긴빠이'라는 표현을 찾아볼 수 있을 정도니, 나름 양지화 됐다고 봐도 되겠다.
사실, 게임 속에서는 이러한 도둑질 행위가 은근히 자주 일어난다. 악의 소굴로 들어가 아이템을 털기도 하고, 미션 수행을 위해 뭔가를 가져다 쓰기도 하고, 하다 못해 몬스터나 도적 등을 때려잡고 전리품을 얻는 행위도 넓은 범위에서 보면 도둑질의 일종이라 할 수 있다. 수많은 도둑질 캐릭터가 있지만, 그 중에선 특히나 이쪽 업계에 한 획을 그은 이들이 존재한다. 오늘은 '긴빠이' 계의 역사를 새로 쓴 이들을 한 자리에 모아 보았다.
TOP 5. 초록 옷의 젤다... 아니, 링크
RPG에는 꽤 유명한 밈이 있다. 용사 일행이 초대받지도 않은 마을사람 집에 멋대로 들어와서, 집 구석구석을 뒤지고, 보물상자를 멋대로 열어 안에 보관해 놓은 돈이나 아이템을 자기 것인 마냥 가져간다는 것이다. 이러한 행동은 마을 안에서의 루팅 재미요소로 넣어 놓은 것인데, 이 분야의 압도적 선두를 달리는 존재를 뽑으라면 바로 녹색 옷의 젤다... 아니, 링크다.
링크의 '긴빠이' 악명은 예로부터 유명했다. 단순히 상자만 여는 것이 아니라, 흙으로 빚어 유약을 발라 고온에 구워내 생활용품으로 써온 항아리를 깨부수고 그 안에 있는 돈이나 아이템을 강탈해간다. NPC들도 참다 참다 화를 내보곤 하지만, 링크는 꿋꿋하다. 엄밀히 말해 링크가 이쪽 업계의 선구자는 아니지만,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약탈을 벌여왔다는 점에서 상징적인 인물이 아닐 수 없다. 링크의 모험 뒤에 얼마나 많은 주민들의 피눈물이 있었을까?
TOP 4. GTA 시리즈의 모든 주인공, 그 가운데서도 특히 트레버 필립스
오픈월드에서 "네 것은 내 것, 내 것은 내 것"이라며 각종 범죄를 저지르고 다니는 게임은 수없이 많지만, 역시 그 근본을 따져보면 GTA 시리즈가 아닐까 싶다. 애초에 게임 이름 자체가 '위대한 자동차 절도'니, 행인의 차를 훔치는 것은 기본 중 기본이다. 수많은 GTA 시리즈 주인공들은 그 외에도 스토리 진행에 따라 다양한 범죄를 저지르게 되는데, 그 중 가장 인상깊은 '긴빠이 대왕'을 골라보자면 단연 GTA 5의 트레버 필립스가 아닐까 싶다.
일단 과거부터 마이클과 함께 강도질을 했으며, 은행을 털다 도망간 후 블레인 카운티에서 소소하게(?) 살다가 로스 산토스로 넘어와 다시 수많은 범죄행각을 저지른다. 그 과정에서 본인의 픽업 트럭을 제외한 모든 것(집, 연인, 잠수함, 비행기 등)을 '긴빠이'로 해결한다. 조용히 살던 마이클과 범죄 꿈나무에 불과했던 프랭클린이 본격적으로 강도짓을 하게 된 것도 결국엔 트레버 탓이다. 그야말로 '긴빠이'를 똘똘 뭉쳐 욕설과 함께 숨을 불어넣으면 탄생할 법한 캐릭터가 아닐 수 없다.
TOP 3. 아직도 손으로 훔치니? 와치 독, 에이든 피어스
고전적인 '긴빠이'는 사람이 직접 타깃 근처로 가서, 사람이나 물건을 빼내오는 행위를 뜻했다. 그 과정에서 들키지 않으면 좋지만, 설령 발각되더라도 어찌저찌 목적만 달성하면 성공으로 쳐 주곤 했다. 만약 안전한 곳에서 손가락 몇 개 까딱이는 것만으로 원하는 것을 빼돌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와치 독 1편 주인공인 에이든 피어스는 일명 '미래형 긴빠이'를 보편화 시킨 인물이다.
에이든은 스마트폰을 통한 해킹으로 갖가지 물건들을 '긴빠이' 한다. 금고를 터는 대신 지나다니는 시민들의 계좌를 해킹하여 돈을 빼오고, 자동차 유리를 깨거나 특수 도구를 사용하지 않고도 차 문을 따고 GTA 놀이를 할 수도 있다. 사실 할 수 있는 행위는 2편 주인공인 마커스 할러웨이가 좀 더 많지만, '미래형 긴빠이'의 토대를 닦은 에이든의 공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TOP 2. 예술적인 긴빠이를 보여주지, 시프 시뮬레이터
이 목록에 있는 캐릭터 대부분은 도둑질이 본업은 아니다. 링크는 용사, 트레버는 종합 범죄자(;;), 에이든 피어스는 해커이자 자경원이라는 직업이 각각 존재한다. '긴빠이'는 그들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반면, 시프 시뮬레이터는 제목에서도 느껴지듯 도둑질 자체가 본업인 주인공의 일하는 과정을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도둑질을 하다 수틀리면 총을 들고 경찰과 사투를 벌이는 등의 선택지는 없다. 그저 물건을 '긴빠이' 하고 망가뜨리는 것에만 집중하면 된다.
소위 '긴빠이' 행위는 절도와 강도를 모두 어우르는 표현이지만, 시프 시뮬레이터 주인공은 철저히 남들 눈에 띄지 않는 도둑으로서 활동한다. 시민의 눈에 띄거나, 흔적을 들키거나, CCTV나 적외선 탐지기에 걸리면 무조건 도망가거나 숨어야 한다. 심지어는 주차만 잘못해도 경찰이 오는데, 경찰에 잡히거나 경비원에게 발각되면 그대로 게임 오버다. 그야말로 '긴빠이' 계의 개복치와 다름없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2편에서까지 활약하는 주인공에게 박수를!
TOP 1. 몸이 불편한 도둑의 눈물나는 분투, 더 프로페셔널
여기 소개한 캐릭터들은 모두 몸 하나는 건강하다. 아니, 딱히 건강하진 않더라도 남의 물건을 훔치기 위해 뚜벅뚜벅 걸어가 물건을 집어올 정도는 된다. 여기, 그 기본적인 신체능력조차도 갖추지 못 한 이가 있다. 더 프로페셔널. 몸을 움직이는 것조차 힘든 이가 어떻게든 근성과 고집으로 '긴빠이'에 도전하는 눈물겨운 게임의 주인공이다.
얼핏 팀 포트리스 2에 등장하는 스파이처럼 생긴 주인공은, 그야말로 걷는 것 하나 제대로 못 한다. 아예 신체 균형조차 제대로 잡지 못한다. 비하의 의미가 아니라, 정말로 신체 근육들과 평형 기관 몇 개는 마비된 장애인에 가깝다. 플레이어는 마우스 조작만으로 제대로 서 있지도 못 하는 그의 관절을 움직여 보석으로 다가가야 한다. 바닥을 데굴데굴 굴러다니고 각종 관절이 기괴하게 꺾이는 와중에도, 어떻게든 보석을 '긴빠이' 하겠다는 의지 하나만큼은 자타공인 원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