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言] 할머니 손맛 이태리 토리코, 몬스터 셰프
게임메카 신재연 기자
2024.07.27 11:00
만화 ‘던전밥’이 큰 인기를 끌며 애니메이션을 포함해 많은 매체에서 ‘요리하는 판타지’ 장르에 대한 관심이 늘었다. 이 부류도 크게 직접 농사를 지어 번영하거나 해당 세계관에 존재하는 재료를 현대의 음식으로 재해석하는 등 여러 갈래가 있지만 역시 주류가 되는 것은 몬스터를 직접 요리해 먹는 장르라 할 수 있겠다. 이는 특성 상 게임에서도 흔히 만나볼 수 있는 요소인데,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의 요리가 그 예시다.
오늘 소개할 인디게임 몬스터 셰프 또한 몬스터를 재료로 삼아 요리를 하는 작품이다. 젤다의 전설과 차이가 있다면, 몬스터 요리 자체가 게임의 핵심 콘텐츠라는 점이다. 여기에 맛깔난 몬스터 요리로 손님을 끌어 모아 명성을 드높이려는 초보 요리사 겸 기사의 야망 가득한 이야기도 함께 담겼다. 때로는 흥미로움을, 때로는 허기짐을 전하는 맛있는 액션 몬스터 셰프는 과연 어떤 게임일까? 이탈리아 인디게임 개발사 ‘스튜디오 피자’의 줄리아 스카타스타(Giulia Scatasta) 프로듀서에게 몬스터 셰프에 대한 보다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몬스터에게 밑간부터 칼질까지 ‘몬스터 셰프’
몬스터 셰프는 핵앤슬래시와 식당 경영이 결합된 게임이다. 다소 낯선 조합일 수도 있지만, 전투를 일종의 재료 손질 및 조리로 생각한다면 이해가 조금 쉽다. 게임의 주인공은 초보 요리사이자 기사 ‘프랜조(Pranzo)’로, 그의 목표는 게임의 배경인 델리치아 속 여러 귀족들의 입맛을 만족시켜 역사상 가장 위대한 몬스터 요리사가 되는 것이다. 플레이어는 이 프랜조를 직접 조작해 전투로 몬스터를 요리하고, 이렇게 요리한 몬스터를 여관 손님들에게 맛있게 내어놓으면 된다.
이에 플레이어는 전투 단계에서 절차적으로 생성된 맵을 탐험하며 몬스터를 사냥하고, 사냥 후에는 요리를 내어놓는 여관의 관리자로서 활약하는 순환구조를 만나볼 수 있다. 서로 다른 장르를 조합할 때 발생할 수도 있는 밋밋함은 전투 방식에 따라 다양한 메뉴를 획득할 수 있는 메커니즘과 가구 손상을 피하면서 적절한 타이밍에 손님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니 게임으로 보완했다.
몬스터 셰프의 전투는 일종의 조리 과정인 만큼 신경을 기울일 요소들이 많다. 몬스터에게 피해를 입혀 요리를 한다는 개념은 평범해 보이지만, 체력을 충분히 낮춘 상황에서 요리 냄비를 던져야 그 안에서 맛있는 요리가 된다는 매커니즘은 꽤 독특하다. 이런 요소가 이후 식당 경영에서도 영향을 끼치기에 플레이어는 남은 체력과 보유한 냄비를 잘 기억해 전투에 돌입해야 한다.
메뉴에 다양성을 더하는 것은 ‘향신료’ 매커니즘이다. 단순히 냄비를 던져 요리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적에게 향신료를 사용하면 다른 메뉴를 만나볼 수 있는 일종의 레시피가 준비돼 있다. 더해, 상황에 따라 플레이어가 적절한 향신료를 사용했다면 몬스터의 상태가 바뀌어 전투에 도움이 되기도 하고, 요리가 까다로운 상황이 벌어지기도 해 나름의 전략적 재미도 만나볼 수 있다.
아무리 맛있는 요리를 준비하더라도 위생상태가 별로라면 어떤 식당도 환영 받지 못한다. 이에 플레이어는 요리뿐 아니라 식당 내부 관리에도 힘써야 한다. 이를 위해 여관에서는 주문한 요리를 내어놓는 관리 파트 미니게임 외에도 청소와 수리 등 다양한 기능이 준비돼 있다. 플레이어는 미니게임 중 손상된 가게를 수리하고 식당을 점차 꾸며나가며 자신만의 식당을 경영할 수 있다.
외에도 다양한 캐릭터와 세계관 속에서 벌어지는 사건사고들이 뒤얽히며 게임 특유의 생동감 넘치는 스토리를 만나볼 수 있다는 것이 줄리아 프로듀서의 말이다. 식당을 잘 경영해 플레이어의 명성이 높아지면 새로운 NPC가 여관을 방문하기도 하고, 프랜조와 주변인들이 대화를 통해 친구가 될 수도 있다. 게임의 세계관은 플레이버 텍스트와 대화, 책 등 여러 요소에서 만나볼 수 있어 이를 살피고 이해하는 재미도 준비됐다.
미식의 도시에서 미식의 게임을 만드는 ‘스튜디오 피자’
7명의 개발자로 구성된 스튜디오 피자는 이탈리아 볼로냐에 위치한 작은 인디 스튜디오다. 볼로냐라는 도시는 우리에게 파스타 소스로 익숙한 ‘볼로네제 소스’가 만들어진 곳이다. 약 1년 반 전 스튜디오가 문을 열었으며, 몬스터 셰프는 이들의 첫 작품이다. 줄리아 프로듀서에 따르면 ‘피자는 정말 맛있다고 믿는 7명의 개발자’들이 모여 만든 곳이라고. 이를 보여주듯 스튜디오의 로고도 치즈가 잘 늘어나는 맛있는 피자의 모습이다.
스튜디오 피자가 몬스터 셰프를 만들게 된 계기는 단순하다. 재미있는 게임플레이가 있는 액션 게임을 좋아하지만, ‘몬스터를 죽이는 대신 몬스터와 싸움으로써 요리를 할 수 있다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는 스튜디오 피자의 새롭고 혁신적인 게임을 만들자는 스튜디오의 기조와도 어울리는 발상으로, 개발진은 몬스터 셰프가 훌륭한 출발점이 될 것 같았다고 전했다.
여러 제작자들이 모여 만든 인디게임이 가질 수 있는 매력적인 점을 꼽자면 제작자들의 취향이 게임 곳곳에 녹아있다는 점이다. 이를 보여주듯 몬스터 셰프에도 각 개발자들의 취향이 잘 묻어나 있다. 예를 들어 몬스터를 이용한 요리나 전투는 만화가 시마부쿠로 미츠토시의 작품 '토리코'에서 영향을 받았다.
그 중 가장 큰 영향을 받은 것이라면 역시 개발사의 뿌리인 이탈리아의 분위기다. 주인공 프랜조가 만드는 별미는 대부분 이탈리아 전통 요리로 구성돼 있으며, 게임 내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름도 이탈리아어다. 그 예시로 주인공의 이름 프랜조는 이탈리아어로 ‘점심식사’를 뜻하는 단어다. 줄리아 프로듀서는 “이 게임을 개발하는 것이 우리 할머니들의 레시피를 전 세계와 공유할 수 있는 기회 같다”며, “깊은 역사와 맛을 가지고 있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이탈리아 지역 요리를 보여줄 예정”이라 말했다.
셰프님, 개점은 언제 하시나요?
몬스터 셰프는 현재 1년 가량 개발 중으로, 추후 스팀 넥스트 페스트에 참가해 게임에 대한 평가를 받고자 한다. 조만간에는 스팀을 통해 조만간 데모를 게시할 예정이라는 소식도 전했다. 스튜디오 피자가 자신하는 몬스터 셰프의 강점은 빠르게 진행되는 액션과 아트, 그리고 맛있는 음식이다. 줄리아 프로듀서는 “우리의 이야기를 읽어주셔서 감사 드리며, 게임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 이탈리아에서 ‘Ciao(안녕을 뜻하는 인사말)’와 ‘Buon Appetito(맛있게 드세요)’를 전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