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가 게임 속에? 사실적 한국 재현 열풍
게임메카 신재연 기자
2024.06.12 18:15
‘성지순례’라는 말이 있다. 본질적으로는 종교적 용어에 가깝지만, 최근에는 특정 미디어, 게임 등 문화매체에서 등장한 실제 장소나 관련 콘셉트의 전시가 열릴 때 이를 방문해 현장의 모습을 살피거나 하는 행위를 칭하는 말이다. 게임을 예시로 들자면 페르소나 5 팬들이 시부야 스크램블 로드와 시부야 역을, 용과 같이 시리즈 팬들이 신주쿠 가부키쵸를, GTA5 팬들이 LA를 돌아다니며 게임에 등장한 장소들을 실제로 방문하고 경험하는 것 등이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국내에서는 이런 성지순례를 떠날만한 곳이 비교적 적다는 점이다. PUBG의 태이고나 오버워치의 부산 등 게임 속 한국의 모습이 점차 인지도를 넓혀나가고 있지만, 가상 장소가 대부분이라 성지순례가 가능한 실제 국내 지역은 크게 부각되지 않는 실정이다. 그나마 킹 오브 파이터즈 한국팀 스테이지 배경으로 쓰인 불국사나 동대구역, 수원 화홍문 등이 성지로 손꼽히는 수준이다. 그런 와중 최근 출시된, 혹은 출시될 여러 게임들이 실제 한국의 모습을 담으며 ‘성지순례’의 재미를 전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런 재미를 가장 즐기기 좋아 보이는 게임으로는 프로젝트 류가 가장 대표적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복도식 아파트는 물론 경복궁, 청계천, 광화문 등 종로가 가지고 있는 대표적인 비주얼을 게임에 알차게 구현해둔 것이 핵심이다. 여기에 붉은 벽돌로 꾸며진 주택가나 낡은 코인 오락기, 뽑기나 따릉이 등 우리 주변에서 편하게 볼 수 있는 비주얼로 시선을 모으는 것이 흥미를 끈다.
비슷한 지역을 조금 다르게 바라볼 수 있는 게임도 있다. 바로 넥슨의 ‘낙원’이다. 스팀 정보에 따르면 한국관광공사에서 제공받은 탑골공원의 모습을 담고 있으며, 종로 부근의 실제 서울을 아포칼립스 풍으로 구현한 것이 더욱 현실감을 살린다. 아울러 아울러 다리가 끊어지며 안전해진 여의도를 숙소로 사용한다는 설정이나 볶음김치, 커피믹스 등 한국 사람에게 친숙한 소품들로 흥미를 더하기도 했다.
또다른 아포칼립스 세상을 조망하는 게임으로는 엔씨소프트의 LLL이 있다. 앞서 설명한 두 게임에서 공개된 비주얼이 주로 강북쪽에 있었다면, LLL은 구 엔씨소프트 사옥이 있던 강남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이에 따라 LLL의 핵심 활동 지역 중 하나는 코엑스 등이 있는 2호선 삼성역 및 9호선 봉은사역 주변이다. 트레일러에서도 도로 안내판 속 ‘봉은사로’가 확인이 되고 익숙한 상표와 간판이 눈에 보여 시선을 끈 바 있다.
게임 속에서 이름이 달라지기는 하지만, 실제 지형 및 건물을 빼담아온 게임도 있다. 펄어비스의 검은사막이 그 예시다. 플레이어가 만나는 게임 속에서 만나볼 수 있는 남포관문은 충북 청주의 ‘상당산성’을, 초반부 주요 배경인 동해도 감영은 용인에 있는 ‘한국 민속촌’을, 또다른 초반부 지역인 남포항은 전남 완도에 있는 ‘청해포구’를 옮겨왔다. 일부 작은 건물들은 게임에 맞춰 일부 수정이 이루어지기는 했지만, 대표 건물과 건축양식은 현재 보존된 것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더해 메타버스 플랫폼이자 미니게임이 준비된 플랫폼 제페토에서도 한국을 만나볼 수 있다. 제페토에 구현된 맵들은 한국관광공사가 네이버와 손잡은 결과물로, 관광거점도시인 ‘부산, 목포, 안동, 강릉, 전주’ 등 5곳의 관광지를 메타버스 세계로 가져왔다. 특히 부산의 광안대교, 안동의 도산서원, 강릉의 정동진역, 목포의 목포대교, 전주의 한옥마을 등은 특히나 사실적으로 구현해내 시선을 모은다.
외에도 다양한 사업 혹은 프로젝트를 통해 엔진으로 실제 한국을 구현하려는 움직임이 이루어지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문화정보원은 언리얼 엔진 마켓플레이스와 유니티 애셋 스토어에 ‘제주목 관아’와 ‘창원의 집’을 3D 스캔으로 업로드해 누구나 게임에서 사용할 수 있게 하기도 했다. 앞으로도 이와 같은 에셋과 콘텐츠가 늘어나, 게임에서 전국 각지를 순례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