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게임쇼 힘 잃는 가운데, 차이나조이의 생존법

▲ 넓은 통로가 꽉 찰 정도로 많은 사람이 방문한 차이나조이 (사진: 게임메카 촬영)

온라인과 결합한 게임사 자체 행사가 득세하며 종합게임쇼가 힘을 잃었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이를 단적으로 드러낸 사례가 한때 전 세게 게임사가 앞을 다퉈 출시를 앞둔 신작을 대거 공개했던 E3의 영구 폐쇄다. 세계 3대 게임쇼 중에도 주목도 측면에서 단연 1위였던 E3가 막을 내리며 종합게임쇼는 ‘신작 공개’ 이상의 특이점을 갖춰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이러한 측면에서 봤을 때 차이나조이는 거대한 규모를 앞세워 온라인이 아닌 현장에서만 가능한 경험을 전달했다. 일반 참관객을 대상으로 한 B2C관만 9개를 운영하는 넉넉한 전시 공간을 십분 활용해 게임을 필두로, 게이머가 좋아할 만한 모든 것을 한 데에 모았다. 게임과 이에 연관된 모든 상품을 행사장 내에서 모두 경험해볼 수 있다는 점은 일반 참가자에게도 큰 매리트가 아닐 수 없다.

우선 게임 전시회인만큼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게임’을 충실히 갖췄다. 게임이 전시된 부스는 차이나조이가 개최된 상하이 신국제엑스포의 N2부터 N5 전시관이다. 게임만 총 4개 전시관을 차지하며 N2부터 N4까지는 중국 게임사, N5는 중국 외 콘솔 중심 게임사로 구분하고, 대형 게임사인 넷이즈와 텐센트를 각각 N3과 N4에 나눠놨다. 전시관마다 중심을 잡아주는 게임사가 있기에 일종의 ‘테마’가 살아나며 전시 구성 역시 체계적이다. 관람객도 넓은 전시장에서 원하는 게임을 찾아가기도 쉬운 편이다.

▲ 텐센트가 N4관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넷이즈가 N3관을 책임졌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블리자드, 소니 등 중국 외 업체 참여도 활발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다만 차이나조이 현장에는 게임보다 더 규모로 하드웨어, 애니메이션 등 연관 분야 상품을 선보이는 전시관도 운영됐다. 게임 외 제품은 E3부터 E7까지 총 5관을 차지했고, 게이머 눈길을 끌 만한 상품으로 가득했다. 우선 하드웨어 측면에서는 퀄컴이 자사 브랜드 스냅드래곤을 앞세움과 동시에 샤오미 등 관계사와 손을 잡고 E4관을 주도했다. 여기에 AMD, 리전 등 게이머에게 친숙한 하드웨어 제조사 및 브랜드도 자리했다.

전시된 상품 구성 역시 그래픽카드 등 PC 부품부터 노트북, 태블릿 PC, 스마트폰, 키보드, 마우스, 헤드셋 등을 갖췄다. 여기에 VR 기기 등 신기술을 기반으로 한 제품도 있었다. 게이머에게 어필하는 자리인 만큼 인기 게임 혹은 애니메이션과 연계해 컬래버레이션 상품이나 코스프레 등을 동원하는 사례도 많았다.



▲ 하드웨어 업체도 대규모 부스를 꾸렸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다양한 제품을 한 장소에서 모두 구경할 수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게임 및 애니메이션과 연게한 홍보가 많았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이어서 일본 애니메이션의 경우 일본 현지 행사를 방불케 할 정도로 방대한 구성을 갖췄다. 이 부분이 가장 두드러진 업체는 B2C관에 자리한 반다이남코엔터테인먼트였다. 게임도 일부 출품했으나 이들의 메인은 애니메이션을 소재로 한 자사 대표 상품을 선보이는 것이었다. 건담, 원피스, 나루토, 블리치 등 전통의 작품부터 스파이X패밀리, 귀멸의 칼날, 괴수 8호 등 비교적 최근에 조명된 작품까지. 여러 애니메이션을 토대로 한 피규어, 프라모델, 인형 등을 판매했다. 이 정도면 게임보다 상품을 어필하기 위해 출전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여기에 일본 애니메이션 방송사 애니플렉스도 자사 작품에 관련된 각종 굿즈를 전시하며 현지 팬들과 만났고, 포켓몬 등 게임을 소재로 한 피규어 등도 많은 인기를 끌었다. 특정 부스의 경우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로 게임 시연부스에 맞먹는 긴 대기열이 생기기도 했다. 아울러 디즈니 로카나 등 TCG 체험 부스에도 적지 않은 인파가 몰렸다.


▲ 압도적인 건담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인기 일본 애니메이션이 총집합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게임 관련 피규어도 자리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애니플렉스도 B2C에 부스를 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디즈니 TCG '디즈니 로카나' 체험 현장 (사진: 게임메카 촬영)

올해 차이나조이는 중국은 물론 중국 외 게임사도 다수 참여하며 ‘글로벌 게임쇼’다운 면모를 갖췄다. 다만 행사 본질은 중국 내수 시장 공략이다. 글로벌에 뭔가를 보여주겠다기보다는 중국 소비자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 참가사들의 주 목적이다. 올해 차이나조이에는 총 31개 국가에서 600여 개 업체가 참여했는데, 글로벌 마케팅이라는 매리트가 없어도 굴지의 기업이 모인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원동력은 미국과 선두를 다툴 정도로 대규모를 갖춘 중국 시장 자체에서 나오는 파워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는 게이머만 약 7억 명으로 추산되며, 신기술에도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 경직된 규제와 달리, 시장은 굉장히 유연하고 발 빠르게 변화하고 있기에 여러 업체가 다양한 각도로 접근하기 쉽다.

많은 기업을 테마를 잡아 효율적으로 배치할 수 있는 대규모 전시장, 7억 명이라는 압도적인 시장 규모. 두 가지가 맞물리며 차이나조이는 중국 내수 행사임에도 그 어떤 게임쇼에 밀리지 않을 정도로 충실한 구성을 갖췄다. 중국 게이머에 특화된 종합선물세트, 이 강점을 이후에도 이어간다면 차이나조이는 앞으로도 굳건한 위치를 고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전시장과 시장 규모 모두 압도적이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