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게임쇼 힘 잃는 가운데, 차이나조이의 생존법
게임메카 김미희 기자
2024.07.28 09:24
온라인과 결합한 게임사 자체 행사가 득세하며 종합게임쇼가 힘을 잃었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이를 단적으로 드러낸 사례가 한때 전 세게 게임사가 앞을 다퉈 출시를 앞둔 신작을 대거 공개했던 E3의 영구 폐쇄다. 세계 3대 게임쇼 중에도 주목도 측면에서 단연 1위였던 E3가 막을 내리며 종합게임쇼는 ‘신작 공개’ 이상의 특이점을 갖춰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이러한 측면에서 봤을 때 차이나조이는 거대한 규모를 앞세워 온라인이 아닌 현장에서만 가능한 경험을 전달했다. 일반 참관객을 대상으로 한 B2C관만 9개를 운영하는 넉넉한 전시 공간을 십분 활용해 게임을 필두로, 게이머가 좋아할 만한 모든 것을 한 데에 모았다. 게임과 이에 연관된 모든 상품을 행사장 내에서 모두 경험해볼 수 있다는 점은 일반 참가자에게도 큰 매리트가 아닐 수 없다.
우선 게임 전시회인만큼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게임’을 충실히 갖췄다. 게임이 전시된 부스는 차이나조이가 개최된 상하이 신국제엑스포의 N2부터 N5 전시관이다. 게임만 총 4개 전시관을 차지하며 N2부터 N4까지는 중국 게임사, N5는 중국 외 콘솔 중심 게임사로 구분하고, 대형 게임사인 넷이즈와 텐센트를 각각 N3과 N4에 나눠놨다. 전시관마다 중심을 잡아주는 게임사가 있기에 일종의 ‘테마’가 살아나며 전시 구성 역시 체계적이다. 관람객도 넓은 전시장에서 원하는 게임을 찾아가기도 쉬운 편이다.
다만 차이나조이 현장에는 게임보다 더 규모로 하드웨어, 애니메이션 등 연관 분야 상품을 선보이는 전시관도 운영됐다. 게임 외 제품은 E3부터 E7까지 총 5관을 차지했고, 게이머 눈길을 끌 만한 상품으로 가득했다. 우선 하드웨어 측면에서는 퀄컴이 자사 브랜드 스냅드래곤을 앞세움과 동시에 샤오미 등 관계사와 손을 잡고 E4관을 주도했다. 여기에 AMD, 리전 등 게이머에게 친숙한 하드웨어 제조사 및 브랜드도 자리했다.
전시된 상품 구성 역시 그래픽카드 등 PC 부품부터 노트북, 태블릿 PC, 스마트폰, 키보드, 마우스, 헤드셋 등을 갖췄다. 여기에 VR 기기 등 신기술을 기반으로 한 제품도 있었다. 게이머에게 어필하는 자리인 만큼 인기 게임 혹은 애니메이션과 연계해 컬래버레이션 상품이나 코스프레 등을 동원하는 사례도 많았다.
이어서 일본 애니메이션의 경우 일본 현지 행사를 방불케 할 정도로 방대한 구성을 갖췄다. 이 부분이 가장 두드러진 업체는 B2C관에 자리한 반다이남코엔터테인먼트였다. 게임도 일부 출품했으나 이들의 메인은 애니메이션을 소재로 한 자사 대표 상품을 선보이는 것이었다. 건담, 원피스, 나루토, 블리치 등 전통의 작품부터 스파이X패밀리, 귀멸의 칼날, 괴수 8호 등 비교적 최근에 조명된 작품까지. 여러 애니메이션을 토대로 한 피규어, 프라모델, 인형 등을 판매했다. 이 정도면 게임보다 상품을 어필하기 위해 출전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여기에 일본 애니메이션 방송사 애니플렉스도 자사 작품에 관련된 각종 굿즈를 전시하며 현지 팬들과 만났고, 포켓몬 등 게임을 소재로 한 피규어 등도 많은 인기를 끌었다. 특정 부스의 경우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로 게임 시연부스에 맞먹는 긴 대기열이 생기기도 했다. 아울러 디즈니 로카나 등 TCG 체험 부스에도 적지 않은 인파가 몰렸다.
올해 차이나조이는 중국은 물론 중국 외 게임사도 다수 참여하며 ‘글로벌 게임쇼’다운 면모를 갖췄다. 다만 행사 본질은 중국 내수 시장 공략이다. 글로벌에 뭔가를 보여주겠다기보다는 중국 소비자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 참가사들의 주 목적이다. 올해 차이나조이에는 총 31개 국가에서 600여 개 업체가 참여했는데, 글로벌 마케팅이라는 매리트가 없어도 굴지의 기업이 모인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원동력은 미국과 선두를 다툴 정도로 대규모를 갖춘 중국 시장 자체에서 나오는 파워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는 게이머만 약 7억 명으로 추산되며, 신기술에도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 경직된 규제와 달리, 시장은 굉장히 유연하고 발 빠르게 변화하고 있기에 여러 업체가 다양한 각도로 접근하기 쉽다.
많은 기업을 테마를 잡아 효율적으로 배치할 수 있는 대규모 전시장, 7억 명이라는 압도적인 시장 규모. 두 가지가 맞물리며 차이나조이는 중국 내수 행사임에도 그 어떤 게임쇼에 밀리지 않을 정도로 충실한 구성을 갖췄다. 중국 게이머에 특화된 종합선물세트, 이 강점을 이후에도 이어간다면 차이나조이는 앞으로도 굳건한 위치를 고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초심을 잃지 말자. 하나하나 꼼꼼하게.risell@gamemec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