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신소] ‘니디 걸 오버도즈’ 개발사 신작, 소년기의끝
게임메카 김형종 기자
2024.09.09 16:54
* [숨신소]는 숨은 신작 소개의 줄임말로, 매주 스팀에 출시된 신작 중 좋은 유저 평가와 높은 동시접속자를 기록한 명작들을 발빠르게 소개해 주는 코너입니다
9월 첫째 주 스팀에서는 여러 장르 신작들이 출시됐습니다. ‘에이지 오브 미쏠로지’ 리메이크가 출시와 동시에 호평과 많은 유저를 모았고, ‘역전검사 1&2 미츠루기 셀렉션’ 역시 호평 받았습니다. 앞서 해보기로 전환한 ‘쇼군 쇼다운’은 ‘압도적으로 긍정적’ 평가를 유지했습니다. 반면 ‘해리포터: 퀴디치 챔피언스’는 많은 유저들이 플레이 했지만 ‘대체로 긍정적’ 평가를 받았고, ‘2K25’와 무료 멀티플레이어 FPS 신작 ‘스펙터 디바이드’는 가장 많은 유저들이 찾았지만 ‘복합적’으로 낮은 평가를 기록했습니다.
지난주 스팀에서 특히 눈에 띄는 숨은 신작은 바로 ‘소년기의끝(Boyhood’s End)’ 입니다. ‘니디 걸 오버도즈’ 등으로 유명한 WSS 플레이그라운드가 개발한 어드벤처게임으로, 지난 5일 앞서 해보기로 출시됐습니다. 약 1시간 30분 분량의 에피소드 1을 플레이할 수 있으며, 한국어도 공식 지원됩니다.
게임 타이틀명 ‘소년기의끝’은 아서 클라크의 SF 소설 ‘유년기의 끝’을 오마주했으며, 세계관과 설정에 소설의 향기가 묻어있습니다. 먼 가상의 미래 인류는 오랜 발전 끝에 우주에서도 살아갈 수 있게 됐고, 인류의 행복을 위해 통합 인공지능 ‘R 카렐렌’을 만듭니다. 인류는 R 카렐렌에게 통치를 맡겼고, 인공지능의 지도 하에 국가 없는 하나의 공동체가 만들어집니다. R 카렐렌은 인간 스코어라는 제도를 만들어 인류를 관리합니다. 신체, 외모, 능력, 사회 공헌 등 모든 것에 점수를 매기고, 높을수록 많은 혜택을 주지만, 낮으면 인간 이하의 삶을 살게 됩니다.
주인공 조반니는 인간 스코어가 매우 낮은 학생입니다. 그의 아버지가 R 카렐렌을 해킹하는 범죄를 저질렀기 때문이죠. 그는 수업에 늦거나, 길에서 넘어지는 등 간단한 일에도 인간 스코어가 떨어질 정도로 차별 받고 있습니다. 반 학생들에게는 낮은 스코어 때문에 따돌림을 당하죠. 심지어 어머니는 가스 폭발 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진 상황이기에 매달 큰 금액을 병원비로 지출합니다. 다행히 조반니는 해킹에 재능이 있었고, 각종 의뢰를 통해 어머니를 부양합니다.
하지만 인간 스코어가 낮아 보험 적용이 안되거나, 급식실에서 밥을 먹지 못하는 등 고통을 겪던 와중, 급전이 필요한 그에게 R 카렐렌을 해킹해달라는 지명 의뢰가 들어옵니다. 돈이 필요했던 조반니는 결국 이를 수락합니다. 하지만 실패하고 R 카렐렌에게 역추적을 당해 인간 스코어가 인류 중에서 가장 낮은 점수로 크게 떨어집니다.
이후 각종 기계들이 ‘공생 프로그램을 시작한다’는 명분으로 조반니를 공격하기 시작합니다. 로봇 청소기는 조반니를 쓰레기로 처리하려 하고, 자동문은 조반니를 깔아뭉개며, 전자기기는 함정으로 돌변합니다. 이때 교내 인간 스코어 1위의 불량소년 캄파넬라가 갑작스럽게 난입해 로봇 청소기를 처리하고 조반니를 구출합니다. 일촉즉발의 상황, 둘은 수많은 방해를 뚫고 R 카렐렌이 만들어지기 전부터 운행되던 은하철도로 향합니다. 이후 둘은 각종 행성에서 통치자들을 상대로 장난을 치고, 세계의 역사, 왜곡, 수수께끼와 마주하며 스스로의 ‘소년기의 끝’으로 다가갑니다.
소년기의끝은 세밀한 픽셀 그래픽이 특징입니다. 해킹 도중 화면에 비치는 주인공 얼굴, 컷신 품질 등이 탁월합니다. 로봇 청소기를 피하거나, R 카렐렌 직속 부대로부터 도망치는 등 일반 플레이 구간에서는 ‘쯔꾸르’게임의 향기가 진합니다. 특유의 그래픽에 더해 퍼즐, 해킹, 주변 사물을 활용한 은신을 주로 활용하며 능동적인 공격이 적은 점 등이 특히 그렇습니다.
전반적인 스토리는 아서 클라크의 소설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철학적 질문을 던집니다. 원작 소설에서 카렐렌은 인류를 진화시키는 우주적이고 선한 존재처럼 그려집니다. 하지만 게임의 인공지능 R 카렐렌은 어딘가 수상하고, 마치 인간 스코어가 낮은 이들을 일부로 차별하거나 제거하려는 듯한 움직임을 보입니다. 이외에도 ‘인공지능에게 관리를 맡긴 인류의 모습’이나 ‘점수로 차별당하는 인류’, ‘인간답기 위한 저항과 노력’ 등에서 여러 철학적인 논의도 가능합니다.
소년기의끝은 9일 13시 기준 스팀에서 ‘매우 긍정적(87% 긍정)’ 평가를 기록 중입니다. “흥미로운 스토리와 퀄리티 높은 도트가 강점”, “두 주인공 캐릭터와 서사가 매력적이다”, “아름다운 소년들을 보고 싶다면 당장 구매하세요”, “기다린 보람이 있다”등 호평이 많습니다. 국내 게이머들은 우수한 한국어 번역에 대한 평가도 남겼습니다.
다만 ‘쯔꾸르’ 방식의 어드벤처 요소에는 호불호를 표한 유저들도 있습니다. “추억이 느껴진다”, “재미있다”등 호평도 나오는 반면, “구시대적이다”, “지루하고 너무 쉽게 죽는다”, “기대한 것과 다르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또한 전반적으로 분량이 부족하며, 버그나 충돌로 게임을 다시 시작하는 경우가 잦다는 리뷰도 보입니다. 다만 앞서 해보기 상태이고 개발사가 향후 다섯 에피소드를 순차적으로 출시하겠다고 밝힌 만큼, 버그와 분량 문제는 향후 해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