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정남] 상대편 속 뒤집는 게임 치욕 시스템 TOP 5

※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이나 캐릭터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티배깅이라는 단어가 있다. 주로 FPS나 TPS 같은 슈팅게임에서 적을 처치한 후, 그 위에 서서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하는 동작이다. 마치 차에 티백을 담갔다 뺐다 하는 행위와 비슷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처치한 적에게 모욕감을 주기 위한 비매너 행동이다. 이처럼 PvP 경쟁이 주가 되는 게임에는 적에게 치욕을 주는 음지의 문화가 많건 적건 존재한다. 간혹 협동 게임에도 이런 사례가 있는 것을 보면 오늘도 성악설에 1승을 주고 싶은 심정이다.

이런 인간의 본성을 배려한 것일까? 게임에 따라서는 공식적으로 상대방을 모욕할 수 있는 시스템을 지원하기도 한다. 당하면 자다가도 이불킥 할 정도로 굉장히 치욕스럽지만, 그것이 '나도 이겨서 저거 할거야' 라는 원동력을 주기에 나름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 오늘은 상대방에게 잊을 수 없는 치욕을 안겨주는 공식 시스템들을 소개해 본다.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은 아래 항목들을 잘 활용하시며 즐거운 게임 라이프 보내시길. 

TOP 5. 에오스 블랙, 노예로 끌고 다니기

울티마 온라인을 시작으로 MMORPG에서는 PK한 상대에게 추가로 치욕을 안겨주는 시스템이 다수 존재했다. 적의 머리를 전리품처럼 가져가 전시해 놓는다거나, 사망 사실을 전 서버에 공지처럼 띄워준다거나 하는 식이다. 지난 6월 출시된 MMORPG 에오스 블랙은 한 술 더 떠서, PvP에서 이긴 상대를 팬티 한 장만 입힌 채 노예처럼 일정 시간동안 끌고 다니면서 특정 장치에 가두거나 탈 것에 매달고 다니는 이른바 '치욕 시스템'을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대결에서 진 것도 화나는데 적에게 노예처럼 끌려 다녀야 한다니. 이대로만 나왔다면 이번 [순정남] 1위는 따 놓은 당상이었을 것이다. 다만, 아쉽게도 이 치욕 시스템은 조금 유하게 구현됐다. 정확히는 패배한 유저 당사자가 아니라, 그 캐릭터의 이름을 딴 NPC가 노예처럼 끌려다니는 것이다. 순정남적 측면에서는 조금 아쉬운 부분이겠지만, 아무래도 MMORPG에서 일정 시간 자유를 잃고 적에게 끌려 다니는 시스템을 그대로 구현하기엔 현실적으로 어려운 측면이 많았을 것이다. 어쨌든, MMORPG의 치욕 시스템 중에선 꽤나 눈에 띄는 편이라고 할 수 있겠다.

패배한 상대 이름을 단 노예를 끌고 다니는 '치욕' 시스템 (사진출처: 에오스 블랙 공식 유튜브 갈무리)
▲ 패배한 상대 이름을 단 노예를 끌고 다니는 '치욕' 시스템 (사진출처: 에오스 블랙 공식 유튜브 갈무리)

TOP 4. 길티기어, 똥침으로 웃긴 표정 자아내기

사람과 사람의 정면대결을 가장 먼저 그려낸 장르는 역시 대전격투다. 스트리트 파이터 2를 기점으로 보더라도 장르적 역사가 33년이나 됐는데, 그 중에는 상대에게 굴욕을 주는 기술도 상당히 많다. 처음엔 빈틈이 많아 바보가 아니면 안 맞는 기술을 명중시키는 방식이었으나, 언젠가부터 비주얼적으로 더럽거나 우스꽝스러운 기술을 사용해 상대방 캐릭터를 희화화 하는 식의 기술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사실 이 부분은 과거 [순정남] 쓰기도 당하기도 싫은, 최악 게임 필살기 TOP5 에서 본격적으로 다룬 바 있을 정도로 그 폭이 넓기에, 대표적인 장면을 하나만 뽑아 보겠다. 바로 길티기어 시리즈 '파우스트'의 자격적절명권, 이른바 '똥침'이다. 이를 맞은 캐릭터들의 얼굴이 엄청나게 괴로워지거나 평소 이미지와 달라지는 점이 백미인데, 간혹 좋아하는 녀석도 있는 점이 백미. 아, 참고로 위 [순정남] 1위 기술이었던 사무라이 스피리츠 쿠사레게도의 '똥 던지기'는 대미지가 거의 없는 터라 패배까지 안겨주기 어렵다는 점에서 제외했지만, 이걸로 승리를 거둔다면 그야말로 최고의 굴욕... 이 아니라 적의 실력에 찬사를 보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고고한 검객 바이켄도 똥침 앞에서는 무너지기 마련 (사진: 게임메카 촬영)
▲ 고고한 검객 바이켄도 똥침 앞에서는 무너지기 마련 (사진: 게임메카 촬영)

TOP 3. 시벌리 2, 상대방 목을 베어 무기로 사용

중세 공성전 게임 시벌리 2는 중병기가 난무하는 전장을 사실적으로 구현했기에 상당히 고어한 게임이다. 플레이 도중 적의 무기에 베여서 팔이 한두 개 떨어지는 것은 예사고, 검이나 도끼에 맞아 목이 날아가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는 죽은 후에도 마찬가지인데, 적의 시체에 공격을 가하면 무기와 범위에 따라 목이나 팔다리를 몸에서 분리할 수 있다. 게다가 머리의 경우 주워서 투척무기 등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따라서 이 게임의 티배깅은 상대방의 목을 잘라 들고 다니는 행위다. 그 상태에서 환호성 모션을 하면 머리를 치켜들고 만세를 부르며, 춤도 출 수 있다. 게다가 잘린 머리는 물건 취급이기에, 적이 리스폰 된 후에도 손에 그대로 남아 있다. 즉, 아까 날 죽인 적이 내 머리를 든 채 다시 날 맞이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엄청난 치욕인데, 적이 던진 내 머리에 맞아 다시 한 번 죽을 경우 그 치욕감을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이런 험난한 중세를 살아온 유럽인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적의 머리를 들고 리스폰 된 이를 맞이하며 승리를 축하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적의 머리를 들고 리스폰 된 이를 맞이하며 승리를 축하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TOP 2. 하스스톤, 안두인 린의 인성질

하스스톤은 친구가 아닌 상대와는 자유로운 채팅이 불가능하다. 최근 게임들에는 불필요한 정보 교환이나 욕설 등을 막기 위해 이처럼 채팅을 제한해 놓는 경우가 많기에 딱히 특별한 일은 아니다. 오로지 허락된 커뮤니케이션은 1~6번까지 지정 가능한 고정 대화들인데, 인사, 칭찬, 감탄, 위협 등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 사실 이 같은 감정 표현은 다른 게임에도 수두룩하지만, 하스스톤의 특징이라면 초상화 속 영웅의 말투가 반영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우서는 최초의 성기사답게 위협 시 "정의의 심판을 내려야겠군!"이라는 대사를 한다.

문제는 영웅에 따라 이러한 멘트가 사람 속을 제대로 긁어놓는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안두인 린이다. "감사합니다"나 "정말 잘하셨어요", "놀랍군요!" 같은 평범한 대사도 상대를 농락하고 비웃는 느낌이며, "빛이 당신을 태울 것입니다!"로 대표되는 위협 표현은 그야말로 화룡점정이다. 안두인의 이러한 말투는 '인성질'이라 불리며 하스스톤을 넘어 온라인게임 전체에 영향을 끼쳤으니, 그 깐죽임 정도가 얼마나 심했는지 잘 알 수 있다. 그렇게 오늘도 안두인은 많은 이들의 심금을 엉엉 울리고 있다.

이 얼굴만 봐도 복장이 터지겠다는 이들이 많다 (사진출처: 하스스톤 공식 홈페이지)
▲ 이 얼굴만 봐도 복장이 터지겠다는 이들이 많다 (사진출처: 하스스톤 공식 홈페이지)

TOP 1. 콜 오브 듀티: 블랙 옵스 6, 너 고기방패 된거야

콜 오브 듀티 시리즈의 멀티플레이에는 대대로 내려오는 일격기가 존재한다. 적의 뒤로 다가가 근접 공격을 가하는 이른바 '처형' 기술이다. 모션에 따라 정말 다양한 방법으로 상대를 처치하는데, 대부분은 적에게 후방을 허용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상당한 굴욕을 느낀다. 그러나, 최근 테스트를 시작한 최신작 블랙 옵스 6에서는 한 술 더 떠서 아예 적을 '고기방패' 삼아 10초 가량 데리고 다니는 것이 가능하다.

이 처형 모션에서는 적을 한 번에 죽이는 것이 아니라, 무력화 해서 본인의 앞에 세운 채 나머지 한 손으로 권총을 쏴 가며 다른 적들을 공격할 수 있다. 이 때 당하는 공격들은 잡고 있는 앞의 적이 대신 맞는다. 그러니까 상대방 입장에서는 처형 당한 것도 서러운데, 날 죽인 놈의 방패가 되어 가며 방금 전까지 아군이었던 이들에게 공격을 당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는 것이다. 그야말로 굴욕에 굴욕을 덧씌운 행위가 아닐 수 없다. 개인적으로 이거 두어 번 당하면 멘탈 털려서 게임 지울 것 같다.


상대방을 바로 죽이지 않고 고기방패 삼아 데리고 다니며 굴욕을 준다 (사진출처: 유튜브 채널 JC Amaterasu 영상 갈무리)
▲ 상대방을 바로 죽이지 않고 고기방패 삼아 데리고 다니며 굴욕을 준다 (사진출처: 유튜브 채널 JC Amaterasu 영상 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