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의 궤적, 연출·전개 속도·전투 모두 절정에 달했다
게임메카 김형종 기자
2024.09.06 11:00
‘영웅전설 계의 궤적 페어웰, 오 제무리아(이하 계의 궤적)’는 ‘영웅전설 여의 궤적(이하 여의 궤적)’ 최종장이자 궤적 시리즈 20주년 기념작이다. 본 기자는 여의 궤적 시리즈를 상당히 재미있게 했고, 이번 게임에 기대감이 상당했다. 특히 타이틀명이 여의 궤적 3가 아니라 계의 궤적으로 확정되자, 개발진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인 작품이라는 느낌이 강해졌다.
지난 8월 28일 니혼 팔콤과 유통사 클라우디드 레오파드 엔터테인먼트는 오는 26일 출시되는 계의 궤적을 기념하는 미디여 시연회를 일본 시부야 캐스트에서 개최했다. 이때 처음으로 계의 궤적을 체험할 수 있었고, 전반적으로 발전된 연출과 스토리텔링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에 게임에 대한 기대감은 한층 더 높아졌다.
전작 대비 발전한 캐릭터 연출
일반적으로 게임에서 연출을 이야기할 때 컷신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번 계의 궤적 체험기에서는 특히 전투에서 크래프트, S 크래프트 연출이 상당히 진보한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미 여의 궤적 2에서도 상당히 발전했는데,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 셈이다.
대표적으로 변한 것이 크래프트 연출에서 캐릭터 묘사 등 세밀한 부분이었다. 예를 들어 반의 대표적인 도발기 '코인 불릿'은 적에게 동전을 튕기는 간단한 기술이다. 여의 궤적 2에서도 전작 대비 상당히 연출이 좋아졌고, 적에게 연속으로 동전을 튕기는 모습을 선보였다. 하지만 계의 궤적에서는 캐릭터 얼굴 표정, 움직임, 카메라 워크 등이 전반적으로 변했다. 움직임은 더 많아졌지만 동작 속도는 더 빨라졌고, 카메라는 캐릭터 뒤에서 출발해 앞을 비추는 등 역동적이 됐다.
얼굴 표정도 더 세밀하게 드러난다. 전작에서는 S 크래프트를 제외한 기술 사용시 캐릭터가 전반적으로 무표정을 짓고 있었다. 반면 계의 궤적에서는 코인 불릿을 쓸 때 반이 상대를 비웃거나, 케빈이 켈빔 샷을 사용할 때 살며시 웃는 등 특히 표정 연출이 강조된다. 발전한 그래픽과 함께 전반적으로 시각적인 즐거움이 강조됐다.
이런 부분이 가장 강하게 드러난 것이 체험 마지막 전투다. 크로우, 리제트, 베르가르드, 루퍼스와 대련 형식으로 전투하는데, 적들 역시 필살기인 S 크래프트를 사용한다. 특히 리제트의 경우 여의 궤적에서 동료였던 만큼 S 크래프트 '인피니티 시커' 역시 자주 활용했는데, 계의 궤적에서는 캐릭터가 둘로 쪼개져 잔광을 남기고 돌진하는 연출이 더 화려하게 다듬어졌다. 연출과 그래픽이 단점으로 지적 받은 시리즈가 이를 보완한 셈이다.
오랜만에 만나는 케빈과 린 등을 활용한 전투
이런 전반적으로 진화한 그래픽과 연출로 전작 캐릭터를 조작하는 것도 상당한 즐거움이었다. 전작 캐릭터들이 다수 등장한다는 것은 시리즈 입문자에게는 장벽이지만, 팬에게는 장점인 요소다. 특히 최신 그래픽으로 시리즈 인기 캐릭터 ‘린 슈바르처’나 팬들에게 사랑 받는 ‘케빈 그라함’을 직접 조작할 수 있는 것은 장점이다.
이번 체험에서는 반 일행 이외에도 린 슈바르처, 케빈 그라함, 린 슈바르처, 알티나 오라이온을 직접 조작할 수 있었다. 필드 배틀시 린은 근거리에서 불꽃이 일렁이는 일본도를 휘두르며, 알티나는 실드 캘리버를 휘두르거나 레이저를 발사한다. 케빈은 손쇠뇌로 범위 공격을 해 강력함을 과시했다. 커맨드 배틀에서 린은 특유의 검술을 활용한 크래프트를, 케빈은 강력한 단일 피해를 주는 크래프트를 주로 활용했다.
또한 케빈과 린의 S 크래프트 연출이 탁월했다. 린의 S 크래프트는 ‘재의 태도 유전광인’으로 계의 궤적에서 새롭게 추가된 기술로 보인다. 적을 벤 후 낙엽이 지는 광경이 매우 화려하게 꾸며졌다. 케빈의 S 크래프트는 ‘하늘의 궤적 더 서드’에서도 유용하게 활용됐던 광역기 ‘성창 우르’다.
필드 전투, 블리츠, 조크(Z.O.C) 등 전투 변경점
계의 궤적에서는 여의 궤적 2와 같은 전투 시스템을 따른다. 필드에서 퀵 아츠를 사용할 수 있고, 회피 성공시 서포트 캐릭터가 공격에 가담하는 체인 시스템, 무적시간이 있는 차지 공격 등도 건재하다. 특히 회피 후 공격과 체인 연출이 향상되어, 케빈은 성창을 쏘며 날아오고, 알티나는 실드 칼리버에서 레이저를 발사한다.
또한 조크(Z.O.C)라는 신규 시스템이 도입됐다. 필드에서 조크를 사용하면 잠시 동안 시간을 멈추고 적 움직임이 느려진다. 조크는 별도 게이지가 있어, 사용하고 나면 충전을 기다려야 한다. 커맨드 전투에서는 연속으로 행동하는 방식으로 조크가 구현됐다. S 부스트를 사용하면 한 캐릭터가 연속으로 공격, 크래프트 등을 활용해 사실상 2회 공격인 셈이다.
스크럼을 보안하는 새로운 시스템 ‘블리츠’ 또한 도입됐다. 턴에서 보너스를 획득할 때 자동으로 서포트 캐릭터가 공격 및 기술에 보조 기능을 더하는 시스템이다. 아군과 함께하면 보너스를 얻는 스크럼 시스템과 달리 회복과 보조 아츠에도 버프가 더해지는 장점이 있으며, 꼭 아군과 붙어있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조크, 블리츠 등 전투에 도움되는 새로운 시스템이 많이 생겼음에도 전투가 쉽게만 느껴지지는 않았다. 특히 마지막 전투는 상당히 어려웠고, 조크에 더해 S 크래프트를 연속으로 사용하고 서포트 캐릭터까지 동원해서야 간신히 승리했다. 마치 고난도 게임에서 새로운 기능이 나올 때 설레면서도 ‘이것도 사용해야 클리어 가능하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것과 유사했다.
클라이맥스로 치닫는 빠른 전개의 스토리
체험한 파트는 사실상 게임 초반부, 새로운 동료들과 만나고 우주 비행에 대한 계획을 발표하는 부분까지 전개됐다. 전반적으로 스토리 진행 속도가 궤적 시리즈 중에서는 빠른 편이었다. 체험 2시간 동안 새로운 우로보로스 집행자 7번과 18번의 모습이 나왔고, 우주로 유인기를 보내는 ‘스타 테이커’ 계획의 대략적인 방향성이 제시됐다. 또한 주요 등장인물 다수가 한 자리에 모여 짧게 대화를 나누는 시간도 주어졌다.
또한 타임리 워드라는 신기능이 상당히 유용했다. 특히 섬의 궤적 이전에서 등장했던 인물들은 잘 기억이 나지 않았고, 일어난 사건도 어렴풋이 떠오기만 했다. 타임리 워드는 이벤트 신을 멈추고 해당 인물, 주요 키워드 등에 대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일종의 백과사전과 같은 시스템이다. 특히 제로의 궤적과 벽의 궤적 스토리나 인물이 기억나지 않았던 본 기자에게 매우 유용했다.
실제 체험해본 계의 궤적은 발전했던 전작의 전투 연출과 빠른 템포의 턴제가 가진 장점을 한층 더 끌어올렸다. 컷신을 포함한 전반적인 연출이 크게 향상됐고, 발전된 그래픽으로 구현된 케빈과 린은 팬들의 설렘을 충족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초반부 스토리가 상당히 빠르게 진전되고, 타임리 워드라는 신 시스템이 도입되어 ‘지지부진하고 불친절하다’는 궤적 시리즈 단점을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스토리의 경우 엔딩까지 도달해야 평가할 수 있겠으나, 클라이맥스를 위한 많은 노력을 들인 것은 확인할 수 있었다. 전반적으로 계의 궤적에 대한 기대감을 끌어올린 시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