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정남] 헤이하치 복귀에 똥줄 타는 캐릭터 TOP 5
게임메카 류종화 기자
2024.07.25 16:02
※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이나 캐릭터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철권 시리즈의 주인공 중 하나인 미시마 헤이하치는 대전격투게임 사상 손에 꼽힐 정도로 유명한 아이콘적 존재다. 오죽하면 일반인들도 옆머리가 뻗친 탈모 헤어스타일을 두고 '헤이하치 컷'이라고 부를 정도니까. 그런 헤이하치가 철권 7 스토리 말미에서 아들인 카즈야에게 패해 사망했을 때, 많은 이들이 '헤이하치는 돌아올 것'이라며 그의 죽음을 믿지 않았다. 철권 5때도 죽음을 가장했던 터인지라 더더욱 그랬다. 오죽하면 미시마류 무술을 사용하는 신캐릭터 레이나가 처음 공개되자 일각에서는 '몸은 미소녀지만 정신은 헤이하치일 것'이라며 레이나 버미육(버추얼 미소녀의 육체를 입은 아저씨) 설을 주장할 정도였으니까.
그런 굳건한 믿음 때문이었을까? 결국 헤이하치는 돌아왔다. 아드님이 보내드린 용암온천 효도관광에서 돌아온 듯 개운한 표정으로. 몹시 기쁜 나머지 약간 회춘까지 해서 말이다. 그런 불사신 헤이하치의 복귀에 가장 크게 엮이는 이들은 역시 콩가루 패밀리인 카즈야와 진일 테지만, 그보다 조금 더 난감해진 이들이 있다. 오늘은 헤이하치 부활로 인해 손톱을 물어뜯고 있을 것 같은 캐릭터들을 한 자리에 모아 보았다.
TOP 5. 레이나
헤이하치는 카즈야와 진에게 있는 데빌 인자를 심각하게 싫어한다. 자신에겐 없는 힘인지라 처음엔 데빌 인자를 어떻게든 이용해 보려 다양한 실험도 했고, 자신의 피에 데빌 인자가 섞여 있는지 실험하기 위해 라스 같은 사생아를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실험은 모두 실패했고, 카즈야와 진의 데빌 유전자 때문에 수 차례 생사를 오갔다. 한술 더 떠 자신이 이룩한 기업마저 모두 빼앗길 뻔 했으니, 데빌 인자에 대한 증오가 커질 수밖에 없다. 오죽하면 헤이하치 승리 대사 중 "역겨운 데빌의 피여"라는 말이 들어 있을까.
그런 면에서 레이나는 꽤 이질적인 존재다. 데빌 인자의 원류인 하치조 가문(헤이하치 아내 카즈미의 가문)의 피가 섞여 있지도 않으면서, 데빌 인자를 발현시켰기 때문이다. 레이나는 헤이하치의 숨겨둔 아이로서(진 고모) 그를 존경하고 따르는 데다, 확인되진 않았지만 둘 사이 관계도 나쁘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돌아온 헤이하치가 증오하는 데빌 인자를 숨겨 두고 있던 레이나를 어떻게 대할 지는 미지수다. 레이나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헤이하치의 분노를 사지 않기 위해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TOP 4. 쿠마
헤이하치의 충실한(?) 애완동물인 쿠마. 사실 중간에 폴 피닉스와의 라이벌 관계로 인해 꽤 오래 헤이하치를 떠나 있긴 했지만, 이후 돌아온 헤이하치에게 다시 거둬져 무력부대 철권중 간부가 되어 왕성히 활동해왔다. 그러던 중 헤이하치가 정말로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미시마 재벌을 되찾기 위해 동분서주 했지만, 그 와중에 또 폴과의 라이벌 관계가 부각된 데다 팬더에 대한 열렬한 구애에 빠져 원래 목적은 많이 잊어버린 모습이다.
그런 와중에 헤이하치가 또 복귀했으니, 쿠마 입장에서는 반가우면서도 조금 찔리는 구석이 있을 수밖에 없다. 비슷한 처지(?)인 레이나가 미시마 재벌을 되찾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가운데, 쿠마는 라이벌인 폴을 구하거나, 팬더에게 구애하는 꿈을 꾸거나, 샤오유에게 패배하는 등 영 충성스럽지 않은 행보만 보였기 때문이다. 이미 한 번 용서받은 적이 있기에 두 번 용서받는 것도 가능은 하겠지만, 이미 전과가 있는 쿠마 입장에서는 헤이하치와의 재회가 약간은 두려울 수 있는 부분이다.
TOP 3. 리 차오랑
리 차오랑은 헤이하치가 과거 카즈야의 라이벌 격 존재로 만들기 위해 헤이하치가 입양한 양아들이었다. 당초 미시마 가문의 계승권을 손에 넣기 위해 카즈야와 치열하게 경쟁하던 사이지만, 자신의 역할이 그저 미끼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된 후에는 헤이하치를 증오하게 된다. 철권 7에서는 제 3세력인 위그드라실에서 라스 등과 함께 행동하며, 헤이하치가 죽는 모습을 정찰 인공위성을 통해 확인까지 한다.
다소 무거워 보이는 스토리와 달리, 캐릭터 자체는 꽤나 가볍고 유쾌한 편이다. 각종 상황에서 느끼한 표정으로 "엑설런트~"를 외치는 것은 어느새 그를 상징하는 아이콘이 되었을 정도. 그래서인지 유머러스한 면이 상당히 많이 비춰지는데, 철권 8에서는 AI에게 '하치'라는 이름을 붙이고 '헤이, 하치!'라고 부르는 등 까불까불의 끝판왕을 보여준다. 그런 와중에 헤이하치가 복귀했으니, 까불까불의 댓가로 돌아온 양아버지에게 볼기짝을 맞을 차례가 아닌가 싶다.
TOP 2. 세르게이 드라그노프
러시아 군인으로서 냉철하고 강력한 인상을 선보여 온 세르게이 드라그노프. 그는 원래 데빌 인자를 손에 넣으라는 국가의 밀명을 받고 특수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철권 토너먼트에 참전했고, 이후에는 미시마 재단 괴멸을 위해 첩보 활동을 벌였다. 뭐가 됐든 헤이하치와는 적대적 관계이고, 명령 수행을 위해서는 제압 혹은 제거해야 할 대상이었다. 직접적으로 마주친 적은 없지만, 언제든지 헤이하치와도 생사결을 벌일 수 있는 위치였다.
그런 드라그노프가, 철권 8에서는 위치가 다소 애매해졌다. 게임 발매 전 현실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며 러시아군에 대한 대외적 이미지가 극도로 악화된 것. 그에 따라 러시아군 소속인 드라그노프가 또 다시 첩보 활동을 벌일 시 게임 제작진이 국제적 비난을 받을 수 있었다. 결국 제작진은 드라그노프에게 군에서 잠시 벗어나 장기 휴가를 얻은 민간인 콘셉트를 부여했다. 때마침 헤이하치도 철권 7 엔딩에서 죽었으니, 드라그노프도 조금은 짐을 던 것. 그러나 헤이하치가 생각보다 일찍 살아 돌아오면서, 휴가를 만끽하던 드라그노프는 긴장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쉽게 말해 정기휴가 나온 군인이 TV에서 죽은 줄 알았던 북한 수령이 살아돌아왔다는 뉴스를 보는 셈이다. 프라모델 조립하며 꽃길만 걷게 될 줄 알았건만, 어째서!
TOP 1. 레이븐
영화 블레이드의 웨슬리 스나입스를 빼다 닮은 아메리칸 닌자 캐릭터 레이븐. 철권 5에서 첫 등장할 때부터 특수요원 역할을 맡았는데, 첫 대사부터가 "헤이하치 미시마 이즈 데드" 였다. 무수한 잭 4들의 자폭공격으로 혼마루가 불구덩이가 되었으니, 레이븐 입장에서는 당연히 헤이하치가 죽었다고 판단하는 것이 합당했다. 그러나 우리의 철인할배는 로켓처럼 튕겨나가 그을음 탁탁 털고 곧바로 복귀하며 레이븐을 거짓말쟁이로 만들었다.
이후, 레이븐은 카즈야와의 싸움에 패배해 용암에 떨어진 헤이하치를 보고 "헤이하치가 죽었다"라는 보고를 올렸다. 이번엔 정말 죽었다는 판단이었고, 하라다 카츠히로 역시 "헤이하치 죽은 것 맞다"라고 확인해주면서 그의 두 번째 보고는 설득력을 얻었다. 그러나 헤이하치가 또 멀쩡히 살아돌아오며 레이븐은 요원으로서 두 번이나 잘못된 보고를 올린 폐급의 길을 걷고 있다. 이쯤 되면 레이븐의 "헤이하치는 죽었다"라는 말이 부활 주문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개인적 소망으로는 메기솔 컬래버 출장 가서 "솔리드 스네이크는 죽었다"라고 한 마디 해줬으면 좋겠다.
게임메카 취재팀장을 맡고 있습니다jong31@gamemec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