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주 없이 정공법으로, 레이븐2의 승부수

▲ 레이븐2 시작 화면 (사진: 게임메카 촬영)

매출 측면에서 국내 게임 시장 주류로 떠오른 MMORPG에 대한 피로도가 쌓이고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가장 큰 부분은 비슷한 게임성을 앞세운 게임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며 시장 수요를 넘었다는 부분이다. 이에 작년부터 MMORPG에 약간의 변주를 둔 게임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회피와 같은 수동 컨트롤 부분을 강조하거나, 경쟁작보다 초기 비용이 낮다는 점을 앞세우거나, SF처럼 기존에 잘 활용하지 않던 소재를 선택하는 등이다.

다만 기존과 색다른 방향으로 접근한 게임 다수가 시장에서 장기적으로 흥행하는 사례는 극히 드물었다. 약간의 변주가 MMORPG에 익숙한 유저에게는 다소 피곤하거나 익숙해지기 어려운 측면으로 인식됐을 수 있다. 그리고 MMORPG 공백은 대규모 광고를 앞세운 라스트 워: 서바이벌과 같은 중국 게임과 세븐나이츠 키우기 흥행 후 조명된 소위 ‘키우기 류’ 게임이 메웠다. MMORPG를 준비하던 국내 게임사라면 어떠한 전략을 취해야 할 지 고민스러워지는 지점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지난 29일 출격한 넷마블 MMORPG 신작 레이븐2는 돌고 돌아 정공법으로 승부해 초기 흥행에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모바일에서 즐기는 MMORPG에 익숙한 유저들이라면 별도 학습 없이 바로 입문할 수 있는 익숙한 맛을 살리는 데 집중했다. 혁신적인 측면은 다소 부족하지만 출시 6일 만에 레이븐2는 구글 매출 3위를 차지하고 있다. 매출적인 부분에서 조기에 선두그룹에 합류했다는 점은 무시할 수 없는 결과이기도 하다.

▲ 6월 4일 기준 레이븐2 구글 매출 순위 (자료출처: 구글플레이)

성장과 파밍에 모든 것을 집중시킨 콘텐츠

레이븐2의 가장 큰 특징은 모든 콘텐츠 구성이 캐릭터 성장과 사냥을 통한 장비 획득 두 가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다. 자동이동과 자동사냥은 기본적으로 지원하며, 캐릭터가 제자리에 서서 공격하며, 일부 보스전에서 잠시 공격을 멈추는 타이밍을 가져야 하는 것 등을 제외하면 컨트롤적인 부분이 배제되어 있다. 플레이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필드 사냥에서 직접 캐릭터를 움직이는 컨트롤은 염두에 두지 않아도 된다.

▲ 초반에는 메인 퀘스트를 따라서 캐릭터를 키우면 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퀘스트에서 잡아야 하는 몬스터가 있는 지역을 맵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맵을 통해 특정한 아이템을 어떠한 몬스터에게서 얻을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아울러 필드 보스와 매일 낮 12시에 시작되는 대규모 사냥 이벤트인 균열 역시 월드맵과 별도 메뉴를 통해 시작 시간과 획득할 수 있는 아이템 등을 확인할 수 있으며, 목표 추적을 통해 찾아가거나 별도 이동 주문서를 사용해 즉시 이동할 수 있다. 사냥 정보는 모든 유저에게 공평하게 제공되며, 균열은 대미지 기여도에 따라 참여한 모든 유저에게 보상을 주는 방식이다.

▲ 보스 등장 시간, 위치, 획득 아이템 등도 모두 확인 가능하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초반에는 혼자 상대하기 너무 어렵지만 (사진: 게임메카 촬영)

▲ 곧 여러 명이 몰려오니 같이 사냥하면 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낮 12시에 시작하는 균열도 비슷하게 전개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균열은 기여도에 따라 참여한 모든 유저에게 보상을 준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이 외에도 일정 시간 동안 골드나 경험치 등을 집중적으로 얻을 수 있는 던전, 전용 임무 수행 및 지역 탐색, 서브 콘텐츠 수행, 사냥으로 모은 아이템 등록 등으로 도감을 완성해 레벨을 높이는 특무대 교범, 일정 레벨 이후 개방되는 추가 성장 요소인 스티그마, 스텔라 등이 있다. 장비 등을 등록해 추가 능력치를 획득하는 컬렉션과 강화석으로 등급을 높이는 강화도 빠지지 않았다.

▲ 골드, 경험치 등을 얻을 수 있는 던전 (사진: 게임메카 촬영)

▲ 특무대 임무를 수행해 특무대 레벨을 높일 수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서브 퀘스트도 갖췄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서브 퀘스트를 하면 인물에 대한 지식을 모아 도감을 완성할 수 있고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며 맵을 밝히면 지역 도감도 완성할 수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앞서 이야기한 것이 레이븐2 출시 기점으로 공개된 콘텐츠의 전부라 할 수 있다. 스티그마 등은 장비를 분해해 얻는 각인의 정수를 소모해서 올리는 방식이기에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초중반이라 할 수 있는 30레벨 초중반까지 주의를 기울여야 할 측면은 중요한 능력치인 ‘명중’을 높여줄 장신구를 만들기 위해 재료를 수집하는 것 정도다. 재료 역시 획득할 수 있는 장소를 맵에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물약을 충분히 사두고 절전 모드로 돌려두는 방식으로 이어갈 수 있다.

▲ 인벤토리 구성 역시 기존 MMORPG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아울러 향후에 추가될 장비칸이 닫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필요 없는 아이템은 분해해 각인의 정수를 얻고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정수로 스티그마를 올리면 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아이템 컬렉션에 넣는 것도 방법이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장비를 구매할 수 있는 거래소도 열려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이러한 측면은 기존에 보지 못한 새로운 점이 없어 다소 아쉽지만, 반대로 보면 잔가지가 없이 직관적인 구성이라 MMORPG에 익숙하다면 배우기 쉽다고 인식될 수 있다. 캐릭터 커스터마이징 역시 세부적인 설정이 없기 때문에 원하는 클래스와 머리, 얼굴, 체형만 고른 뒤 바로 시작할 수 있는 구도다. 업무나 학업 중에도 큰 고민 없이 머리를 비우고 할만한 MMORPG를 찾는다면 레이븐2는 이 수요를 만족시킬 수 있는 구성을 갖추고 있다.

▲ 게임을 시작하면 6개 클래스가 등장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원하는 클래스를 고른 후 (사진: 게임메카 촬영)

▲ 간단한 커스터마이징만 거치면 완성, 커스터마이징도 근래 출시된 게임 중 간단한 편이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캐릭터 성장과 직결된 유료 상품 구조

레이븐2의 유료 상품 구조 역시 구성은 간단하되 캐릭터 성장에 직결되는 방식이다. 가장 비중이 큰 핵심 상품은 변신 시스템이라 할 수 있는 성의와 펫 개념의 사역마를 뽑는 유료 확률형 아이템이다. 두 가지 모두 등급은 일반부터 신화까지 6단계이며, 높은 등급으로 올라갈수록 주요 능력치 격차가 크게 벌어진다. 성의의 경우 희귀는 명중이 +9에 그치지만 신화는 +42이며, 같은 등급 기준으로 사역마 경험치 보너스는 21%에서 최대 188%까지 벌어진다.


▲ 많은 능력치가 붙은 전설 성의(상)과 사역마(하) (사진: 게임메카 촬영)

확률형 아이템 확률 정보는 게임 내 상점에서 모두 확인할 수 있다. 전설 등급 기준으로 성의 획득 확률은 0.0002%이며, 사역마는 0.0015%에서 0.0022%다. 아울러 가장 등급이 높은 신화의 경우 동일한 상품을 뽑으면 획득할 수 있는 파편을 재료로 다시 한번 뽑는 ‘계약 소환’을 통해서만 손에 넣을 수 있다. 전설 등급을 많이 획득해 파편을 확보해야 도전 기회를 얻을 수 있다.

▲ 성의와 사역마는 확률형 아이템을 통해 획득할 수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성의 획득 확률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사역마 획득 확률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유료 액세서리라 할 수 있는 성유물도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성의, 사역마, 성유물은 확률형 아이템이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신화 성의와 사역마는 계약 소환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동일한 아이템을 획득하면 모을 수 있는 파편으로 뽑을 수 있고, 단계를 높여야 신화까지 갈 수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이 외에도 유료로 판매하는 액세서리, 안전 강화보다 한 단계 등급이 높은 스타터 장비와 장신구 패키지, 3만 3,000원으로 시작해 단계별로 추가 결제를 통해 확률형 아이템이나 제작 재료 등을 얻을 수 있는 월정액 상품 2종이 있다. 이 외에도 플레이를 통해 레벨을 높여 보상을 받는 배틀패스, 다이아 1,200개(3만 3,000원)으로 활성화한 후 매일 접속하면 성의/사역마 소환권을 주는 유료 상품 등이 있다.

▲ 방어구 안전강화는 5단계까지인데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스타터 패키지로 6단계 강화한 장비를 판매 중이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장신구도 마찬가지 구성이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시즌패스 및 월정액 상품도 있고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단계적으로 결제해 아이템을 획득하는 상품도 존재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종합적으로 레이븐2는 결제 비중이 낮은 게임은 아니다. 다만 결제한 금액이 캐릭터 성장으로 바로 연결되며, 상품 구조도 잠깐만 살펴봐도 어떠한 상품을 중심으로 구매하면 될지 바로 파악할 수 있도록 직관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콘텐츠 구조와 마찬가지로 유료 상품 구성도 결제 효용을 느낄 수 있으면서도 간결하게 만들어 이 장르를 오래 해온 유저들이 고민 없이 시도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성인 취향 다크 판타지 강조한 스토리 연출

▲ 강렬한 첫인상을 심어준 나체 장면 (사진: 게임메카 촬영)

레이븐2에서 특기할 만한 부분은 청소년이용불가 게임이라는 점을 실감할 수 있는 스토리 연출이다. 시작 컷신 영상부터 옷을 일절 걸치지 않은 완전한 나체인 여성이 등장하며, 사람의 목이 절단되는 장면으로 강렬한 첫인상을 심어줬다. 아울러 필드 사냥에서도 치명타가 발생하면 적이 사지가 절단되며 사망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외에도 스토리 전개 중 여러 캐릭터가 욕설 등을 검열 없이 내뱉는 장면도 종종 살펴볼 수 있다.

▲ 나무 모양 적이라 느낌이 살지 않지만 인간형 적도 쪼개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욕설도 검열 없이 나온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기괴한 디자인을 앞세운 악마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성의는 상위 등급일수록 노출도가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스토리적으로도 일방적인 선악 구도가 아니라 이권을 둘러싼 갈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악마의 힘이 깃든 헤븐스톤을 둘러싼 분쟁과 이교도나 낙인을 지닌 특무대(주인공 일행)를 차별하는 사람들, 왕권을 지키려는 왕가와 이를 빼앗으려는 귀족 간의 갈등이 두드러진다. 주인공이 소속된 특무대가 일반적인 군중들로부터 차별대우를 받는 입장에 처했다는 부분도 색다른 측면으로 다가온다.

▲ 표식이 있는 사람들은 게임 속 세계에서 박해당하고 있는데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왕자와 공주에게도 표식이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왕위를 노리는 공작이 이를 안다면 왕권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이 외에도 종교를 앞세운 공포정치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인신공양이 난무하고 (사진: 게임메카 촬영)


▲ 타락하는 자도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실제로 레이븐2 제작진은 출시 이전에 공개한 개발자 소개 영상 등을 토대로 성인 테마에 맞춘 스토리와 연출을 선보이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게임 내 성장 콘텐츠는 기존 MMORPG 문법을 충실히 따르되, 그 외의 부분에서 다크 판타지적인 요소를 강조해 새로운 이미지를 보여주겠다는 의도를 실제 게임에 그대로 반영했음을 알 수 있다.

다만 일반 사냥에서 적의 사지가 절단되는 연출은 확률에 따라 발생한다. 아울러 출시 전 특징으로 앞세운 처형 액션 역시 확률 기반으로 출현하며, 다음 공격이 100% 치명타라는 이점 외에 연출적으로 특이한 부분은 없다. 자동 플레이를 돌려둔 후 장시간 화면을 보지 않는 비중이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필드 사냥에서 처형과 사지 절단을 눈으로 목격할 기회는 많지 않아서 체감하기 어렵다. 기왕 잔혹한 액션을 강점으로 앞세웠다면 좀 더 강조하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 싶다.

▲ 처형 액션은 개별적인 연출은 없고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다음 공격이 100% 치명타로 나가는 이점만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플레이 패턴 상 화면을 보지 않는 시간이 더 많기에 쳐형 액션을 체감하기는 어렵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넷마블 MMORPG 다변화 전략, 성공할 것인가?

넷마블은 올해 아스달 연대기: 세 개의 세력, 레이븐2 외에도 RF 온라인 넥스트 등을 출시한다. 같은 장르 게임을 집중적으로 출시할 경우 회사 실적 측면에서 서로를 잡아먹는 자가잠식이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넷마블 권영식 대표는 지난 2일 열었던 아스달 연대기: 세 개의 세력 쇼케이스를 통해 기존 파이를 나눠먹는 것이 아니라 새 유저를 끌어들여야 MMORPG 장르가 생명력을 얻을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아스달 연대기: 세 개의 세력은 3개 세력 대결에 생활과 탐험을 강조해 변주를 준 느낌이 강했다. 반면 레이븐2는 이 장르 정공법으로 승부하고 있다. 각기 다른 게임성을 지닌 여러 게임으로 MMORPG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는 방식이라면 이후 출시될 MMORPG 역시 앞서 이야기한 것과 또 다른 방향을 추구할 수 있다. 일종의 MMORPG 포트폴리오를 각기 다른 분야에서 확대한다고 볼 수 있는데, 이러한 시도가 의미 있는 성과로 이어질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