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구동성] 정직하게 살겠다니까?



게임을 하다 보면 망작을 내놓고 절치부심하여 오명을 벗어내는 일에 성공한 개발사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물론, 그보다 더 자주 만나볼 수 있는 것은 망작을 내놓거나 물의를 일으키고 모른 척 사라졌다 ‘돈’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스리슬쩍 돌아오는 개발사지만요. 이번에도 후자와 같은 개발사가 또 등장했는데요. 짝퉁, 사기라는 뜻의 ‘SCAM’이라 불리던 ‘더 데이 비포’를 개발한 에프엔타스틱(FNTASTIC)이 그 주인공입니다.

에프엔타스틱이 개발한 더 데이 비포는 트레일러만 공개한 초기에는 높은 퀄리티와 흥미로운 장르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정식 출시 이후 과도한 버그와 다듬어지지 않은 모양새 등으로 그 실체가 드러나며 큰 비판을 받았죠. 결국 에프엔타스틱은 출시 나흘 만에 판매를 중단하고 개발사를 폐쇄하며 전체 환불 조치를 내리기도 했습니다. 물론, 그냥 떠나지는 않고 “더 데이 비포의 실패는 악의적 블로거 때문”이라는 등, 문제의 원인을 외부 요인으로 돌린 뒤에 말이죠.

이런 부정적인 모습만 남기고 간 에프엔타스틱이 사과와 함께 “복귀를 도와주세요”라며 신작 크라우드 펀딩을 시작하자, 국내외 게이머들은 모두 냉소적인 반응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게임메카 ID 라쵸비 님의 “부도덕이 됐건 능력부족이 됐건 간에 전작에서 신뢰를 말아먹고 당연해야 할 정직의 가치를 차기작에 내세우는 회사에 지원해 줄 유저가 얼마나 있을까요”라는 말처럼 신뢰를 잃은 개발사의 행보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었고, 네이버 ID 스벤데프 님의 “프롭나이트만 제대로 좀 신경썼어도 돈없어서 망하진 않았을낀데”라는 말처럼 자업자득이라는 의견도 많았습니다.

어쨌든 에프엔타스틱은 정직한 개발과 마케팅, 투명한 소통을 약속하며 ‘에프엔타스틱 2.0’을 천명했습니다. 물론 그 누구도 이를 신뢰하지는 않는 상황이지만요. “앞으로 잘하겠다!”고 소리치며 신작 후원을 강권하고 굿즈 사이트에서 물건을 사달라는 소란스러운 사람을 신뢰하기는 어려운 법이니 말입니다. 2.0을 천명하기 이전, 달라질 기회가 수도 없이 많았다는 점을 잊은 에프엔타스틱이 과연 앞으로 어떤 행보와 발언을 보여줄지 궁금해집니다.