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한 액션 답답한 조작, 검은 신화: 오공 체험기
게임메카 이우민 기자
2024.08.16 23:00
중국 설화 중 가장 대표적인 작품을 꼽으라고 하면 대부분 사람들이 ‘서유기’를 꼽는다. ‘드래곤볼’, ‘날아라 슈퍼보드’ 등 일본뿐 아니라 우리나라에도 서유기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 있는 만큼, 서유기는 전세계적으로 인지도 높은 소재 중 하나다.
그런 서유기를 배경으로 한 액션 RPG ‘검은 신화: 오공’이 오는 20일 출시된다. 검은 신화: 오공은 2020년 첫 공개된 이후, 잘 살린 중국 신화 분위기와 시원한 액션성으로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았다. 게임메카는 이를 미리 체험할 수 있었는데, 직접 해본 검은 신화: 오공은 기대만큼이나 웅장한 분위기와 시원한 액션을 선보였으나 그와 별개로 아쉬운 점이 많은 작품이었다.
웅장한 중국 신화 분위기 속 손오공이 되어보자
검은 신화: 오공은 손오공이 투전승불이 되었다거나 말썽을 부려 봉인되었다는 전승은 거짓이었다는 설정으로 시작한다. 투전승불이 된 것은 손오공을 사칭한 다른 원숭이였으며, 그가 봉인당한 것도 말썽을 피운 것이 아닌 막강한 힘을 탐한 적대 세력에 의한 것이다. 플레이어는 진짜 손오공이 되어, 요괴들을 물리치고 봉인된 투전승불의 힘을 찾기 위해 모험을 떠나게 된다.
게임은 도입부부터 압도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 때는 투전승불이 된 가짜 손오공 시점에서 진행되는데, 시작부터 엄청난 규모의 적들이 등장해 손오공을 위협해 온다. 플레이어는 그 중 대장급에 해당되는 적과 1 대 1 대결을 펼치게 되며, 역동적인 카메라 연출과 웅장한 사운드, 압도적인 적 규모가 상당한 몰입감을 자아낸다.
이후에는 다시 진짜 손오공 시점으로 돌아와, 중국 신화를 모티브로 한 세계를 여행하게 된다. 울창한 숲부터 메마른 황야, 불타는 사원 등 다양한 환경을 세밀하게 구현해놨으며, 세미 오픈월드 방식을 채택해 이를 구석구석 돌아볼 수도 있다. 여기에 곳곳에 숨겨져 있는 비밀 상자나, 맵 전경을 보여주는 ‘좌선’ 등 수집 요소를 통해 탐험하는 맛을 챙겼다.
여기에 적들의 기괴한 외형이 분위기를 더한다. 곰이나 늑대, 뱀 등 동물을 의인화한 적들부터, 머리가 두 개 달린 개나 불상을 연상케하는 거인 등 다양한 모습을 지닌 요괴가 등장한다. 그들이 가진 독특한 외형은 중국 신화 특유의 신비로운 분위기를 한층 살릴 뿐 아니라, 앞으로 등장하는 적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호쾌한 액션은 물론, 세팅의 재미도 챙겼다
우선 플레이어가 사용할 수 있는 무기는 여의봉 하나뿐이지만, 액션이 단조롭다는 느낌은 없었다. 기본 전투는 약공격으로 곤봉 게이지를 모으고, 이를 모은 게이지를 소모해 높은 대미지를 지닌 강공격을 사용하는 흐름으로 이어진다. 약공격으로 스택을 쌓고 강공격으로 이를 터트린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특히 강공격은 명중 시 시원한 사운드와 함께 적이 비틀거리거나 넘어지는 만큼 상당한 타격감을 자랑했다.
여기에 원작처럼 자유자재로 늘어나는 여의봉 특성 역시 전투에 적극 활용된다. 여의봉 길이를 늘려 상대를 강하게 내려치거나 찌르기도 하고, 길어진 여의봉을 올라타 적의 공격을 회피하는 것도 가능하다. 일부 기술은 적 공격을 패링하는 효과를 지니고 있어, 컨트롤하는 재미도 더했다.
그 외에도 다양한 스킬이 전투의 다채로움을 채운다. 적을 일정 시간 정지시키거나 분신을 소환하는 등 기본 스킬부터, 물리친 적의 능력을 흡수해 사용하는 ‘변신술’ 등 기술 범주가 상당히 넓었다. 특히 변신술은 뱀을 소환해 독을 부여하거나 스턴을 유발하는 등 다양한 효과를 지니고 있으며, 나아가 일정 시간 동안 보스로 변신해 고유 무기나 스킬을 사용하는 등 여의봉과는 또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또한 스킬 빌드나 장비 제작으로 캐릭터를 키워나가는 맛도 챙겼다. 레벨 업을 할 때마다 획득하는 특성치로는 캐릭터 능력치를 올리거나 스킬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으며, 적으로부터 흡수한 능력 역시 필드에서 재료를 모아 강화할 수 있다. 동시에 획득한 재료로 세트 옵션과 고유 효과를 지닌 다양한 장비를 만들 수도 있다. 이를 기반으로 여의봉을 중심으로 한 체술 위주의 전투, 변신술을 중심으로 한 전투 등 취향에 맞는 다채로운 스타일을 구사할 수 있다.
장점도 많지만, 아쉬운 점도 명확하다
검은 신화: 오공은 비주얼 측면이나 호쾌한 액션 등 분명한 장점을 지닌 작품이지만, 아쉬운 부분도 많았다. 우선 스토리에 대한 개연성이 부족했다. 대표적으로 주인공이 여행을 시작하는 계기에 대한 설명이 거의 없다시피하다. 주인공이 봉인된 투전승불과 똑같이 생겼다는 설명이 나오긴 하나, 단순히 그 이유 하나만으로 투전승불을 계승하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는 건 의아한 부분이었다. 그 외에도 일부 NPC가 자신에 대한 소개나 이유 없이 주인공을 도와주는 등 전반적으로 얕은 서사적 깊이가 눈에 밟혔다.
또한 전투에서도 불편함이 있었다. 적들의 일부 공격 패턴은 반응하기 힘들 정도로 빠른 반면, 플레이어가 사용하는 강공격은 선후딜이 상당히 길뿐 아니라 회피에도 공격 모션 캔슬 기능이 없다. 때문에 적 패턴을 알고 있어도 어쩔 수 없이 공격을 얻어 맞는 경우가 빈번했다. 더군다나 기껏 게이지를 모아 강공격을 사용해도, 선딜로 인해 적이 피하는 경우도 많았다.
결론적으로 검은 신화: 오공은 전체적인 분위기와 비주얼 요소는 더없이 훌륭했다. 이를 활용해 끌어올린 몰입감은 앞으로 모험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키며, 호쾌하면서도 다양한 스킬을 활용한 전투 역시 합격점이었다. 다만 게임을 진행할수록 미흡한 개연성과 일부 전투 시스템의 불편함 등 부족한 요소가 느껴졌다. 초반에 보여줬던 압도적인 분위기에 비해, 몇몇 미흡한 부분이 갈수록 흥미를 떨어뜨린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