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마블 나혼렙, 더블 레벨업으로 확 커진 스케일

▲ 나 혼자만 레벨업:어라이즈 컷신 장면 (사진: 게임메카 촬영)

만화나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한 게임이 뚜렷한 흥행을 기록한 경우는 드물고, 특히 모바일에서는 관련 사례를 찾아보는 것이 더 어렵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넷마블의 액션 신작 ‘나 혼자만 레벨업:어라이즈’는 흥행 면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출시 첫 날 기준 넷마블 사상 가장 높은 매출 140억 원을 기록했고, 5일 만에 국내 구글 플레이 매출 1위를 차지했다.

물론 웹툰이 고 장성락 작가의 작화력을 토대로 국내, 일본 등에서 인기를 끌고 있었고,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첫 시즌 종영 직후 서비스를 개시해 가장 인지도가 높은 시점을 노린 전략도 유효했다. 다만 다른 작품을 기반으로 한 게임은 자체의 재미와 함께 원작 매력도 함께 살려야 한다는 두 가지를 만족시켜야 한다. 사전 인지도라는 강점을 가지고 갈 수 있으나, 개발 면에서 난이도가 높은 편이다.

이에 나 혼자만 레벨업:어라이즈는 멀티플레이가 아닌 싱글플레이 중심으로 게임을 꾸려 경쟁 부담을 줄이고, 스토리와 전투에 대한 몰입도를 높였다. 아울러 스토리와 전투 측면에서 원작의 강점을 게임적으로 흥미롭게 녹여냈다. 즉, 원작을 좋아하는 팬 입장에서도 걸리는 부분 없이 자연스럽게 넘길 수 있고, 원작을 모르더라도 간단한 동작으로 호쾌한 액션을 경험할 수 있는 손맛이 강점으로 떠오른다.

▲ 간단한 컨트롤로 호쾌한 전투를 맛볼 수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웹툰과 애니메이션을 적절히 결합한 연출

우선 나 혼자만 레벨업:어라이즈는 웹소설, 웹툰, 애니메이션이라는 세 가지 원작이 있다. 어느 날 열린 게이트를 공략하는 헌터들이 있고, 태생 등급이 정해진 세계에서 홀로 끝없이 강해지는 성진우의 여정을 그린다는 것이 주를 이루며, 이야기를 텍스트, 그림, 영상이라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본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리고 게임에서는 성진우의 성장이라는 메인 스토리를 앞서 이야기한 세 가지 방식을 결합해 보는 맛과 읽는 재미를 배가한다.

스토리 연출은 크게 움직이는 그림이라 할 수 있는 라이브 2D를 동원한 웹툰 파트와 컷신을 기반으로 한 애니메이션 파트로 구분된다. 웹툰 방식은 단순히 만화에서 나온 장면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을 넘어 스토리 전개에 따라 좌에서 우로 컷이 전개되고, 터치 혹은 클릭에 맞춰 대화창이 띄우는 방식으로 정지된 화면에서도 동적으로 읽는 듯한 느낌을 준다. 컷 배치 역시 중요 장면은 한 화면을 크게 차지하는 방식으로 강조하고, 이후 장면을 오른쪽에 배치하여 리듬감을 줬다. 원작이 갖는 큰 강점인 완성도 높은 그림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의도가 느껴진다.





▲ 감각적인 컷 배치와 웹툰과 애니메이션의 부드러운 연결이 일품인 스토리 연출 (사진: 게임메카 촬영)

애니메이션 측면에서도 보고 듣는 맛이 살아 있다. 특히 이러한 부분이 두드러지는 장면은 자이언트 아라크네나 켈베로스, 기사단장 이그리트 등 주요 보스가 등장하는 장면이다. 원작 애니메이션을 기반으로 한 등장 연출을 토대로 특유의 압도적인 느낌을 게임에서도 그대로 맛볼 수 있으며, 성우진 역시 동일하게 기용해 위화감을 줄였다. 여러 형태로 파생된 원작의 주 요소를 게임 곳곳에 자연스럽게 녹여냈다고 볼 수 있다.



▲ 규모를 강조한 보스 등장 연출 (사진: 게임메카 촬영)

다만 성진우의 성장만 다룬다면 게임적으로 스토리가 빠르게 고갈될 수 있다. 특히 나 혼자만 레벨업 원작은 이미 완결된 작품이기에 장기 서비스를 고려한다면 추가적인 이야기를 더 보여줄 필요가 있다. 이 측면에서 도입된 것이 성진우 외 헌터로 전개하는 서브 스토리와 각 헌터에 얽힌 이야기를 더 자세히 볼 수 있는 헌터 기록실이다.

메인 스토리 완료에 맞춰 개방되는 서브 스토리에서는 이중던전에 성진우를 놔두고 온 송치열이 제자인 차해인에게 당시 심정을 이야기하는 대목 등으로 원작에서 볼 수 없었던 배경 이야기를 확인할 수 있다. 이어서 헌터 기록실은 B급 헌터인 이주희가 가족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헌터 활동을 주저하게 된 과거 이야기 등을 다룬다. 헌터 기록실의 경우 출시 직후인 현재는 일부 헌터만 마련되어 있으나 추후 업데이트를 고려한다면 확장 가능성에서 긍정적인 부분이다.


▲ 이중던전에 성진우를 놔두고 온 송치열의 심정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성진우에 대한 걱정이 앞섰던 이주희 등 다른 헌터 심정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성진우 외 인물을 조명하는 스토리 파트 역시 내용적으로 원작과 괴리감이 없으면서도, 새로운 내용을 풀어내며 이야기가 늘어진다는 느낌 없이 적정한 분량을 책임져주고 있다. 넷마블은 웹소설 원작자인 추공 작가 검수를 토대로 추가적인 이야기를 마련했고, 이러한 협업 구조를 토대로 완결 이후 이야기로 전개할 예정이다. 즉, 원작자와 개발팀의 협업이 중요한데 초기에 일정 성과를 봤다는 점은 향후 업데이트에도 안정감을 더해질 수 있는 요인이라 할 수 있다.

간단한 컨트롤로 호쾌함을 맛볼 수 있는 전투

게임에서 액션은 소울라이크로 대표되는 일명 ‘매운 맛’과 모두가 즐기기 좋은 ‘대중성’ 두 가지 중 어떠한 부분에 초점을 맞추느냐에 따라 나뉜다. 이 측면에서 ‘나 혼자만 레벨업:어라이즈’는 대중성에 집중했고, 실제로 제작진 역시 액션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원작 팬들도 즐길 수 있을 만한 액션을 목표로 했다고 언급했다.

다만 대중성을 살린다 하더라도 ‘내가 이렇게 멋진 전투를 해냈다’라는 쾌감을 주는 것이 액션의 성패를 좌우한다. 게임 내 여러 액션 중 이 부분을 가장 잘 살린 측면이 바로 극한 회피다. 게임 내에서 모든 캐릭터는 쿨타임 없이 3번 연속 피할 수 있고, 정확한 타이밍에 피하는 극한 회피 이후에는 후속 스킬인 그림자 밟기로 연계할 수 있다. 극한 회피 시 살짝 느려지는 연출과 함께 흑백 화면으로 바뀌며 후속타를 이어가는 구조는 콤보 면에서도 이득이 있고, 적절한 연출로 성공 시 만족감을 준다.

▲ 공격 범위를 확인한 후 (사진: 게임메카 촬영)

▲ 타이밍에 맞춰 버튼을 누르면 극한 회피할 수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극한 회피 이후 바로 그립자 밟기를 누를 수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특히 주요 몬스터나 보스의 광역 공격은 충분한 여유를 두고 바닥에 범위가 표시되고, 누를 타이밍도 버튼이 주황색으로 차오르며 시각적으로 명확하게 보여준다. 나 혼자만 레벨업:어라이즈는 완전자동-반자동-수동까지 3가지 모드를 지원하며, 플랫폼도 PC와 모바일로 나뉜다. 즉, 같은 유저라도 상황에 따라 각기 다른 모드가 편할 수 있는데, 화면이 작은 모바일에서는 반자동이나 자동을 활용하며 회피에만 신경써도 적정한 난이도에서 여러 스킬을 소화할 수 있다. 실력, 취향, 환경 등에 관계 없이 준비된 요소를 최대한 맛볼 수 있도록 구성한 셈이다.

좀 더 좋은 플레이를 유도하는 목표도 제시한다. 스토리 미션에는 커스텀 모집(뽑기) 티켓을 주는 배틀미션이 있다. 기본적인 클리어 외에도 ‘일정 이하 피격 횟수로 클리어’, ‘극한 회피 몇 회 이상 사용’ 등을 달성하면 트로피를 얻어서 추가 티켓을 받는 식이다. 이를 토대로 공략한 부분도 티켓을 얻기 위해 목표를 고려하며 다시 시도하게 되고, 이를 토대로 액션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점진적으로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한다.

실력을 확인해볼 수 있는 만만치 않은 목표도 제시된다. 가령 던전을 단계별로 격파하는 시련의 전장의 10관문에서는 자폭 개미를 피해서 제한 시간 내에 보스를 잡아야 한다. 보스 공략과 함께 처치해도 계속 생성되는 자폭하는 개미를 회피해야 하며, 자폭 대미지가 상당히 높기 때문에 체력과 시간이라는 두 가지 측면을 관리한다는 또 다른 관문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전반적으로 순하지만 매운 맛을 간간히 더해 주위를 환기하는 셈이다.

▲ 주요 콘텐츠는 클리어 외 피격 제한 등 주요 목표가 주어진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예상보다 많이 까다로운 자폭 개미 스테이지 (사진: 게임메카 촬영)

앞서 스토리에서 언급했던 늘어지지 않는 콘텐츠 분량은 전투에도 그대로 적용됐다. 게임 내 주요 콘텐츠는 스토리, 게이트, 폐쇄 임무, 시련의 전장 등으로 확장되며, 성진우와 헌터 파트가 적정하게 배정된다. 스토리는 메인은 성진우, 서브는 헌터로 플레이하고 게이트와 시련의 전장 역시 성진우와 헌터 전용이 나뉘어 있다. 폐쇄 임무는 헌터로만 전개한다. 

주인공 성진우의 경우 같은 캐릭터라 하더라도 총, 쌍검 등 장착한 무기에 따라 스킬이 달라지며, 보유한 헌터 중 누구를 서포터로 기용하느냐에 따라 보호막, 체력 치료 등을 활용할 수 있다. 여기에 성진우 외 모든 헌터로 플레이 가능한 헌터 모드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며, 헌터 역시 성진우와 마찬가지로 강력한 궁극기를 보유하고 있기에 보는 맛 측면에서 밀리지 않는다. 즉, 전투에서 가용할 전력을 늘리면서 볼륨을 키우는 부분은 어색하지 않게 장기 서비스를 이어갈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다.

▲ 스토리 진행에 따라 여러 콘텐츠가 열린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스토리, 게이트 등 주요 콘텐츠에 성진우와 헌터 모드가 적절히 배분되어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특히 각 콘텐츠에 유리한 속성이 있고, 속성별로 헌터·무기를 세팅하면 더 유리하게 진행할 수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종류는 많지만, 과하지 않은 유료 상품

마지막으로 살펴볼 부분은 유료 상품이다. 나 혼자만 레벨업:어라이즈에는 확률형 아이템이 있으며 헌터와 무기가 동시에 나온다. 다만 80회 뽑으면 가장 높은 등급인 SSR을 확정적으로 받을 수 있고, 64회부터 확률이 상승한다. 아울러 스토리, 배틀미션, 업적 등을 토대로 모집 티켓 혹은 티켓을 구매할 수 있는 유료 재화를 보상으로 받을 수 있어, 많은 금액을 결제하지 않아도 적정한 풀을 갖출 수 있다. 

오히려 이 게임의 메인 상품은 확률형 아이템보다 여러 아이템을 묶은 패키지 상품이 주를 이룬다. 한 달에 1만 2,000원을 결제하면 커스텀 모집 티켓, 게이트 무료 소탕 등을 이용할 수 있는 월정액 상품부터 성진우 레벨, 스토리 달성 등에 따라서 점진적으로 추가 보상을 받는 패키지 등이 주를 이룬다. 여기에 플레이 목표 달성에 따라 보상을 받는 유료 배틀패스도 있고, 구매한 횟수에 따라 보상을 주는 보너스 아이템도 판매하고 있다.

패키지 비중을 높여 확률형 아이템 의존도를 낮추고, 결제한 금액만큼 보상을 제공한다는 접근 방향은 최근 시장 동향에도 부합한다. 다만 패키지 종류가 35종 이상으로 상당히 많아서 처음 상점을 열어보면 다소 복잡하고, 한 번에 파악하기 어렵다는 측면이 있다.

▲ 뽑기 SSR 천장은 픽업과 일반 모두 80회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여러 상품을 나누어 판매하며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유료 배틀패스(상)과 구매 횟수에 따라 추가 보상을 주는 보너스 상품도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칠대죄 빚어낸 넷마블 노하우 총집결

이렇게 나 혼자만 레벨업:어라이즈의 전반적인 부분을 자세히 살펴봤다. 2019년에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한 모바일게임 중 이례적으로 성공한 일곱 개의 대죄: 그랜드 크로스를 만들어낸 넷마블의 저력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는 수작이라 평가할 수 있다. 특히 완결이 난 원작으로 어떻게 장기적으로 게임을 운영할 것인가에 대한 답도 작품 속 여러 헌터를 조명하는 방식으로 부드럽게 풀어냈기에 향후 성과에 대한 기대감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 기세를 얼마나 길게 이어갈 수 있느냐가 가장 큰 과제로 떠오른다.

▲ 일단 초기 흥행은 클리어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